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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사. 김재혁 옮김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두이노의 비가'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고뇌하고, 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신앙과 죽음관과 사랑관에 대해 찬미하는 10개의 비가는 독자로 하여금 시 형식의 무한한 잠재성을 느끼도록 한다.

 '말테의 수기'에서 릴케가 말하는 죽음과 사랑을 이해하고 있다면 '두이노의 비가'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파국과 몰락마저 궁극적인 영원의 탄생이 되리라 말하는 릴케의 죽음관에서는 순수성에 대한 동경마저 느껴진다.

 비가 中 '선과 악'이라는 절대적인 편협함에서 벗어나 지극히 인간적인 시선으로 만물을 묘사하는 릴케는 화자를 통해 때로는 신과 천사(절대적인 존재)를 향한 공포와 경외(이러한  절대미는 인간을 가뿐히 스러트린다.)를 노래하고, 때로는 스트로게와 필리아보다 에로스를 우선할 수 밖에 없는 인간 아득히 깊은 곳의 '두려운 것'과 그런 두려움에 끌리는 소년을 노래한다.

 화톳불이 강하게 타오를 때마다 점차 약해져 가듯, 인간 또한 무상한 존재이다.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고서야 뱉은 숨을 들이마실 수는 없다.) 덧 없는 삶의 마지막 숨을 뱉는 순간까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명을 다한 릴케의 죽음으로 '두이노의 비가'는 리노스를 잃은 비탄 속에서 튀어나와 메마른 경직을 꿰뚫은 음악이 되었는가

 그리고 나는 아직도 릴케를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