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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도둑은 우발성 좀도둑이다. 급전이 필요해져 아무 언덕에다 돈을 빌리려 비벼보려다 마침 눈에 띈 빈 집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숨어들어 보이는 걸 아무거나 주워담아 그대로 도망치느라, 침입의 충격과 별개로 금전적 피해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을 때가 많으며 덕분에 잡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는 꼭 이런 도둑만 있는 것이 아니며, 큰 돈을 노리기 위해 어디에 숨어 들어가야 할지를 먼저 정한 다음 이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주변을 살피는 계획범 역시 존재한다. 이런 계획범이야말로 온갖 범죄소설 및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찬양하는 안티히어로일지니. 그들의 준비성과 실천은 이따금 놀라울 지경이라, 이미 많은 영화가 나온 현재에야 그리 놀랍지 않은 여러 영화적 연출이 실제 범죄에서 다수 벌어졌었다는 걸 잠시 생각해보면 놀라울 지경이다. 은행 강도 인질극 직후 은행에 돌입한 경찰들이 처음으로 이들의 탈출용 땅굴을 발견했을 때, 결코 하루만에 팠을리 없는 견고하고도 세밀한 내부 구조 및 경로를 보며 도시 아래에 이런 땅굴이 대체 또 얼마나 있거나 만들어지고 있고, 그 땅굴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은행이 동시다발적으로 털린 뒤 단서조차 잡지 못할 것인가 하는 피해망상을 갖게 된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도둑의 도시 가이드>는 이런 위대한 괴도에 대한 책이다. 조지 레오니다스 레슬리라는 전설적인 뉴욕 은행 강도의 일화는 이를 간단하게 요약해주는데, 레슬리와 그의 일당은 뉴욕이라는 밀집된 도시의 구조를 당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관찰했고 그 속에서 범죄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온갖 기상천외한 경로를 만들어냈다. 그 경로에는 건물에 접근하기 위해 옆 건물에서 외벽을 뚫는 것처럼 건물이 지어졌을 때는 예상하지 못한 취약점으로 가득했고, 이 경로를 얻기 위해 그는 평범하고 선량한 건축 전문가로 위장해 건축도를 얻어내거나 다른 목적으로 그 건물에 들어와 천천히 내부 구조를 몇 번이고 관찰해 그 구조를 그대로 옮긴 창고에서 어떻게 범죄를 저지를 것인지를 꾸준히 연습하곤 했다. 그가 사용한 도구는 딱히 그 이상으로 특별하지는 않았고, 중요한 것은 그가 건축물과 도시의 구조를 예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봤다는 데에 있었다. 건물의 문은 사방을 향해 나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리고 사실, 잠긴 문을 따는 것보다 잠긴 문을 부수는 것이 쉽고, 그보다 더 쉬운 것은 문 옆을 부수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물론 도둑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술작전팀 경찰이나 군대 등이 정해진 공간에 어떻게 뚫고 들어가는지 생각해보라. 폭발물이나 슬레지해머를 비롯한 온갖 도구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구역이 한정되어 있는 건물에 상대가 눈치채지 않게 몰래 진입하는 이들은 괴도의 솜씨를 흉내내거나 능가하며, 실제로 이들의 기술을 빌려오곤 한다. 온갖 민간 피해를 무시한 채 전략적 대상의 사살을 위해 접근하는 이스라엘 군대가 민가의 군집을 치즈처럼 갉아먹으며 뚫고 들어가는 모습은 흡사 땅굴을 파들어가는 두더지를 보는 것만 같다. 게다가 이런 접근이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를 파악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건물이 어떻게 뭉쳐 있고 흩어져 있으며 도로가 어떻게 이들을 가르고 있고 외부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어떤 식으로 서로 얽혀 있는지를 파악하는 로스엔젤러스의 경찰은 이런 도둑보다 최소한 한 수는 더 앞서 있어야 외부 고속도로로 빠르게 빠져 나가는 이들을 한 발 앞서 붙잡을 수 있을 테다.
그 공간의 구조에는 사람이 포함된다. 레슬리가 주목해야 했던 것에는 당연하게도 그 내부 인원이 언제 비거나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었고, 많은 대형 범죄도 그렇다. 많은 공개형 미술관이 그 덕에 내부 경비 인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외부에서 전부 파악하기 쉬웠고, 여러 미술품 절도 사건 이후에야 원인을 파악한 미술관들은 내부 '경비 구조'를 바꿨다. 금고가 있는 방이 다른 모든 방에서 보이도록 시야가 트여 있는 것도 침입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된다. 물론, 애초에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경첩, 판자 따위로 막혀 있는 방의 구조를 막지 않고 완전히 강철로 밀폐된 패닉룸을 설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뚫을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최소한 경찰이 올 때까지의 시간을 충분히 벌어주고도 남을 테니까. 물론 그렇게까지 가지 않고 최소한 안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라도 않는 것이 좋겠지만. 가장 좋은 도난 방지책은 상주 인원이다. 강도 방지책이 되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긴 하다. 얼마나 많은 잠입 게임이 발각 후 바로 싸움으로 들어가는지 생각해봐라.
게임하니 말하는 거지만, 잠입 게임은 <도둑의>에서 다루는 모든 내용의 총합과도 같다. C. 티 응1우옌의 <게임: 행위성의 예술>에서 따오자면, 말 그대로 도둑 혹은 암살자가 된듯한 '행위성'에 몰두하는 일. 그것이 얼마나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멈추고 더 안 들키게, 잘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갈고 닦는 일. 이를 위해 게임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넣은 약간의 그림자나, 잠시 동안 흐트러지는 경비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설계한 가상의 잠입 경로를 찾아내고, 거기에서 안전하게 탈출해 나오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조용히 실행하는 계획. 원조 격이라 할 수 있을 <시프: 더 다크 프로젝트>에서처럼 밧줄을 타고 다니며 최대한 건물의 구조를 이용하는 게임에서 <디스아너드>처럼 순간이동을 상정하고 3차원 경로를 더 적극적으로 그려야 하는 게임까지 있지만, 그보다는 아예 경로를 만들기 위해 벽을 부수기를 권장하는 협동 잠입 게임 <Monaco>가 더 <도둑의>의 괴도에는 적합할지도 모른다. 반농담조로 건물을 '돌아다니는' 가장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는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처럼.
그렇게 도둑이 건물을 보며 이를 어떻게 털고 어떻게 탈출을 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온갖 방식을 이야기하며 도둑 찬양 일색에 가깝던 <도둑의>는 마지막 장에서 저자의 처가가 10대 소년들에게 도둑질을 당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집필 중에 일어난 일이라 앞 장들을 쓸 때는 물론 이 경험이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며, 저자는 빠르게 태세를 바꿔 도둑질을 당한 집이 경제적 피해보다는 정신적 피해를 더 크게 입는다며 주변 이웃을 의심하게 되는 마음을 논한다. 이 책을 보며 도둑에 괜히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도록 배치했다고 해도 믿을 만한 구성이기는 하지만, 덕분에 약간 헛웃음이 나왔다. 드 퀸시가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을 적을 때나, 그와 비슷하게 트리에가 <살인마 잭의 집> 영화를 찍을 때나, 별로 본인이 그런 걸 당하는 걸 상상하지는 않았을 테다. 당연한 일이다. 언젠가 내 집에 도둑이 들게 되면 이 감상문에 '그리고 나 또한 그런 걸 상상하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망할' 하는 말을 덧붙이러 오면 되지 않을까.
사실 빌딩섹서들 이야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