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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떠난 이래로 석삼년 만에 비로소
외진 바닷가 한 집에 든다
샛길을 누어놓고 민박집 앞 바다를 종일토록 바라본다
썰물이 밀고 나간 물골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한나절 내내 낯선 지변을 더듬던
부리가 까만 몇 마리 물떼새,
다시 보면 어느새 갯벌 저편으로 건너가고 없다


땅거미 지면 달빛 아래 바닷속 묵은 길들이 빛난다
그런 저녁이면 모랫톱 끝까지 걸어가
산책 나온 사람들과 가끔씩 어울렸다
유원지의 차량들이 줄지어 돌아간 뒤로는 그들이 흘어놓은
흔적을 마음 어디에도 남기지 않았다
밤안개 속으로 혼자 걸어오다 깨우치는 생각이 있거나
헤매온 죄와 건너지 못한 병으로 가로막힌
이 여행길의 끝을 미리 만나기도 한다


그때 죽음은 수삼 편 무거운 바람이 아니라
키 큰 접시꽃에 머물던 벌나비떼로 날아올라
민박집 뜨락을 뒤덮는 만발한 별자리에도 옮겨 앉는다
잎새 너머 바다가 책장을 넘기면 구부러지는 활자 사이
내가 입을 낯익은 일몰 거기 펼쳐져 있으리라
낡은 그림첩의 희미한 갈피에서
채 지워지지 못한 갈매기 끼륵거린다
그러나 돌아가는 것이라면 언제나 죽음은
예고된 저녁의 짧은 어스름을 거쳐가야 하는 것이리라

- 김명인, <부활>


땅거미진 바닷가의 이미지가 새초롬하니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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