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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 열흘 가는 꽃이 없다


일락서산에선 저물어가는 시대를 표현하며 할아버지와의 일화를 회상하던 ‘나’는 이번엔 시대의 격동으로 피해를 봤던 윤 영감 일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윤 영감 일가는 6.25로 인한 피난민으로써 다시 북상하기 전에 집에 얹혀살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나’의 어머니는 툴툴대면서도 그들에게 진심을 다했고, 아들이 돌아온 이후로는 집안의 분위기도 완전히 살아나 꽃이 만개하는 듯 했다.


솔이 엄마의 도주 이후로 한순간에 져버린 이 꽃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던 윤 영감 내외는 서울로 올라가기로 결심한다.


아들의 소반을 짊어지고 그리던 고향을 버리면서까지 말년의 고행을 시작하는 그들은 미련해보인다.


그렇지만 ‘나’조차도 가끔 지나가는 소반 장수의 한맺히고 청승맞기 그지 없는 소리를 기억한다.


아직도 정처없이 꽃을 찾아해메는 이들을, 나는 다만 욕할 수 없는 따름이다.


이 소설에선 화무십일이란 단어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학로와 그 부인의 사랑은 낭만적으로 이루어졌고, 지켜보던 윤 영감 내외도 그 아름다움에 많은 기대를 품었지만 학로의 변화로 꽃잎이 떨어지고, 전쟁으로 인해 빛이 바래지며, 아내의 배신으로 바스러지기에 이른다. 이 화무십일은 ‘나’에겐 비극이란 감상 이외엔 남길 말이 없지만, 윤 영감에겐 그 의미가 달랐다. 자식도 죽고 며느리도 잃었으며 마지막 희망인 아이마저 사라진 이 상황이, 겨우 나아져 활짝 피기 직전의 꽃을 보던 윤 영감의 입장에선 그리도 끔찍하게 마음에 들러붙어 원래 목표였던 고향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순수하고 편안한 그 고향보다 마음을 짓누르는 이 말로 다할 수 없는 설움이 너무나도 큰 늙은 노인 앞에서 내가 건네줄 말은 없었다. 그저 묵묵히 숭고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마음을 짐작해볼 따름이였다. 그 아프지만 아름다웠던 몇개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남아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화무십일을 깨닫기에 이른다. 천진난만하고 아름답고 재밌었지만 너무나도 빨리 끝나버린 이 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부류라는 것을, ‘나’는 노인이 맞는지도 모를 소반 장수가 외치던 구절을 읊으며 그 회환을 되짚는다. 낡았지만 잊을 수 없는 무언가를 품고 있는 몇 마디를 읊으며 이 짧은 단편을 적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