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독일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엄청난 것들을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독일인 각각은 우리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결산을 해야 할, 체스 선수들이 경기가 끝날 때 그러는 것처럼 질문하고 설명하고 논평해야할 절박함을 느꼈다. 아우슈비츠에 대해, 자기 집 문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일상적으로 자행된 조용한 대학살에 대해 '그들'은 알고 있었던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길을 가고 집으로 돌아와 자기 자식들을 바라보고 교회의 문턱을 넘어 들어갈 수 있었단 말인가? 만약 아니라면 그들은 경건하게 우리에게서, 나에게서 모든 것을 당장 들어야 하고 배워야 한다. 그래야 한다. 나는 내 팔에 문신으로 숫자가 쓰라린 상처처럼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을 들었다.
또 한 번 우리의 열차가 좌초하여 누워 있는 역 주변, 잔해로 가득한 뮌헨의 거리들을 배회하면서 나는 마치 각자가 내게 무언가를 갚아야 하지만 갚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지불 불능의 채무자 무리들 사이를 헤매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들 사이에, 아그라만테의 진영에, '지배 민족'의 한가운데에 나는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적었고, 많은 이들이 불구자였고, 많은 이들이 우리처럼 누더기를 입고 있었다.
그들 각자가 우리에게 당연히 질문을 할 것이라고,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얼굴에서 읽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이라고 나는 기대했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고 아무도 대면해서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귀머거리, 벙어리에 장님이었다. 의도적인 무지의 요새 속에 있는 양 자신들의 폐허 속에 피신해 방어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강하고, 아직도 증오와 멸시를 할 수 있는, 오만과 죄의 그 오래된 매듭에 묶인 포로들이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봉인된 얼굴들의 저 이름 없는 군중 사이에서 다른 얼굴들을, 분명히 알아볼 수 있는 유명한 얼굴들을, 모를 수 없고 기억하지 않을 수 없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는 유명한 얼굴들을, 명령을 내리고 복종을 하고 죽이고 굴욕을 주고 타락하게 만든 그 얼굴들을 찾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부질없고 어리석은 시도였다. 그들을 찾는다 해도 그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소수의 올바른 자들이 그들 대신에 대답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휴전
아감벤의 그 빼어난 책도 생각나지만, 역시 가장 많이 어른거리는 이름은 레비나스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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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모 레비 <휴전>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