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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자기 참조라고 해야 하나? 자기 패러디라고 해야 하나?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이전에 등장했던 사건이나 관념들을 계속해서 다시 언급하면서 일종의 순환적인 느낌을 주거나 이야기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줌. 그리고 이런 자기 참조들은 딱히 논리적이거나 플롯적으로 이어진 것 외에도 그냥 막무가내로 막 등장하거나, 무슨 말장난이나 농담처럼 등장하기도 함. (그럼에도 뭔가 최소한의 연결고리는 있다는 느낌을 계속 줌...)
특히 이 어린 시절의 제임스 오린 인칸덴자 (이하 J.O.I.)와 알콜중독자 아빠가 등장하는 파트는 그런 것들이 정말로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한번 정리해보려고 함. (아마 J.O.I.가 작중 최중요 인물 중의 하나라 이 파트에 힘을 많이 실어준 것 같음)
우선 이 파트는 1960년의 애리조나, 투손에서 일어난 일임. 술에 취한 알콜중독자 아빠가 어린 JOI를 데리고 몹시 기괴한 철학을 늘어놓는 상황.
근데 앞 부분에서 'stiffly'란 단어가 유독 눈에 띔.
왜냐하면 이 소설에서 애리조나, 투손이 가장 처음 등장한 장면에서 Office of Unspecified Services의 (이 집단은 CIA 같은 미국의 첩보기관인 듯 함) 비밀요원인 M. Hugh Steeply란 인간이 같이 등장하기 때문임.
너무 실없는 말장난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내 생각엔 이거 100% 의도하고 넣은 말장난임 ㅋㅋ 그냥 '투손'이랑 '스티플리'가 같이 나오는 순간 이 장면이 안 떠오를 수가 없음.
그리고 이 Steeply란 인간은 작중에서 가장 많은 사건이 벌어진 연도 (Year of the Depend Audult Undergarment 이하 Y.D.A.U.)에 JOI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The Entertainment'란 물건을 추적하고 있음.
차고의 문을 열뿐인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상황임에도 JOI의 아빠는 JOI에게 Experiment 해보라고 종용함.
그리고 이후에 영화감독이 되는 JOI는 'Experimental'한 영화를 주로 촬영하는 사람이었음.
애초에 단순히 '문을 열뿐인' 상황이 아닐 수도 있음. 이 파트는 작가의 다른 단편소설인 'Incarnations of Burned Children'과 꽤나 유사한 느낌을 주는데, 거기서도 '문'이 상당히 중요한 상징물로 등장함...
"차고 문을 뎁혀진 고기가 들어간 오븐 문 같은 거라고 생각해라"
이 오븐(Broiler) 어쩌구 저쩌구는 이 파트에서 꾸준히 계속 언급됨
JOI는 이후에 전자레인지(Microwave Oven)에 머리 집어넣는 식으로 sewer slide 함
"말론 브란도는 거의 두 세대에 걸쳐서 사람들이 자신의 육체와 주변 사물과의 관계를 망쳐버리게 만든 영화배우야 ... 사물을 지배하려고 들고 ..."
JOI 아빠는 말론 브란도가 영화에서 보여준 행동거지에 대해 약간 기괴한 철학을 가지고 있음. 그리고 아들에게 그걸 막무가내로 주입하려고 시도함.
요약하면 대강 '신성한 육체와 사물을 존중을 갖춰서 다뤄야지 그것을 지배하려고 드는 건 신성모독이다.' 정도일 듯한데
"하느님 가라사대, 네가 잡아당기는 무게가 너 자신의 무게를 넘지 않도록 하거라."
작중 Y.D.A.U. 시점의 엔필드 테니스 아카데미 (이하 E.T.A.)의 헬스장에는 남의 땀을 핥아먹으며(?) 연명하는 기이한 피트니스 구루가 기거하고 있는데,
이 구루가 E.T.A. 학생들의 땀을 핥고 보답으로 전해주는 지혜들은 JOI 아빠의 철학과 유사한 면이 있음. 하지만 훨씬 훨씬 온건하고, 서술자도 그것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으로 바라봄.
게다가 이 구루는 초월(TRANSCEND)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데다, 애초에 JOI랑 모종의 관련이 있는 사람인 듯함. (JOI는 E.T.A.의 설립자이기도 함)
그런데 또 묘한 부분은, JOI의 아빠는 이러한 말론 브란도의 '육체와 사물을 지배 하에 두려는 태도'가 테니스 플레이어의 귀감과도 같다고 주장한다는 거임.
주장에 따르면 말론 브란도는 사물들을 (그것들에 대한 존중은 전혀 없지만) 자신의 육체의 일부분인 것처럼 다뤘고 높은 수준의 테니스 플레이어들도 (적어도 테니스 게임 중에서는) 유사한 태도를 보여준다고 여기는 게 아닌가 싶음.
(이 부분 나도 좀 헷갈림)
JOI의 아빠는 육체에 대한 기괴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이 사람은 더 이상 육체와 사물과 기계를 구분짓지 않음.
차고 안에 있는 차 (1956 Mercury Montclair)를 두고 "이건 기계야. 만들어진 목적을 완벽하게 수행해. 하지만 이것만의 재주와 결합선을 알아내는 것을 자기 과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자극을 받았을 때만이야. 이건 마치 육체와도 같단다." 같은 얘기를 늘어놓음.
그리고 아들에게 "너는 육체란다, 아들아." "열 살 나이에 내 어깨에 기대고 이 힘든 사실을 받아들이렴. 머리도 육체란다. 너는 기계고 육체고 사물이란다. 여기 있는 반짝이는 몽클레어와 똑같단다." 같은 소리를 하는데...
저 부분을 읽다 보면 "나는 사무실에 앉혀져 있는데, 머리들과 육체들에 둘러쌓여 있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첫 부분이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음.
이 첫 부분의 주인공은 JOI의 아들인 할 인칸덴자인데, 대학 입시 면접관들에게 거의 심문을 당하다시피 하는 중이고, 결과적으로 기이한 발작을 일으키면서
"... 저는 그저 테니스 하는 어린애가 아니에요. 저에게도 복잡한 역사가 있어요. 경험과 감정이 있어요. 저는 복잡해요. ... 하지만 구성요소를 초월해요. 저는 기계가 아니에요. 저도 감정과 신념이 있어요. ..."
라는 주장을 (머릿속에서) 하기도 함.
그리고 위의 첫 부분에서 할 인칸덴자는 대학 입시 면접중이라는 중대한 상황 속에서 전혀 아무런 행동도 대답도 취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앉아만 있다가 발작을 일으키고 마는데,
이 부분도 JOI의 아빠가 아들에게 철학을 주입하려는 중에 나오는 "너의 머리와 육체 전체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단다. 그럼 너를 둘러싼 것들이 알아서 모두 끝내놓을 거야." 라는 투의 내용과 뭔가 유사하게 (하지만 안 좋게) 흘러가는 듯한 상황임.
그러면 또 이 부분이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는데, 할 인칸덴자는 E.T.A. 재학 중에 '엔터테인먼트의 역사'라는 수업에서 미국 드라마에 묘사된 영웅적인 주인공들을 분석하는 에세이를 제출한 적이 있었고,
해당 에세이에서 '행동하지 않는 영웅 (Hero of Non-action)'의 도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었음.
"우린 기다리고, 나는 예측한다. 행동하지 않는 영웅의 도래를. 긴장증에 걸린 영웅, 평온함 그 너머의 상태에 들어간 영웅, 모든 자극과 이별을 고하고, 그저 억센 엑스트라들에게 치여 이리저리 움직일뿐인, 레트로그레이드 아민이 핏속에서 노래하는 영웅을."
(JOI 아빠의 지론에 따르면, 육체(기계)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바로 '자극'임)
그리고 이 부분은 또 JOI의 아빠가 설파하는 "테니스 공은 궁극의 육체란다."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과도 연결됨.
"... 하지만 속은 비어 있어, 완전히, 텅 비었어. 때리고, 돌리고, 힘을 가하는 데에 전혀 저항하지 못해. 이건 잘 쓰일 수도 있고 못 쓰일 수도 있어. 이건 너의 특징을 반영한단다. 자기 스스로는 아무런 특징도 없지. 순수한 포텐셜이야. ... "
테니스 공은 행동하지 않는 영웅에 해당하는가?
또 JOI의 아빠는 "... 너의 굵은 (overlarge) 머리를 초월하는 게 그 방법이란다, 아들아. ..." 라는 소리를 하는데, (여기선 물리적으로 머리가 크다기보단 '머리가 굵다' 정도의 표현인 듯함)
JOI의 자식 중 하나인 마리오 인칸덴자는 실제로 (물리적으로) 일반인보다 머리가 훨씬 커다란 장애를 가진 채로 태어났음. (주로 Oversized Head라고 표현됨)
그리고 마리오는 JOI의 자식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또 아버지의 영화광적인 기질을 가장 많이 타고난 애임.
그리고 JOI의 아빠는 이 당시 10살이던 JOI를 (이 상황의 기괴함을 못 이기고 훌쩍거려서) "Oversized infant"라고 불러버리는데, (당시 열 살이던 JOI의 키가 155cm에 육박하기도 했음)
JOI가 촬영한 영화 중에는 '야생화된 거대 아기 (oversized feral infant)'가 등장하는 것들이 있음.
웃긴 건 이 '야생화된 거대 아기'가 작중에서 실존한다는 거임.
아직 끝까지 다 못 읽어서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정황상 The Great Concavity라는 미국 북부의 오염 지역에서 탄생한 돌연변이 아기들인 듯함.
(마리오의 거대한 머리도 이 오염 지역의 영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이 '야생화된 거대 아기'가 실존한다는 게 밝혀지는 부분은 지금 쭉 정리하고 있는 'JOI의 아빠가 등장하는 부분' 처럼 일종의 이야기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 중의 하나인 것 같음.
해당 부분은 제프리 데이 (Ennet House 소속 등장인물인 듯한데 아직 거기까지 못 읽어서 잘 모름) 라는 사람이 대학 에세이로 써서 제출한 것을 E.T.A.의 짐 스트럭이라는 학생이 자기 수업 과제에 써먹으려고 열심히 베끼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인데,
이 에세이의 주제가 '휠체어 암살단의 존재와 정체'이고, 그 주제에 대해서 꽤 깊게 파고들기 때문에, 이 소설의 주요 장치들인 'E.T.A.'와 'Ennet House'와 'A.F.R. (휠체어 암살단)'이 이 부분에서 모조리 다 등장함. (에넷 하우스 관련해선 소속원 이름만 살짝 나오지만)
그리고 휠체어 암살단은 위에 나온 스티플리라는 비밀요원과 많이 엮임.
다시 JOI 아빠 얘기로 돌아와보면, 이 사람이 아들에게 하는 얘기 중에
"... The concave inlaid squares, how many, bevelled at how many levels at the borders, ..." (이 부분은 정확히 뭘 묘사한 건지 잘 모르겠음. 아들에게 차고 문을 열라고 시키는 중에 한 얘긴데)
"... 아들아... 아들아, 손에 든 굴절율에 대한 콜럼비아 가이드 2nd Editon 내려놓으렴, 아들아. ..."
뭐 이런 게 있는데, 이 Concave와 렌즈에 대한 모티프도 굉장히 많이 등장함.
이 세계의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 접경 지역에는 The Great Concavity (미국 측 이름) 또는 The Great Convexity (캐나다 측 이름) 이라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오염지대가 생성되어 있음.
이 곳은 아마도 미국에서 개발된 상온 핵융합 기술 (환형 융합 기술, Annular Fusion)이 내뿜는 오염 물질과 그 외의 기타등등 쓰레기 및 방사능 폐기물들이 모여서 형성된 곳인 듯함.
그런데 이 상온 핵융합 기술 자체가, JOI가 광학 관련 물리학자로 활동하던 시절에 개발한 무슨무슨 굴절 렌즈를 중요한 기술적 기반 삼아 작동하는 물건임.
광학 -> 렌즈 -> Concave -> The Great Concavity 순으로 확장되면서 JOI와 그 외 인물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음.
The Great Concavity 및 미국의 팽창주의가 퀘벡의 분리주의를 엄청나게 가속시켰고, 휠체어 암살단은 그 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분리주의집단이기 때문에 개네랑도 연결되는 부분임.
(위에 나온 거대 야생 아기도 아마도 The Great Concavity 내부에서 발생함)
그리고 JOI의 아빠는 어렸을 적 테니스 경기 도중 끔찍하게 자빠지는 바람에 무릎이 상당부분 파괴된 장애인인데,
본인은 그 '자빠짐'의 원인 중 하나로 '검은과부거미 (Latrodectus Mactans)'를 밟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음.
아들에게 검은과부거미 하나를 직접 죽이도록 종용하기도 함.
JOI가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이것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듯한 영화를 찍은 적이 있음.
심지어 그 당시 설립한 영화사의 이름은 Latrodectus Mactans Productions 였음. (이거 말고도 이 회사 이름으로 몇 편 더 찍음)
다시 돌아와서, JOI의 아빠가 아들에게 (이상한 철학을 늘어놓는 동시에) 기어코 테니스 교습을 시켜주려고 함.
그러면서 좀 뜬금없이 독일어 "Nein?" 이라고 말하는데,
Y.D.A.U. 시점의 E.T.A.의 헤드 코치는 서독 출신 이민자인 게르하르트 슈티트란 사람이고, 이 인물은 JOI가 테니스에 대한 마음가짐이 일치한다는 이유로 박박 떼를 써서 거의 억지로 데려와서 E.T.A.에 정착시킨 사람임.
그리고 슈티트의 테니스 철학은... 좀 길어서 요약하기 힘든데,
테니스 선수들의 자기 자신을 초월하려는 의지, 그것의 본질적인 불가능함 등을 다루고 있음.
(또한 테니스에 대한 슈티트의 생각 = JOI의 생각인 듯함)
그리고 이 '테니스 철학'은 또 휠체어 암살단의 전신이자 모체라고 할 수 있는 The Cult of the Next Train의 구성원들이 가지는 철학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음.
E.T.A.의 학생들과 휠체어 암살단원들은 이런 측면에서 모종의 닮은 면이 있다고 봐야 함.
(이 The Cult of the Next Train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 바로 위에 있는 제프리 데이가 쓰고 짐 스트럭이 열심히 베끼고 있는 그 에세이임)
다시 돌아와서, JOI의 아빠가 미친놈이 된 이유는 자빠져서 장애인이 된 경험이 크게 작용한 듯한데,
본인 말로는 '육체의 종교'를 깨달았다고 함.
이건 이 소설 밖의 일인데, 어린이가 극단적인 수준의 육체적 충격을 경험한 다음 무언가 다른 존재로 변모한다는 내용은 작가의 단편소설 중 하나인 'Incarnations of Burned Childeren'과 굉장히 유사한 면모가 있음.
그리고 차고 안에 있는 차의 종류가 1956년 산 Mercury Montclair라고 나오는데, 얘는 당연히 서양 전통에 따라서 여성형으로 지칭됨.
그런데 Y.D.A.U. 시점의 E.T.A.에는 U.S.S. Millicent Kent라는 Montclair NJ 출신의 여자애가 다니고 있고, 얘는 마리오 인칸덴자를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음에 들어해서 강간(?) 비슷한 거 시도하려고 함. (성공은 못함)
그리고 밀리센트 켄트도 정신나간 아버지 밑에서 고통받다 도피하다시피 기숙학교인 E.T.A.로 입학해온 애임.
이것들 말고도 JOI의 아빠가 자신의 아버지를 Himself라고 부르고, 이후에 JOI도 자신의 자식들에게 Himself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던가 하는 것들도 있음.
그리고 이렇게... 거의 모든 상황들이 JOI와 어떤식으로든 조금씩 엮여서 돌아가는데, 여기서부터 이 모든 이야기들의 정체가 뭘까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음.
사실 JOI의 필모그래피를 읽어 보면, 이 사람의 마지막 작품이 바로 Infinite Jest (V?) 라는 걸 알 수 있음.
사실 제일 놀라운 건, 여기까지가 대략 (미주 포함) 200p 정도의 내용이라는 거임. 아직 한 600p 가량 더 읽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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