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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짧은 선언문이고, 모호한 투로 쓰인 부분도 있어서 평소처럼 분석을 하는 건 무리 같음. 그래서 그냥 감상문도 약식으로 씀.
전반적으로 공산당 선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걸로 보임. 일단 탕핑주의의 동반자들 부분이 공산당 선언에서 다른 사회주의 운동들 까는 대목과 아주 유사함. 여기서도 필자가 말하는 것 이외의 다른 방향성으로 나아간 탕핑 운동들이나, 이를 분석하는 경제학자들, 그리고 가속주의와 중국 공산당까지 전부 비판하고 있음(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 비판 같은 경우 꽤나 신랄한 편임. 아마도 이 선언문에서 가장 잘 쓰인 부분일 거라고 생각함.
다만 이 부분 역시 후술할 고질적인 단점이 엿보임. 특히 경제학자들에 대한 비판이 그러함.
"1. 단순히 이 탕핑이라는 현상을 경제학적인 요소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2. 경제학자들의 말과 다르게 노동자가 적어진다고 근로 조건이 좋아질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은 권위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사실 그들의 자본주의도 반쪽 짜리이다. 정부가 개입하여 부족한 생산력을 확충하기 위해 노동 시간을 강제로 늘릴 수도 있다."
정도가 요점인 듯함.
현대 중국에서 그런 정책을 피고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노동자가 매우 급속하게 감소한다면 이야기는 다를지도 모름. 그런 의미에서 논조 자체는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는 아주 근거 없는 건 아님.
다만 이러한 연결점을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 불친절함.)
마지막에 "전세계의 탕핑주의자들이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를 넣은 걸 보면 더 확실해지지(공산당 선언을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해 덧붙임. 이는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문장에서 '프롤레타리아'만 '탕핑주의자'로 바꾼 거임.)
아무래도 아쉬운 점은 공산당 선언보다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거임.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적어도 과학적 사회주의가 뭐고, 그걸로 앞으로 뭘 할 건지를 요약적으로 설명했음.
그런데 이 저자는 아주 모호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음.
중간에 탕핑주의자들의 코뮌을 세워야 한다는 등의 몇 가지 방안들이 등장하기는 함.
그러나 왜 그래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함.
이 운동의 대의와 실제 동반자들을 거론하는 부분도 그런 경향이 없지 않음.
앞 부분에서 운동의 대의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비록 모호한 언어로 쓰였긴 하지만) 호소력이 있었음.
다만 뒤에서 노동자들, 여성들, 농민들, 학생들, 노인들을 모두 운동의 친구로 언급하는 부분에 좀 문제가 있음.
개별 행동에서 탕핑주의자들과 함께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한 건 문제가 없음. 하지만 그것이 탕핑주의라는 사상의 대의와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없다는 게 문제임.
이런 식으로는 '그냥 활동 영역이 겹치니까 동조할 수 있다' 정도지 '그들도 탕핑주의의 이상에 함께한다'는 결론은 낼 수 없음.
"세계를 90도만 돌려서 보면, 사람들은 평소에는 말할 수 없는 진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로 눕는 것이 서는 것이고 서있는 것은 기어가는 것이란 점이다."라는 수사 역시 멋있긴 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파악하기 어려움. 일단 탕핑의 비판자들을 겨냥한 말로 보이긴 함. 결국은 눕는 것 또한 기어가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일견 부동 자세처럼 보여도 탕핑은 어떠한 행동이라는 설명인 듯.
이외에도 '자치구'에 대해서 논설하는 대목의 초반부 등 상당히 모호하게 읽힐 만한 부분이 많음(이 부분을 읽고 알 수 있는 것은 탕핑주의자들 간의 '연대'를 다뤘다는 점 뿐이었음. 구체적인 설명들은 거의 명료한 부분이 없음.)
개인적으로는 탕핑에 대해서 어느 정도 주목할 만하다고 봄. 노동조합의 전통적인 파업 방식을 더욱 확장해낸 듯한 느낌임. 그런데 파업은 법적으로 정해진 한계 안에서 행해야 한다면, 탕핑은 그렇지 않다는 게 매력적인 점이지. 어떠한 측면에서는 '저항권'의 발동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행동으로 보았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점 역시 독특한 지점임.
본인들 말마따나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할 수 있는 저항이고, 법률에 저촉될 여지도 없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음.
다만 역시 본인들도 말했듯, 탕핑은 행동으로 간주했을 때 '기어가는' 것임. 단체로 생산과 소비를 멈추는 행위는 언젠가 거대한 파장을 부를 수도 있지만, 그 효과가 즉각적이지는 않음(중국 인민들 중 30퍼센트 이상이 한다면 즉각적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충실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탕핑주의자가 그만큼 확보될 리는 없을 거임.)
여하튼 나는 탕핑이 어떤 혼란이나 '직접적' 해악(간접적인 해악은 낳을 수 있음. 장기적으로 탕핑의 간접적인 해악이 드러나는 건 그들의 목적이기도 함.)을 낳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음.
그것은 이 시대의 한 가지 평화로운 투쟁 방식일 따름임.
다만 그것을 조명하려고 만들어진 팜플렛이 이런 식으로 쓰였다는 게 아쉬울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