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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책이 인기를 끌었고,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걸까? <사이버네틱스>를 펼쳐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이 책의 첫 장은 뉴턴과 베르그송이라는 두 '철학자'가 시간에 대해 서로 다른 개념을 제시한 것을 토대 삼아 과학에서 뉴턴 역학의 가역적인 시간이 열역학/통계역학의 비가역적 시간으로 서서히 대체되는 과정을 서술한다. 이 논의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뉴턴, 라이프니츠의 기계론이 아리스토텔레스, 베르그송의 생기론을 퇴치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야 하며, 동시에 생기론을 '사이버네틱스'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키고자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장에서 뉴턴 역학을 타파하는 것으로 소개하는 그 기브스의 통계역학이 다음 장에서부터 나오는데, 당연하게도 이 뒤의 내용은 통계역학 및 실해석학에 대한 수식으로 가득하다. 



<사이버네틱스>의 각 장은 전부 이런 식으로 기존까지의 지성적 맥락에서 현재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설명하고, 이를 수식으로 어떻게 정교화할 수 있을지를 설정한 다음, 실제로 이것이 현재 어느 정도 실현되어 효과를 보고 있는지를 정리한다. <사이버네틱스>는 수식의 엄밀한 유도 과정을 보여주는 학술서는 아니다. (그건 늘 주석에서 언급하는 '관련 서적'에 실려 있다) 그렇다고 수식 없이 무슨 주장을 하고 싶은지만 이해하며 넘어갈 만큼 얄팍한 책도 아니다. 전문화되어 따로 분리된 학문의 통합 속에서 제대로 된 통찰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노버트 위너의 꿈은 <사이버네틱스>에서 화려하게 꽃피어,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어느 한 구석에서 발목잡혀 그 뒤를 읽지 못하는 괴상한 학문적 곤죽이 탄생했다. 그리고 실제로 <사이버네틱스>에서 다루는 내용은 현재는 정보 이론, 비선형 동역학, 컴퓨터 구조, 통계학, 기계 학습, 커뮤니케이션 이론, 사회생물학 등의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고, 항상성에 주목하던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재귀성과 가상성은 정보 산업의 시대에 너무도 강력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 모든 것에는 공통 분모가 있다. <사이버네틱스>는 위너가 다른 학자들과 정교한 기계-대체로 전쟁 목적-를 설계하고 보완하던 과정에서 어떤 '목표'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그 기계가 자체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거기서 어긋나는 점을 스스로 보완하며 늘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를 위한 기초적인 도구로서 한 체계가 가질 수 있는 상태들을 아우르는 방법으로 그 상태의 앙상블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해주는 에르고딕 가설을 설명하며, 이 가설이 사용되는 열역학의 세상이 '정보'라는 또 다른 개념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논증하고, 그 정보를 처리하는 전파 송수신 과정에서 푸리에 분해를 통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고 분해하는 방식을 설명한 뒤, 이렇게 신호로서 잘 처리된 정보를 전체 체계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외부 환경에서의 반응과 결합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자신을 조율할 수 있는지를 "피드백"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한다.



여기까지가 사이버네틱스라는 학문의 개괄이라면 그 다음은 이를 실제로 어떻게 구현하거나 현실의 다른 체계-예를 들어, 사람의 신경계-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논의한다. 정보를 전달하거나 저장하는 과정에서 신호와 소음을 잘못 구분하는 오류가 가장 덜 발생하도록 단순한 비트로만 정보를 저장하는 컴퓨터 구조, 외부 환경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어떤 유지하기 쉬운 안정된 표상으로서 인식하는 게슈탈트 심리학, 신경계 내에서 특정 역치를 넘어설 때마다 신호를 보내며 외부로부터 받은 정보를 피드백 고리 안에서 계속 순환시키며 단기기억으로 유지하고 있는 두뇌, 이렇게 수용한 정보를 다른 개체에게 전달하고 또 전달받으며 전체 집단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 집단의 소통 체계 등. <사이버네틱스>는 본격적으로 안정된 항해용 도구를 완성한 항해사가 자신이 발견한 수많은 항로를 제시하며 각자 키를 잡고 떠나기를 권유하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어떻게 이런 책이 인기를 끌 수 있었느냐다. AI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로 생각해봐도, 구식 AI가 유행하던 시절 아무도 마빈 민스키의 논문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현재도 인공 신경망의 동작 방식 이상으로 깊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건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더더욱 당시 사람들이 <사이버네틱스>를 실제로 '읽었다'는 것이 참 신기한 일이다. 이제 와서 읽기에는 너무 기초적인 내용과 의미심장한 철학적 함의, 불친절한 전개로 가득한 이 책을. 그래도 <마음은 어떻게 기계가 되었나> 책에서의 말마따나, 사이버네틱스의 화려한 부활을 보여주는 시대에 이 낡은 고전을 한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었던 것 같다. 우리를 몸 안에서부터 긁어내 기계로 교체하는 꿈을 본격적으로 선언하며 실현 가능한 것으로 만든 건 틀림없이 이때였을 테니까.



P. S. 자잘한 수식 오류가 너무 많다. 누가 봐도 일목요연한 걸 몇 개 꼽자면, 130쪽에서 분모와 분자가 동일하게 입력되어 있으며 180쪽에서 g(t)에 대한 식이 f(t)로 바뀌어 있다. 몇 가지 오류를 보며 수식이 이해가 안 되느라 원문을 찾아보자 거기서는 문제가 없던 걸 보면 아마 입력 과정에서 오타를 자주 낸 것 같은데, 나중에 2판을 낸다면 본문보다 이쪽을 조금 수정했으면 한다. 본문 번역은-최소한 내가 읽는 과정에서 느끼기엔-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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