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똥이라니요, 이쪽 업계에서는 화폐입니다만?>
제목: 똥본위화폐 : 낮은 곳에서 번지하다
출판일: 2025-06-15
작가: 조재원
출판사: 동승
똥이 화폐가 된다니! 책 소개의 표현대로, 『똥본위화폐』는 SF적 사변실험을 펼친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이 누는 똥을 근거로 일종의 소득을 제공하는 “똥본위화폐”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책은 총 두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1장에서는 당위성을, 2장에서는 실제로 적용된 사회의 풍경을 그린다.
왜 하필 똥인가? 우리는 똥을 가장 더럽고 가치없다고 생긴다. 단순히 변기에 싸고, 물을 내린 뒤 그저 잊는다. 이런 똥을 화폐, 즉 가치의 대상으로 바꾸는 것은 저자가 주장하는 똥의 여러 특성에 기인한다.
어떤 존재가 돈을 써서라도 멀리 치우려고 애쓰던 대상이었다가 돈을 벌어다 주는 황금알이 되는 존재로 전환된다고 할 때, 쓰레기에서 상품으로 변환된다고 할 때, 그 충격이 똥만큼 큰 게 또 있을까. 그런 극적인 충격을 안겨 주면서도 어떤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날마다 찾아오는 공평한 존재가 똥 말고 또 있을까? - 26p
똥이란 가장 공평한 존재라 정의할 수 있다. 왜냐하면 똥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 활동이기에 누구나 똥을 생산할 수 있다. (여담으로 똥을 많이 싼다고 해서 똥본위화폐를 더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지급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간노동에서 비롯되는 기존 화폐와 달리, 똥본위화폐는 인간존재에서 가치를 찾는다. 이는 AI를 위시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노동이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똥본위화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로봇은 인공지능으로 노동을 할 수는 있지만 똥은 누지 못한다. 이런 연유로, 사람의 똥을 매개로 하여 똥이 만들어 내는 모든 가치들을 모아 가치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사람이 누는 똥이 만드는 가치는 가장 낮은 곳에서 다른 모든 가치들의 기준이 되어 줄 수 있다. - 106p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다. 비료나 바이오에너지로 똥을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에 대한 전문적인 과학기술적인 설명은 부족했다. 저자가 똥본위화폐 프로젝트를 진행한 UNIST 교수임에도 말이다.
한편, 무가치한 폐기물로 보이는 똥에서 가치를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을 발견한다. 이는 오늘날 도시(비자연)과 자연의 이분법을 부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똥본위화폐는 자연의 분리가 아닌, 자연 그 자체가 되는 방향을 좇는다.
자연과 인간이란 양극을 피하려다 경제성이라는 만만찮은 복병을 만났고 똥은 경제적 가치 그리고 심지어 사회적 가치를 초월하는 가치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 내는 노력과 함께 가치 기준 자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경제성이라는 가치를 얘기할 때면 언제나 우리의 논리를 지배하는 가치 기준 말이다. - 93p
이러한 똥본위화폐는 기존의 경제성 관념을 흔들고, 더 나아가 유토피아적 세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탐색한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앞서 말했듯이, 1장에서는 똥본위화폐의 당위성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2장에서는 똥본위화폐가 구현된 세계를 그린다. 읽으면서 기존 화폐와 다른 특징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첫 번째는 똥본위화폐 소득의 30%는 다른 이들에게 나눠준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눠준 똥본위화폐가 자신에게 도달한다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연결됨을 체감한다는 효과를 받는다. 하지만 나눠주는 대상을 자신이 설정할 수 있어, 자기 가족에게만 연결하는 등의 문제가 보인다. 게다가 친구나 지인이 없어 소득을 못 받는 경우에는, 인간 존재 자체에서 가치를 얻는다는 똥본위화폐의 존재의의에 위배된다는 의문 역시도 들었다.
두 번째는 화폐가 매일 7%씩 소멸해 축적을 억제한다. 이는 기존 화폐와 달리 흐름의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
아쉬운 점이자 이 책의 한계는, 똥본위화폐 제도 자체가 시민들의 선의에 과도하게 기댄다는 인상이었다. 그래서 저자가 그린 똥본위화폐의 세계는 소설 속 이상향으로만 보였다. 결국 두 번째 장은 설득되는 느낌보다는 단순히 감상하는 느낌만 남았다.
예를 들어, 기존의 화폐 체계로는 젊은 미술인들에게 돈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책에서 지적한다. 하지만 똥본위화폐 도입 시, 젊은 미술인들에게도 똥본위화폐가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돈이 들어온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인 수요가 증가할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다른 예로는, 똥본위화폐로 카페 등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이 만남의 장이 지역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부분이었다. 그런 모임에서는 독서 토론 등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 역시도 납득할 수 없었다.
또한 1장에서 기존의 경제 체계의 대안으로 똥본위화폐가 제시되었다. 급진적인 아이디어로 흥미로웠지만, 2장에서는 그 흥미가 뚝 떨어졌다. 왜냐하면 2장에서 그린 사회는, 기존 화폐와의 공존을 전제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을 구매하게 할 정도로 재미있는 ‘똥’이라는 그 특수성이, 실제 사회에 들어갔을 때 희미해졌다. 그렇기에, 오늘날 지역화폐를 쓰는 사회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오늘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제공되어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진 상황에서, ‘똥본위화폐’는 이상적인 기본소득 모델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똥본위화폐는 기본소득의 개념 확장에 불과할 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혁신적일 정도로 빛났지만, 구체화 과정에서 그 빛을 잃었다.
일상생활 속 행동, 생각의 공유, 판단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갈 수 있도록 소통의 기호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호는 그런 것이다. 이제 겨우 똥본위화폐 기호 하나를 제안하였다. 힘들고 긴 여정이 아직 남아 있다. - 176p
그럼에도 아직 저자 말마따나 더 나아갈 길이 남아 있다. 실제로 저자인 조재원 교수가 똥본위화폐에 대한 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던 만큼, 이 아이디어를 꾸준히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적 및 현실화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을 어떤 방식으로 보완하여 발전시킬지가 기대된다.
아무도 이 똥책(진짜 똥임) 리뷰를 안 써줘서
맨땅박치기하느라 힘들었다…
진짜 똥이네 - dc App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아우 저 콘은 또 뭐임? ㅋㅋ
@ㅅㄱㅅㄱ 시작이 반이라는데 딱 절반만 잘한 책 같네... 똥에 대한 깊은 탐구가 이뤄질 줄 알았는데 떼잉
@창궁 책의 메인이 될 화폐와 화폐가 구현된 사회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좀 떨어진 느낌… 그 부분을 가장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실망스러웠음
실상 스킨만 바꾼 공산주의 구만 - dc App
정떡될 꺼 같아서 쓰진 않았지만 차라리 공산주의가 이 화폐를 더 잘 받아줄 꺼라는 느낌도 받긴 했음…
아우… 이 콘은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