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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을 어떤 기준으로 측정해야 하느냐는 늘 논란의 여지지만, 높은 지능이 현대 사회에서 상당한 이점을 제공해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것이 인류만의 문제는 아니라, 인류 이외의 다양한 생물이 모종의 지능을 갖춰 이를 토대로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단순하게는 뜨거운 곳을 피하거나 양분이 될 물질의 농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단세포 생물부터, 영리한 개나 단체 행동으로 지능을 보여주는 곤충 군집까지. 이상의 생물이 인간 같은 의식을 가지느냐, 혹은 그보다는 덜하지만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능력sentience을 가지느냐는 어려운 질문이다. 사람만 해도 서로 비슷한 물리적 구조를 띠고 있는 다른 사람이 자신처럼 소위 '감각질'이니 '의식'이니 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방법은 없다는 철학적 입장이 있고, 소통 가능성을 떠나서 다른 생물의 의식 경험을 결코 알 방법이 없다는 단호한 선언에 철학적으로 할 반박이 그리 많지는 않다. 특히 물리적 토대 이외의 비-물리적 정신이 어떻게 존재할 것이며, 그 정신이 존재한대도 어떻게 물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물리적 토대에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은 긍정하기도,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잠시 이 심리철학의 세상에서 눈을 돌려보자. 상술한 동식물의 '지능'은 실제로 관찰 가능한 것이다. 또한 그 지능을 분석하기 위해 사이버네틱스가 입출력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모델을 만들었듯, 우리는 지능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체계를 만들수도 있다. 그리고 그 체계는 사람답지 않은 방식으로 (평균적인) 사람의 지능을 초월했다. 그 방식은 추론보다는 지능이 무엇을 해낼 수 있도록 만드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바로 이 점이 심리철학이 늘 간과하고 있었던 지능의 속성이다. 생명 발달 과정에서 지능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는 몸의 반사적인 반응을 비롯해 생각이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행되는 과정을 지성 없는 행동으로 보곤 하지만, 지능은 바로 이 온몸에 퍼진 신경계와 다른 체세포 사이에 매순간 이뤄지는 소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지능이야말로, 단절된 체계 속에서 이뤄질 수 있는 추론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외부'와 소통해 판단을 조정하고 행동을 이뤄내는 가장 역동적인 지능이기도 하다. 지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둘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아더 마인즈>에서 초점을 맞추는 문어는 그 좋은 예시다. 문어는 진화 과정을 따졌을 때 사람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데, 덕분에 다른 포유류와는 전혀 다른 과정으로, 그러나 비슷한 방식으로 신경계와 지능을 형성시켰다. 그 덕분에 문어에게 척삭을 중심으로 모여 뇌에서 종합되는 중앙 의식이나 통제권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정작 동물 실험 중의 문제 수행 능력이나 여타 생태에서 보여주는 지능은 대부분의 생물을 아득히 초월한다. 체내에 뼈, 관절 등 무언가 단단한 지지대가 거의 없어 오직 신경계의 섬세한 조율을 통해서만 움직일 수 있는 다리는 놀라울 정도로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줄어들며 단순히 '움직임'을 위한 지능1)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해주고, 그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보고2) 느끼며 몸통에 신호를 보낼 필요도 없이 자율적으로 이 정보를 기억한다. 의식을 좌우하는 무의식적 계산, 몸 안에서 동작하는 체화된 지능을 하찮은 것으로 무시할 사람이라도 문어를 보며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우리라.

그러나 이렇게 지적으로 뛰어난 문어에는 몇 가지 그림자가 있다. 애초에 왜 이렇게까지 뛰어난 지능이 필요3)하게 됐을까? 진화 과정을 추측하건데, 문어를 비롯한 두족류는 원래 자신의 연약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외골격을 갖춘 생물에서 진화해오다가 어느 시점에서 이를 방해로 여겨 몸에 일부만을 품거나(갑오징어) 아예 버린다는 선택을 했다. 이 선택은 다양한 환경과 생물에 대처 가능한 동시에 외부 공격에 매우 취약한 신체를 만들었고, 덕분에 문어는 늘 비좁은 틈이나 땅 속에 숨어 살아야 한다. 사실상 모든 바다 생물이 문어의 몸을 물어뜯을 수 있고, 문어는 그 자신의 지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이들의 위협을 격퇴하거나 잡아먹어야 한다. 특히 그 지능이-신체 색소 변화와 함께-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에서도.

이 막대한 에너지 소모량은 문어의 취약함과 합쳐져 두 가지 단점을 낳았다. 하나, 극도로 반사회적이다. 문어는 군집을 이루지 않는 걸로 유명하며, <아더 마인즈>에서 다루는 문어의 천국 "옥토폴리스"에서조차 자기만의 공간을 필사적으로 사수한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일이 극히 드문 것과는 별개로, 문어는 서로 자주 싸운다. 꼭 공간을 침범해서만이 아닌 것도 미묘한 일이다. 과학자들은 문어의 에너지 소모량이 주변 환경을 거의 초토화시켜버릴 수준이기에 둘 이상의 문어가 근처에 있지 않도록 진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신경화학적 적대 기질을 발전시킨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데, 실제로 이를 약물 투여로 누그러뜨린 문어들은 서로 곧잘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매우 짧은 수명. 문어는 1, 2년 정도의 수명을 갖고 있으며, 이 역시 지능 발전을 위한 대가에 가깝다.

현대 생물학은 종의 수명이 생기는 이유를 기회비용 측면에서 설명하는데, 다음과 같다. 어떤 변이가 발생할 때 그 변이가 출생 이후 빠르게 치명적인 문제로 나타난다면 당연히 이 변이를 일으킨 개체는 빠르게 사멸해 전체 유전자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반면 훨씬 나이 들어서야 문제가 생기는 변이라면 큰 무리 없이 유전자풀에 반영될 것이다. 이 변이는 개체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주고, 젊을 때 혈관이 튼튼해지는 대신 70년 뒤에 심장 합병증으로 죽을 확률이 높아지는 변이가 집단에게 딱히 나쁠 이유도 없다. 오래 산다는 것은 이렇게 쌓여 있는 부채더미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어는 지능을 위한 진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부채를 쌓았다. 화려한 색채를 빠르게 교체하는 피부는 1년만 있으면 서서히 뜯어지기 시작하고, 둔화된 신경이 촉수를 부드럽게 움직이지 못하게 되며 다른 생물에게 잡아먹히곤 한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지능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서두에 상술했듯 추론, 감성 등 의식에 한정되는 지능과 구분되는 행동을 위한 지능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인간의 감각이 과연 의식이 필요한 것인지도 따져볼만한데, 꼭 문어가 아니더라도 동식물에게 고통을 느끼는 감응력이 없다고 말하는 태도 기저에는 '의식'의 중요성을 극히 높게 따지는 가치관이 있다. 언어 모델과 로봇이 인간 지능을 사고, 행동 측면에서 서서히 해체하는 현재에야 이 가치관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 정말 없어지기 힘든 편견이겠지만, 나는 언젠가 인류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진 존재가 나온다면 그 존재는 문어처럼, 통계적 인공지능처럼 서로 분산된 계산이 의식 없이 병렬적으로 같은 일을 더 다양하게 수행하며 개중 가장 뛰어난 것을 택하는 것을 반복하기만 하는 무의식적인 기계에 가까우리라 생각한다. 피터 와츠의 <블라인드 사이트>처럼,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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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단한 뼈와 관절로 구획되어 있지 않은 몸체를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 사람처럼 생겨 걸어다니는 로봇을 만드는 것보다 바퀴 달린 로봇을 만드는 것이 더 쉽고, 연체동물처럼 흐물흐물한 로봇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소위 soft robot이라 불리는 이 로봇들은 대체로 개념상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상의 존재에 가까우며 실제 구현 단계까지 도달한 로봇은 극히 드물다. (좁은 의미로는 로봇의 '손'이 그 영역에 있는 문제긴 하다) 물론, 문어의 촉수가 보여주는 능력처럼 실제로 구현만 잘해낼 수 있다면 훨씬 쓸모 있긴 하겠지만.

2) 문어의 피부 아래에는 빛을 느끼는 세포가 가득 존재하며, 머리에 달린 눈보다는 감각 능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이 세포들은 자기 위에서 색을 띠는 세포들을 움직여 피부에 들어오는 빛을 걸러냄으로서 빛의 양 뿐 아니라 색을 느낄 수 있고, 이러한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행동하거나 머리에 신호를 보낸다. 문어의 피부가 그렇게나 다양한 색깔로 변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체내에서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주변 사물을 다방면으로 관찰하기 위해 빠르게 주변을 스캔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3) 생물에게 얼마만큼의 지능이 필요한가? 똑똑할수록 좋은 것은 인류에게나 다른 생물에게나 사실이 아니다. 현대 사회가 옛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풍요를 누리며 모든 것을 소모할 수 있는 역량을 지능에 부여할 수 있게 되었기에 그 지능이 효용을 발휘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생물의 지능은 결코 무료가 아니며, 진화의 복잡성과 별개로 몸을 복잡하게 움직이고 판단을 고차원적으로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성체가 되어 정착하며 운동 능력을 상실하는 생물처럼, 어떤 생물은 더 이상 불필요해진 뇌를 소화시켜버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