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지로 등단한 나에게 과연 문예지에서도 원고 청탁을 해 줄까?’, ‘청탁이 들어온다고 해도 거기 응할 만한가?’ 하는 불안과, ‘이왕 등단이라는 걸 했으니 일 년에 한두 편 정도는 문예지에 단편을 발표할 수 있는 작가가 됐으면.......’하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할 때였다.
그때 내 손에 들어온 것이 이청준의 빼어난 단편이 무려 스무 편이나 수록된 중후하고 품격 있는 책 ‘별을 보여드립니다’였다. ‘훌륭한 단편이라는 건 바로 이런 거로구나.’ 이렇게 스스로 깨쳐 가며, 감동도 하고 감탄도 해 가며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가 초대해 준 세계에 들어가서 배회하는 사이에 개인적인 욕망으로 인한 불안감은, 그때까지 주부로서의 편안한 일상을 지켜 준 담 밖의 세상에 대한 눈뜸과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박완서,《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중
그는 담 밖 세상을 누뜨게 해준 스승―이청준 『별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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