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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푸념을 해볼까 한다. 집중하기가 참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옛 인터넷 환경에 빼곡히 채워져 있던 광고 배너와 괴상한 팝업 광고 창 서너 개를 기억하던 사람이라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난잡함보다도 지금의 깔끔한 UI 속 인터넷이 훨씬 더 사람을 산만하게 만든다.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은 아마 50% 확률로 일상사, 40% 확률로 광고, 10% 확률로 바로 응답해야 하는 일 중 하나를 랜덤하게 뽑아서 불을 밝히며, 오늘 시작한 일이 돌아간지 며칠도 안 되어서 팀이 터지고 다른 팀으로 재구성되질 않나, 그런 와중에도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회의 속에서 어떻게든 시간을 짜내 개인 업무를 위한 구상을 하기 위해 집중해야 하고, 작업을 하려고 돌아와 화면을 보는 순간 영문 모를 피드백에 대한 조사를 한다는 생각에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주의를 투자하고 있는 걸 발견하곤 한다. 사실 이렇게 올리는 온라인 감상문도 누군가에게는 주의력을 뺏어가는 인터넷 토끼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대는 말 그대로 관심을 끌어모아 남에게 파는 관심 장사의 시대기도 하니까.
이렇게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도 이미 팽배했는지, '마음챙김'이라는 이름으로 불교의 정신수양법을 본따 종교적인 색채를 최대한 없애고 오직 집중과 평정심에만 목표를 두는 명상법이 크게 유행 중이다. 어릴 때 히피족, 여피족1)을 볼 때만 해도 이들의 불교 선호를 따라갈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역사가 반복된다는 생각을 하며 추천받은 책이 바로 <비추는 마음 비추인 마음>이다. <Mind Illuminated> 원제인 이 책은 영미권에서 최고의 마음챙김 명상 서적으로 추천받곤 하는 책이며, 사짜스러운 표지 디자인과는 달리 번역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책 내용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훌륭하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명상을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더 나아가야 하는지를 단계별로 자세하게 차근차근 다루며, 불교적인-대체로 유가행파의-개념이 어떻게 현대 인지과학적 발견과 어우러지며 큰 자아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다분화된 자아의 개념을 중간중간 소개한다.
덕분에 수련법도 이런 가르침과 함께한다. 호흡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주의력과 주변 의식을 어떻게 통제하고 정련할 수 있는지를 순차적으로 다루는 10단계 명상법은 자신의 주변 의식을 최대한으로 광활하게 활성시키되 이것이 잡념을 일으키는 주의 대상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막고, 자신의 마음 속에서 어떤 식으로 자신의 주의력과 주변 의식이 서서히 움직이며 변화하는지, 자신의 신체 감각을 비롯한 온갖 세밀한 감각에 초점을 맞춰 주의력을 기울이고 있는 주의 대상이 주의 대상이 되어 가는 과정을 서서히 하나하나 조각내 이것이 통일성 없는 감각 찰나의 연속일 뿐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스스로가 원치 않는 감정이나 잡념에 휘둘리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게 해준다. 7단계 이상부터는 소위 선정이라고 부르는 깨달음의 경지에 올라 보다 능숙하게 주의력 자체를 잃고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기쁨을 느끼거나 이를 자유자재로 헤어나올 수 있게 된다고는 하는데, 일단은 그렇다.
마지막 문장의 떨떠름한 어조를 보고 눈치챘겠지만, 사실 이 책의 감상을 지금 쓰는 건 좀 이른 것일지도 모른다. 10단계 명상법 중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3단계 정도 뿐이고, 그나마도 이따금 내가 제대로 하고 있기는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대체로는 명상을 하며 더 나아지고 있거나, 최소한 도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몰입2)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중이 필요할 때 주의력이 분산되는 것을 눈치채고 이를 빠르게 다잡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별로 휩싸이고 싶지 않은 감정이 올라올 때 거기서 거리를 두게 되었으며, 몸이 아플 때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고통이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느끼고만 있어도 꽤나 도움이 되는데다가, 그런 걸 다 떠나서라도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명상을 시작해 집중을 포기하면 바로 얼마 안 가 잠에 들 수 있어 일종의 야매 수면제로도 사용하고 있다. 언젠가 이보다 명상을 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상태로도 이 책을 읽은 걸 꽤나 좋은 선택이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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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도에 찾아와 명상 수양을 받았던 히피족이든, 마음챙김 트레이너에게서 명상 수양을 받았던 여피족이든 이 수양이 분명히 뭔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은 분명하리라. 다만 히피족에 대한 불편한 감정과 별개로 그나마 히피족이 지금의 마음챙김보다는 나았으리라 싶은 것이, <비추는>에서도 그렇듯 마음챙김은 생각보다 도덕에 대해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수많은 연기로 이루어진 삶에서 자신 또한 하나의 독립된 자아라는 착각을 버리고 보다 넓은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는 데에서 끝나는 이 수양은 수도승이 되기보다는, 그렇기에 모든 외적인 도덕성 또한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무감각한 기계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양에 가깝다. 왜 <마음챙김의 배신>에서 마음챙김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패스트푸드가 된 불교라고 비판했는지 실제로 경험해보니 오히려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2) 몰입하면 늘 언급되는 칙센트미하이의 이름이 여기서도 재등장해 살짝 신기했다. <비추는> 자체가 불교의 이론을 인지과학으로 해석하는 일종의 인지종교학cognitive science of religion에 가까운 책이라 그렇기도 할 텐데, 불교 명상 상태에서 무아지경으로 일에 몰입되는 상황과 연관되는 요소를 따왔을 몰입 이론이 다시 불교 명상 상태에서 무념무상의 상태에 오르는 방법을 따온 마음챙김에서 참조되고 있는 건, 1차 저작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일종의 2차 저작의 피인용수가 서로 인용을 주고받으며 오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불교 자체가 뭇 종교나 철학이 그렇듯 주석에 주석이 끝도 없이 달리며 다양한 주석서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는 주석사가 나오는 수준이었던 걸 생각하면, 결국 이것도 현대 불교의 주석서 중 하나겠거니 싶기도 하다.
10단계까지하고 후기좀 남겨다오
불교 수양법이라 실제로는 거기까지 다다르려면 저자처럼 명상에 수십 년 박아야 가능할 만한 일이긴 하지만
10단계한놈들은 이미 등선해서 없겠군
왜 개추비추가 아님
개추인 마음, 비추인 마음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