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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직후 남은 질문과 생각들을 글로 남깁니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자문자답, 뇌피셜, 서평 입니다.
1) 하이다가 쓰쿠루의 몽정의 사정을 받아낸 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그리고 하이다는 왜 말없이 쓰쿠루를 떠났는가?
현실이 아니다. 하지만 쓰쿠루의 하이다에 대한 흠모, 동경, 의존 등의 심리상태가 반영된 결과이며 하이다는 작중 표현 대로 이것을 감지했고 위화감, 부담스러움 등을 느껴서 작별인사조차 생략하고 쓰쿠루를 떠난 것이다.
쓰쿠루는 멀끔하고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사회구성원이지만 학창시절의 단절의 경험에 의해 생긴 결핍을 가진 불안정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하이다는 쓰쿠루의 그런 모습들을 점점 알게되었고 그것은 그를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아주 깔끔한 방식으로.
작중 등장한 인물 중 모든 점에서 완벽한 인물은 하이다가 유일하다.
2) 하이다가 들려준 자신의 아버지의 경험은 실화인가? 무슨 의미인가?
실화가 아니다. 완벽하고 안정적인 인간인 하이다가 불안정한 쓰쿠루에게 들려주고 싶은 허구의 이야기였다. 하이다의 가상의 아버지는 불안정한 인간인 쓰쿠루를 상징하며, 육손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피아니스트는 불안정을 극복한 초월적인 인간이다(여섯번째 손가락을 제거함).
하이다는 쓰쿠루도 불안정을 의미하는 여섯번째 손가락을 잘라내고 필멸의 존재이지만 안정을 이룬 초월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쓰쿠루가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3) 쓰쿠루와 네명의 친구들에 대한 감상
안타깝다. 엄청난 우연의 일치로 탄생한 너무나도 완벽한 관계가 파멸로 이른것이 너무 아쉽다. 불행한 일을 겪고 불안정의 극단에 이른 시로는 탓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머지 세 친구들은 쓰쿠루에게 진실을 이야기했어야 한다. 쓰쿠루 본인은 충분히 납득하고 시로를 위해 더이상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고 먼곳에서 그들을 응원했을 좋은 인간이다. 그런데도 진실을 전하지 않은 그 친구들이 너무 아쉽다. 시로와 쓰쿠루가 불쌍하다. 나름대로의 인생철학을 설파하는 인간이 된 아카와 아오는 그저 사회적 위치만 바뀌었을 뿐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인물이다. 구로 또한 자신이 어쩔수 없었다는 변명과 자신도 힘들었다는 푸념과 쓰쿠루를 좋아했다고 고백을 하며 미화되듯이 그려지지만 쓰쿠루에게 16년동안 진실을 전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안 드는 인물이다. 아카, 아오, 구로 모두 쓰쿠루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영영 쓰쿠루에게 진실을 이야기하거나 사죄하지 않았을 것이다. 참 나빴다.
4) 사라에 대한 감상
멋지고 매력적이다. 일처리도 잘하고 똑부러졌다. 불안정한 쓰쿠루와 다르게 안정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위선적이기도 하다. 연인이나 다름없는 정도로 썸을 타는 와중에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니.
쓰쿠루는 사라에게 그녀와 다른 남자를 목격한 것을 언급하지 말라고 한 구로의 조언을 들으면 안된다. 솔직하게 자신이 본 의심스러운 장면과 심경을 말해야 한다. 숨기면 통찰력이 높은 사라에게 더 위화감만 느끼게 할 것이다. 아주 어쩌면 중년 남성은 사라의 가족이나 친척일지도 모른다. 물론 사라가 교재하는 이성일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든 쓰쿠루는 좀더 정면돌파를 할 필요가 있다. 그남자와 어떤 관계인지 물어보고, 본인과 그남자중에 한쪽을 정리하라고 똑부러지게 말해야 한다. 답답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한 쓰쿠루. 사라와 잘 되었으면 좋겠다.
5) 느낀점
아주 우연하게 탄생한 부러울 정도로 완벽히 조화로운 학생들의 우정과 뜻밖의 이유로 그곳으로부터 단절당한 불행한 남자의 이야기. 그는 오랜 세월을 죽음에 대한 갈망, 자책, 무기력함 등의 고통 속에서 살아갔다. 그는 아주 운 좋게 만난 매력적인 여성과 교류하며 용기를 얻게되고 묻어둔 과거의 역사를 밝히기 위한, 자신을 찾기 위한 순례를 떠난다.
단절과 불안정에서 연결과 안정을 찾아서. 두렵지만 용기를 내서 한걸음씩 나아간다. 순례중에는 끝없는 불안정이 도전해 온다. 그리고 순례의 끝에 축복이 있을지 조차 끝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순례를 떠나야 한다. 이것은 우리들 모두 마찬가지이다. 시도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순례를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망망대해의 바다 속에 남겨져 아무런 방향성도 기약도 없이 표류할 뿐이다.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쓰쿠루의 친구들 만큼 완벽했는지 모르겠으나 학창시절에 친했던 무리들(혹은 첫사랑이든)이 생각나서 엄청 이입해서 읽었음. 관계는 끝난지 한참 지났지만 심적으로는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안녕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