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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기는 지루하고 지식은 얻고 싶은 날 있지 않습니까?


노력은 하기 싫은데 보상은 얻고 싶은 인생을 그저 꿀 빨고 싶은 게으른 망상.


지루함이라는 인류의 태초적 굴레와 지적 탐욕이라는 원초적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실로 인간 본연의 모순을 응축한 듯한 그런 날 말입니다.



그런 욕망을 가진 채 유튜브 영상을 들락날락거리며 그나마 유익한 영상을 찾다가 이 책의 소개를 발견했습니다.


리뷰에서는 이 책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담았으며 아무런 오류가 없는 순수한 지성의 결정체


곧 모든 진리의 태초적 근원인 양 묘사했습니다.


심지어 작가의 anal이라도 핥아 그 영광을 체화하려는 듯한 맹렬한 충성심이 화면 밖까지 흘러넘치는 모습이었죠.


때문에 이 책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는 걸까 고찰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아무런 노력도 없이 진리를 알고 싶어 했던 저는


이것이야말로 현대인의 고차원적인 욕망을 충족시켜 줄 지성적 메시아의 계시가 아닌가! 스스로 말하며

이 책을 동네 서점에서 바로 집어 왔습니다.


처음 구매한 것은 0편 종교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던 저는 이 책을 먼저 구입했습니다.


세상의 기원과 각 종교의 개념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설명하는 그런 책이었지요. 0편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세상의 기원을 설명할 때 서브컬처에서나 먹히는 다중우주 이론 같은 것을 설명할 때는 굉장히 짜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기만적일 정도로 유려한 문체와 마치 춤추듯 종횡무진하는 작가의 필력은 게으른 영혼을 홀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작가에게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면모도 있었지만, 현대에 살고 있는 인류에게 작은 정신병 하나쯤은 양반이지요.



문제는 1편입니다. (0편도 문제이긴 합니다.)


작가의 무신론적 세계관과 공산주의를 너무나 사랑한 그 광기 어린 숭배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마치 19세기 혁명가의 핏빛 선동 연설을 직접 듣는 듯한 치명적이면서도 퇴폐적이고 불건전한 지적 충격이었습니다.


설명을 할 때 모든 개념과 용어를 칼 마르크스가 쓴 저서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정치 파트에서는 작가의 정치 성향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가난하면서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은 미련하고, 자본가임에도 불구하고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정의로운 것이다'라는


흡사 칼 마르크스의 환영이 직접 멱살을 잡고 사상을 주입하는 듯한 지적 폭력의 경험으로 저의 영혼은 황폐해지고 말았습니다.


이후의 모든 페이지는 전제가 이러하니, 제 심장을 바늘로 긁어대는 듯한 고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매력이 있습니다.


마치 도덕과 이성의 영역을 초월한 불량식품 같은 매력이지요.


사실 0편을 읽고 나서 이 책은 굉장히 '폐기물' 같고 장작으로서 훌륭한 대체제라는 것을 느꼈으나

어느 날 밤 자고 일어나니 이 책의 다른 시리즈가 읽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 먹었던 20개들이 뼈 모양 사탕 또는 50원짜리 동전 초콜릿 같은


달콤하면서도 죄악 가득한 중독적이며 타락적인 감성이지요.


내게 유익하지도 않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며

이것을 먹는 것을 부모님이 알게 되면 필연적으로 나의 행동을 막기 위해 결사투쟁을 할 만한 것이지만


이 작가 특유의 기묘한 유머 감각과 '글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꺼이 지적 불량식품의 수렁으로 걸어 들어가게 합니다.



이 책을 돈 주고 구입하는 것은 후회와 자괴감이 남으며


기독교인이라면 신의 청지기로서 합당한 곳에 사용해야 할 신께서 주신 '물질'을 마치 담배와 술과 여자에게 사용한 것과 비슷한 죄악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마치 신성모독처럼 느껴지며,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는 포르노를 시청한 후의 공허함과 한탄만 남는

영혼의 지적 자괴감을 선사합니다.


그러나 멈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읽을 때만큼은 즐겁기 때문입니다.

이 모순은 곧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과 탐욕, 그리고 쾌락에 대한 원초적 끌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도서관에 있다면 한 번쯤 볼 만하지만 (물론 아무도 모르게 봐야 합니다)


친구에게 추천하는 것은 나의 신앙과 숭고한 사상 자체를 의심받는 사회적 자살이며


연장자에게 추천하게 되면 red team 으로 오인당하는 지성인이 감당하기 힘든 굴욕을 맛볼 것이며


감히 어린 영혼에게 이 책을 쥐여주는 것은 마치 미치광이 교사가 성교육 시간에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 포르노를 강제로 시청시키는 것과 같은 영혼을 파괴하는 지적 범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지적 포르노그래피>이자 <사상적 불량식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인류 지성의 광기와 퇴폐를 상징하는 현대 사회의 추악한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의 누적 판매 부수는 200만 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