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토론회 같은 것을 몇 번 했는데, 왜 사람들이 다 책을 제대로 안 읽었거나, 수박 겉 핥는 것 같은 소리만 하거나, 아니면 아예 무슨 다른 책을 읽었나 싶은 생각이 들고 그럴까?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들으며 "아, 그런 숨겨진 의미가 있었는데, 내가 놓쳤었네" 이런 적이 없었음.
나는 저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읽으면서, 제목이 말한 "금지된 것"은 백승하와의 결혼과 자식이라고 생각했거든.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에는, "금지된" 것이 사회적으로 여자에게 용인되지 않는 무슨 그런 남자들만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지만, 뒤로 가면서 내 생각이 바뀌었다. 책의 마지막 챕터 제목이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인데, 그 챕터까지 이르면 주인공은 이미 여성 문제 이런 것에 더 이상 신경을 안 쓰고, 어떻게든 백승하를 기쁘게 해 주려고 하는 행동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끝내는 백승하의 엄마까지 찾아 주겠다고 하고. 그리고 마지막의 연극의 복장도 흰 색 긴 드레스여서 웨딩 드레스가 연상되었고, 주인공이 백승하 아들을 납치해 오면서,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있다가 손을 놓아 주고 나니 자기 손이 쓸쓸해 보이고, 전에 느껴 본 적이 없는 외로움을 느꼈다고 서술함. 그리고, 주인공 머리 속으로, 자기는 분명히 날았었는데, 지금은 날고 있는가, 아니 "날아 보기나 했는가" 이런 생각을 함. 여기서 날다는 인생의 목적을 이루고 행복을 느끼는 행위의 은유가 아닐까?그런데 분명히 날았다고 했다가 그 생각에 회의를 가진 것은 (날아 보기나 했는가), 지금까지 자기가 해 왔던, 남자를 증오하고, 결혼해 자식을 기르고 이런 것을 타파해야 할 구시대적 행위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느낀 것 아님?
그런 것들은, 여자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것이라, 사회가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지금까지의 생활과 사상이 그런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 것. 엄마가 한 일 중 유일하게 비판한 것이 자기 아버지와 동거한 것이었는데, 자기 아버지는 유부남이었고, 본처가 와서 자기 엄마를 물어 뜯는 것을 보고 자랐었는데, 지금 자기가 하는 행동도 유부남인 백승하를 사랑해서 그와 같이 있으려고 하는 것이니, 예전의 자신이 봤다면 "금지할"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하면 탑스타 남배우를 납치하고, 여성이 남성을 벌주고 괴롭히는 일이겠죠 주인공이 백승하에 대한 애정과 모성애를 느끼는 것은 맞지만, 너무 그쪽으로만 해석하면, 주인공이 남배우를 납치하는 이유와 사상이 누락됨.
내 생각은, 애초에 그것이 핑계라는 것임. 내가 보기에는 납치하기 전에 이미 주인공은 백승하에 끌리고 있었음. 물론 후반부처럼 확실한 것은 아니었고. 자기 스스로도 그런 끌림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함. 여자들을 괴롭히는 남자들을 벌주려면 차라리 미국 드라마 덱스터처럼, 실제로 여자들을 괴롭힌 남자들을 납치해서 고문하고 죽이고 이랬어야 책이 통쾌한 페.미니스트 주제가 되는데, 주인공은 무슨 백승하가 완벽함으로 여자들에게 헛된 희망을 준다 (이 '여자들'에 주인공 자기도 포함되는 것임),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겠다, 이런 이상한 논리로 백승하를 고르고,
@ㅇㅇ(211.224) 백승하가 실제로는 더러운 인간이다를 증명해서 자신의 백승하에 대한 끌림을 부정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납치해서 알면 알수록 백승하는 그런 더러운 인간이 아니고, 완벽한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며 그 부정에 실패하고 백승하에 빠지는 것이 이 책의 흐름이라고 생각함.
@ㅇㅇ(211.224) 그럼 양귀자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으려 하는 시도를 모순되고 무모한 것이라 말하기 위해 소설을 썼느냐? 그건 아니라고 봄. 작품 속에서 소망과 금지의 키워드는 유부남 백승하가 주인공에게 느끼는 묘한 동질감이나, 조수가 주인공에게 느끼는 애정으로도 읽힐 수 있음. 님이 말하는 것은 해석의 한 방식이지만, 그것이 작품 전체를 대표할 순 없다고 생각함.
@구천이 책을 읽기 전에 인터넷에서 언뜻 본 바로는 90년대에 페.미니즘 열풍을 몰고온 화제작, 뭐 이래서 그런 것인 줄 알고 책을 보기 시작해서, 내용의 전개가 이 방향이라 마지막까지 읽을 때에는 오히려 안티페.미니즘 같아서 혼란스러웠다. 끝나고 나니까 작가의 말이 달랑 두 페이지인가 있던데, 그것을 보면 또 그런 의도는 설명을 안 하고 있기는 함. 그래도 작가의 말보다는 작품 자체로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고, 지금 생각해 봤을 때 내 결론은, 주인공이 보이는 극단적인 남자 혐오와 무시같은 페.미니즘이 모순되고 무모한 것임을 작가가 보이고, 그로써 여성의 문제를 강민주 같은 시선으로 볼 게 아니고, 좀 더 인간적으로 보고 극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지 않을까 하는 것임.
@ㅇㅇ(211.224) 실제로 님이 말한 그러한 지점으로 인해, 비평계에서 제법 논의가 되긴 했었음. 이 작품이 백승하에게 끌리는 여성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성 해방의 당위성을 흐리는 게 아니냐... 하는.
@ㅇㅇ(211.224) 그런데 '여성해방의 과정에서 모순을 맞닥뜨린다는 것'과 '그 모순을 밝히기 위해 소설을 썼다'는 다른 얘기니까... 생각해보니, 백승하에게 끌리는 주인공과 주인공에게 끌리는 백승하, 양쪽을 기준으로 두고 생각하면 작가의 의도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함.
신의 대리인을 자처했던 초반에는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금지된 것. 사랑을 하면서 인간이 된 후반에는 끝까지 사회를 전복시키겠다는 소망을 품은 게 금지된 것.
다른 건 동의하는데, 끝에 가면 '사회를 전복시키겠다는 소망'은 더 이상 책에 안 나오지 않나?
@ㅇㅇ(211.224) 백승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거지 그 계획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