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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수명, 횡단

인터넷이 정보에 대한 갈망과 그 갈망의 연쇄로 이루어졌다면, 문학은 사실상 정보의 제공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문ㄴ학 작품 속에서 한 시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오히려 정보와 무관해 보이는 작품일수록 초시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터넷이 즉흥적, 가변적, 휘발적인 형식으로 떠다니는 모습을 하고 있다면, 문학의 떠돎은 어떤 숨겨진 기의를 향해 침몰하거나 솟구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학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나와도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을 비춰볼 수 있기를 바라며, 자신과의 만남을 궁극의 목적으로 갖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터넷은 전격적으로 아름다운 공유이다. 무엇이든 사람들은 함께하길 바란다. 하지만 문학은 참여자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진부하게도 그것은 각자가 체험한 만큼만 가져갈 수 있다. 그 체험은 은밀하고 느리고 교환할 수 없으며 확고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시대와 현실의 질서 속에서 문학은 어떠한 것인가?

A를 위해서 B를, B를 위해서 C를 찾아다녀야 하는 그의 도서관에서 보르헤스는 어느 서가엔가 이러한 수고를 하지 않아도 좋을 총체적인 '한 권의 책'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물론 그는 이 한 권의 책을 찾지 못했다. 분명 우리 중의 누구도 이 책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는 인간의 절멸이 임박해와도 도서관은 영속할 것으로 생각했다. "불 밝힌 채, 끝없이 외롭게, 전혀 미동도 없이, 귀중본들을 소장한 채, 쓸모없이, 부패하지 않고, 은밀하게."
보르헤스는 어떤 사람이 이미 이 한 권의 책을 검토하고 읽었기를 바랐지만 만약 그랬다면, 아마도, ABC를 순환하던 도서관의 모든 책들이 일순 사라지고 우주라는 도서관은 텅 빈 것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아니 그 책이 읽혀지는 순간, 이 우주는 사라질 것이다. 해독된 우주는 진행을 멈추고ㅡ 고요히 풀어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찾지 못했고 읽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이 우주라는 도서관에 일생을 바쳐 자신만의 '한 권의 책'을 꽂으려 한다. 이것이 문학이다. 하지만 꽂는 순간, 자신의 책은 원래의 우주의 질서대로 A와 B와 C를 순환하는 것이 되고 만다. 우리는 영원히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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