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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하여\'를 드디어 다 읽었음. 처음엔 말투가 옛스러워서 고루한 얘기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현대적인 위트와 탄탄한 서사가 돋보여서 재밌었던 것 같음. 이문열 문체가 쫀득하다는 게 뭔지 알듯함.

재미도 있고 긴장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두려움이 컸던 것 같음. 어찌보면 내 인생도 황제와 같은 게 아닐까 싶어서. (물론 황제만큼 인품이 있지도, 따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렸을 땐 동네 뒷산에서 자주 놀았음. 쓰러진 나무에 나뭇가지 몇개 올려 놓고 기지를 세웠다며 우쭐거리던 때나, 등산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반 애들 앞에서 선민 사상을 펼치던 때를 떠올리면 가끔 창피해지기도 함. 뭐 이 기억은 어렸을 때니까 그렇다 쳐도,

읽기 쉬운 문학책 몇 권 읽고, 대단한 걸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음. 결국 수능공부도 등한시하고 태만하게 있다가 인실좆 당했지 ㅇㅇ.
그리고 지금도 아직 몽상가 기질을 버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곤 함.


소풍나온 대학생들 앞에 엄포를 놓던 황제의 모습이 우습고 한심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더라. 우리는 누군가의 돈키호테, 황제로써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