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로젝트는 하나의 특수한 관념체계를 서술하는 것으로서, 그 체계를 새로운 체계로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시도한 것은 인간경험의 여러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적합한 일련의 의문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관념이란 어떻게 하여 권위, '정당성' 또는 자명한 '진리'라고 하는 지위를 확보하는 것일까? 지식인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지식인이란 그가 속하고 있는 문화와 국가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인가? 지식인은 독립된 비판의식, 곧 대립적인 비판의식에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부여하여야 하는 것일까? …


…나 자신의 가슴 속에는 어떤 이성적인 기대가 있다. 곧 오리엔탈리즘이 그렇게 언제까지나 과거와 같이 지적, 이데올로기적, 정치적으로 어떤 도전도 받지 않고 그대로 통용될 필요는 없다고 하는 기대이다. …전통적인 오리엔탈리즘의 학문분야 속에서 훈련을 받은 학자나 비평가도, 낡은 이데올로기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전통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라도 그들의 연구를 활기 있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갖는 방법론적인 자각이다. 왜냐하면 오리엔탈리즘이 역사적으로 너무나도 자기만족적이고 고립적이었으며, 그 방법이나 전제에 대하여 너무나도 실증주의적인 신뢰를 두어왔다고 한다면, 그 경우 동양 속의, 또 동양에 관한 자신의 연구에 대하여 자기를 열어가는 하나의 방법은, 자신의 방법을 재귀적으로 비판하는 검토에 붙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우리들이 '그들'과 '우리들'을 가르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적인 구별을 무시했다고 하여도, 일련의 강력한 정치적인 현실, 궁극적으로는 이데올로기적인 현실이 오늘의 학문 속에 충만되어 있다고 하는 사실을 회피할 수는 없다. 동과 서의 구별이 아니라도, 남과 북,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 백인과 유색인종과 같은 구별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그것들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이 장식하여 우회하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허용될 수 없다. 도리어 거꾸로 현대의 오리엔탈리즘은, 그 점을 모르는 체 하고자 하는 지적인 불성실에 관하여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 결과는 차별을 강화시켜서 그것을 사악하고 영구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표상, '타인' 연구, 인종차별적인 사고, 권위와 권위적인 여러 관념에 대한 무사고 및 무비판적인 수용, 지식인의 사회적ー정치적인 역할, 회의적인 비판적 의식이 갖는 커다란 가치ー현대의 사상과 경험은 이러한 것들에 포함된 사항에 대하여 우리들이 민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또 인간경험에 관한 연구가 보통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정치적 중요성과 함께 윤리적 중요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들은 자신들이 학자로서 행한 것에 대하여 무관심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학자에게는 인간의 자유와 인간의 지식 이상으로 어떤 뛰어난 규범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사회에 대한 인간의 연구가 결코 현학적인 추상개념이나 애매한 법칙, 자의적인 체계에 기초를 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의 역사와 경험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도 우리들은 잊어서는 안되리라. …'동양'을 무한히 동양화한다는 목표만은 회피되어야 한다. 그 결과 지식은 필연적으로 세련되고, 학자의 독단은 감소될 것이다. '동양'이라는 개념이 없다면, 학자나 비평가, 지식인 그리고 인류는 인종적인, 민족적인, 국민적인 구별 이상으로 인간사회를 진보시킨다고 하는 공통의 기도를 보다 중요시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내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해답이 옥시덴탈리즘 곧 서양주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의 '동양인'은 자신이 이전에 동양인이었기 때문에 쉽게ー너무나도 쉽게ー자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동양인'ー곧 '서양인'ー을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을 것이리라. 만일 오리엔탈리즘을 아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지식이 유혹에 의해 타락한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점이다. 설령 그것이 어떤 지식이든지 간에 또는 어떤 곳, 어느 때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필경 과거 이상으로 지금이 그것을 생각하기에 적합할 것이다.>



회의를 잊어버린 학자는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