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황유원 번역 버전
텍스트 옮겨 적어봄
1. 그토록 경이롭고 신비한 괴물은 나의 호기심을 완전히 자극했다. (...) 아마 다른 사람들이라면 이런 것들에 유혹당하지 않았을 테지만, 내가 누구던가, 나는 저 먼 것들에 영원한 갈망을 지닌 사람이다. 나는 금지된 바다를 항해하고 야만적인 해안에 상륙하길 즐긴다. (1장)
2. 그리고 마침내 바다 위에 한 무리의 거대한 배들을 띄우고 바다 세계를 탐험했다. 배들이 지구를 돌면서 그 위에 두른 띠가 끝이 없었다. 베링해협을 구경했고,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생물, 가장 극악무도하고 가장 거대한 생물과 사시사철 모든 대양에서 영원한 전쟁을 선포했다! 히말라야 산맥 같은 저 바다의 마스토돈, 무의식중에 더욱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탓에 가장 대담무쌍하고 악의로 똘똘 뭉친 공격을 퍼부을 때보다 공황 상태에 빠졌을 때가 더 무섭다는 그 생물과 말이다! (14장)
3. 그리하여 이 벌거벗은 낸터킷 사람들, 바다의 은둔자들은 바다의 개미탑으로부터 쏟아져나와 그들 모두가 알렉산더대왕이라도 된다는 듯 바다 세계를 침략하여 정복했고, 해적 같은 세 강대국이 폴란드를 나눠 가졌듯이 각자가 대서양과 태평양과 인도양을 나눠가졌다. 미국이 텍사스에 멕시코를 보태고 캐나다 위에 쿠바를 얹든 말든, 영국이 인도 전체로 우르르 몰려가 그들의 불타는 깃발을 태양에다 걸든 말든, 어차피 육지와 물로 된 이 지구 전체의 삼분의 이는 낸터킷 사람들의 것이다. 바다가 그들 것이기 때문이다. 황제가 제국을 소유하듯 그들은 바다를 소유한다. 다른 선원들은 오직 그곳을 지나갈 권리만을 가질 뿐이다. 상선들은 다리의 연장일 뿐이며, 군함들은 떠다니는 요새일 뿐이다. (14장)
4. 초원수리가 초원에 살듯 그들은 바다에 산다. 그들은 파도 사이에 숨어 있다가 영양 사냥꾼이 알프스를 넘듯 파도를 넘는다. 그들은 육지 따위는 모르고 지낸다. 그래서 마침내 육지에 올랐을 때는 육지에서 다른 세상의 냄새를 맡는다. 그들에게 육지란 달이 지구인에게 낯선 것보다 더 낯선 것이다. 땅 위에 발을 내려놓지 않는 갈매기가 해가 지면 날개를 접고 흔들리는 파도 사이에서 잠을 청하듯,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로 나온 낸터킷 사람들도 해질녘이 되면 돛을 접어올리고 베개 바로 아래로 바다코끼리와 고래가 떼를 지어 돌진해가는 곳에서 잠을 청한다. (14장)
5. 우리 선량한 장로파 기독교도들은 이런 일에 너그러움을 보여야만하며, 이교도든 아니든 그들이 이런 문제와 관련해 좀 어처구니없는 견해를 품는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보다 월등히 우월하다고 여겨서도 안된다. 퀴퀘그가 요조와 라마단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이 정말이지 터무니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게 어떻단 말인가? (17장)
6. 하지만 지고의 진리, 신처럼 광대무변한 진리는 오로지 망망대해에만 존재한다. 따라서 설령 바람이 불어가는 쪽 해안이 안전한 곳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불명예스럽게 내동댕이쳐지기보다는 으르렁대는 무한의 바다에서 목숨을 다하는 편이 낫다! (...) 오 벌킹턴이여! 굳세게 견뎌내라, 그대 신과 같은 인물이여! 그대가 목숨을 다할 대양에서 물보라처럼 튀어오르라-솟구쳐오르라, 그대는 신이 되어 도약하라! (23장)
7.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포경 보트에 태우지 않겠다"고 스타벅은 말했다. 이 말은 가장 믿을 만하고 쓸모 있는 용기란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 그 위험을 똑바로 헤아리는 데서 생겨난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동료라는 뜻이기도 했다. (26장)
8. 인간의 광기란 교활하고 고양이처럼 몹시 음흉할 때가 많다. 사라졌다고 생각한 광기는 다만 보다 미묘한 형태로 모습을 바꾼 데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에이해브의 넘치는 광기는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주름처럼 더욱 깊어져갔다. 그것은 저 고귀한 북유럽 바이킹 같은 허드슨 강이 산악지방의 협곡을 지날 때 폭은 좁아지지만. 그 깊이는 가늠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예전의 위세를 그대로 유지해나가는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좁게 흐르는 편집증의 강물 속에 에이해브의 광대한 광기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듯이, 에이해브가 본래부터 지니고 있었던 위대한 지성 또한 조금도 소멸되지 않은 채 그 광대한 광기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예전에는 강렬한 동인이었던 것이 이제는 강렬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41장)
9. 우리가 책에서 볼 수 있는 최초의 배가 떴던 바다는 무자비한 복수심으로 온 세상을 집어삼키면서 단 한 사람의 과부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바로 그 바다가 작년에도 난파선들을 침몰시켰다. 그렇다, 이 바보 같은 인간들이여. 노아의 홍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물은 아직도 이 번영하는 세상의 삼분의 이를 뒤덮고 있다. (...)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바다가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배와 선원들을 집어삼키지 않은 채로 해가 저무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58장)
10. 이 모든 것을 생각해본 후에 푸르고 부드러우며 더없이 온순한 이 대지를 돌아보고, 바다와 육지에 대해 한번 동시에 생각해보라. 여러분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와 이상하리만치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 오싹한 바다가 파릇파릇한 육지를 감싸고 있듯이, 인간의 영혼 속에는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한 타히티섬 하나가 놓여 있고, 그것은 반쯤 베일에 가려진 삶의 온갖 공포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신께서 그대를 지켜주시길! 그대여, 그 섬을 떠나지 말지어다. 떠나면 두 번 다시 돌아가지 못할지니! (58장)
중간 소감) 마치 만연체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선원이 된 것 같다
문장들 보니까 모비딕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