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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을 읽었다. 이 책은 새로운 기술이 일상에 스며듦에 따라 우리들이 기존에 경험하던 행위들의 필요성이 약화되는 상황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다. 경험이란 지리학자 이-푸 투안에 의하면 ‘낯선 곳으로 과감히 나아가고 불확실성과 잠재적인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는데, 현대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이상 ‘낯선 곳’으로 나아가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낯선 곳’으로 나아가 불확실성과 잠재적인 위험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각 장의 제목들이 그 윤곽을 흐릿하게나마 드러낸다. 2장 ‘대면 상호작용의 필요성’에서는 인상, 목소리, 표정, 눈빛, 제스처 등을 종합적으로 받아들여 분위기를 파악하게 진화한 것이 인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대면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불안을 느끼는 존재이다. 3장 ‘손으로 써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은 더 추상적인 부분을 다룬다. 수치로는 드러내기 힘들지만 무엇인가를 손을 통해 그리고 적음으로써 익히는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4장 ‘기다림과 지루함의 기능’에서는 기다림과 지루함을 견디는 연습이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기초라고 주장한다. 5장 감정 길들이기에서는 기술을 다루는 기업이든, 커뮤니티에서의 유행이든 간에 우리가 파볼로프의 개처럼 어떠한 밈을 보고 반응하는 내용을 학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6장 ‘기술로 매개된 쾌락’에서는 여행을 가지 않고 여행 사진에 만족하는 행위, 먹지 않고 남이 먹는 걸 구경함으로써 만족하는 행위로 대표될 수 있는 대리체험을 다룬다. 7장 ‘소멸하는 장소, 개인화된 공간’에서는 Place는 사라지고 Space가 나타나는 시대적 현상을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이 특히 좋았던 것 같다.
지루하게 2장부터 7장까지의 제목과 다루는 내용들을 나열한 것은, 이 책의 가치 중 하나가 아무래도 경험의 부재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부분이라 느끼어서이다. 나는 ‘손으로 써야만 배울 수 있는 것’과 ‘감정 길들이기’를 굉장히 재미없게 읽었고 설득력이 덜하다고 느꼈지만, 그러나 그것은 ‘감정 길들이기’와 ‘그리기’에 대한 제 경험의 부재로 인해 그 의미가 파악이 안 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보를 통해 현대사회의 위기를 드러내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그렇게 즐겁게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듯 ’소소한 독(毒)‘이 넘쳐나는 시대라면, 독을 가늠할 수 있는 지혜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로 인해 인간성이 상실되고 있다면, 내 인간성이 상실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과 제도 등이 미래 사회에서는 화두로 도래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게 된다. 그러니, 우리가 던져야할 물음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산다는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윤리적 질문이다. 그것을 알아야 기술에게 쥐도 모르는 새에 먹히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더 드는 생각은, 7장 ’소멸하는 장소, 개인화된 공간‘을 읽으며 생각한 것인데, ’함께 있는 경험‘을 느끼게 만드는 장소였던 Place(광장으로 대표되는)가 소멸되고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라 볼 수 있는 Space가 도래하고 있다는 부분은 현재 독립서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우 독립서점들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과 연관되어 생각해 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을 보면,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예전에는 신문을 보고 있었고, 2002 월드컵 시절에는 어쩌면 서로 어제 봤던 축구 얘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현재가 가장 Space 농도가 짙다고 하면, 2002 월드컵 한국 경기 다음날이 Space의 농도가 가장 낮은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대에 다들 ’이야기할 공간‘을 찾고 있고, 독립서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그 독립서점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들이 ’문화공간 되기‘라고 한다면 사람은 자신이 살아날 방도를 잘 찾는 동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Space와 Place를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서 잘 생각하면, 어쩌면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독서는 아니었지만, 많은 정보를 접함으로써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드러내줄 수 있는 독서였기 때문에 꽤 유의미한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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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와 space 부분 재밌네 나도 읽어봐야겠음
아날로그 애호란
'장소와 공간' 부분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은, 이 글의 서두에서 소개된, 인문지리학자 이 푸 투안의 <공간과 장소>를 추천합니다. 공간(space)와 장소(place)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어요. 저자가 지리학자이기는 하지만, 지리보다는 인문, 철학?에 가까운 책입니다. 문체도 ~다. 가 아니라 ~입니다. 체로 끝나서 수필처럼 편안하게 읽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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