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영화도 '내가 무엇을 봐야하는가' 에 과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나 생각해보곤 한다.
얼마전에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액스를 읽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의 원작 소설이라길래 읽었는데, 소재도 재밌고 글도 술술 잘 읽히더라.
책을 본격적으로 읽은 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몰라도, 문장이 좋다 라는 느낌은 아직은 좀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책이 번역되서 나오는 걸 감안하면 번역가의 능력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결말이 아쉽기도 해서 왜 박찬욱은 이걸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할까? 그리고 왜 이미 만들어졌을 정도로 그 정도로 재밌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망초 생각도 난다. 재밌게 읽었다. 좋았다. 그에 반해 표현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소녀들의 어떤 그 말랑말랑...' 이 좋았다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좋았던 이유를 생각해보려고 하면 자꾸 '뭔가', '약간', '느낌'
등의 불확실함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많이 쓰게 된다.
책을 한번 읽는다고 완벽히 기억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만, 때로는 어떤 느낌을 받았었는지 기억이 안 날 때도 많다. 읽었던 이유 정도는 기억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그냥 회사 다니는 게 너무 무료해서 도피처로 책을 삼았었던 기억 정도로.
영화도 비슷하다.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또는 좋다고 알려진 영화들을 보면 좋다. 좋은데 다른 영화에 비해서 어떤 점이 탁월하게 더 좋아서 상을 받을 수 있는걸까 궁금할 때가 많다.
결국엔 그것들을 알아내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은 한다. 정성일 평론가가 미치광이 삐에로 얘기를 하면서 좋아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니까 공부를 한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 것도 생각이 난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서, 왜 책을 읽고 영화를 볼까. 재밌으니까, 읽을 때는 잠깐 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 있으니까, 뇌의 다른 부분 스위치를 키는 느낌이 드니까. 다양한 공상들의 인풋이 되니까. 정도로 생각들이 떠오른다. 글을 쓰다보니 생각이 좀 정리가 된다. 이것들에는 계속 집중하면서 좋아하는 만큼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독붕이들은 왜 읽냐?
몰라
아오
@ㅇㅇ(14.63) 굳이 말한다면 특정 책/영화를 만나는 그 순간들을 좋아함. 어떤 경험을 했을 때 이 책/영화가 떠올린다던지 아님 책/영화를 보고 난 다음 그 작품 속 행위를 따라해보고 싶어질 때도 있고… 인생책, 인생 영화 할 때처럼 나는 내 삶에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는 그런 작품을 찾고 싶어서 책을 읽고 영화를 봄.
@cozmic 하긴 나도 비슷한 것 같음. 작품 속 인물을 보고 아 나도 저렇게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고.
그냥
좋아하는 걸 공부하는 게 좋으니깐
나의 blind spot을 찾기 위해서가 제일 큰듯 그게 감정적인 것이든 단순 지식이든 교양이든 뭐든 책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은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줌
재미지 보통
님아. 님이 어떤 사람인지 제가 모르지만 영화나 독서를 하는 거에 있어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버리삼. 그런 건 없음. 그리고 영화나 독서를 하면서 느끼는 애매모호함을 잘 기억해두삼. 그런 건 불현듯이 어떤 일을 겪거나, 갑자기 문득 이해되는 순간들이 언젠가는 찾아옴. 그리고 하나만 충고하자면 언제나 애매모호한 영화나 책들을 읽으삼. 공감되고 피부에 와닿는 그런 작품들보다는 모호한 작품들을 사랑해보삼.
그야 재미를 위해서 보는 것도 있고 명작이라고 추천받은 작품의 경우에는 '이 작품이 과연 나에게 어떤 감동을 줄까? 어떤 시사점을 제공해줄까?'같은 것들을 기대하면서 보기도 함.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고 좀 더 나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 내 내면의 정원을 더 튼튼하게 가꾸기 위함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