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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를 읽었습니다. 아베코보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는 소설. 납치되듯이 모래감옥같은 굴에 갇힌 주인공은 여자 하나와 함께 쏟아지는 모래를 치우는 노동만이 존재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물론 탈출시도는 있었지만, 시작과 동시에 예고했듯이 남자는 돌아가지 못합니다.

이 책은 동네 독립서점 북클럽 환영파티에서 책교환 이벤트 때 한 분과 책을 맞교환하여 받은 책입니다. 우연찮게 옆자리에 앉은 분과 책을 맞교환하였는데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책도 교환하게 되어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지기 전에 읽어야겠다는 마음에 주말 내내 읽었습니다.

읽은 감상은, '일본이 싫어서'인가?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납치된 주인공은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과 과거를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모래의 여자와 아내인지 연인인지 모를 과거의 여자, 모래의 여자와 과거의 동료, 모래의 여자와 과거의 절친, 그리고 모래의 여자, 모래집의 여자, 모래집의 여자. 그를 둘러싼 모든 인연은 모래의 여자에게 졌습니다.

친구인지 원수인지 모를 과거의 인연들, 묘사를 보면 죽이지 못해 살고, 벗어나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상상하듯 혼자 중얼거리듯 괴이한 말투를 현실 속에서 망상 끝에 이어 이야기한다. 이런 말투를 어디서 봤던가, 몸이 아파 일상생활이 힘들던 시절 이런 식의 미묘한 행동을 비슷하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과 인간적인 매력이 없는 주변인들과 환경, 그리고 서로 욕도 못한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진절머리나는 악의.

보다는 모래지옥이 낫다는 내용처럼 보입니다. 돈은 못벌지만 육체노동의 결과 나름의 생활력이 보이고 어쨌거나 자기자신만을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의, 여자같은 여자. 남자는 점점 더 유치해지며 여자를 희롱하고 결국에는 아이까지 가지게 된다. 모래집을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나 싶을 때쯤, 작품은 끝납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분은 말씀하셨습니다. 일본에서는 인간이 증발되는 경우가 잦다고. 언젠가 들어봤던 내용이기에 선뜻 아는 척을 하며 사회적 현상임을 알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이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고 연신 작게 웃음을 지으시는 것이었습니다.

글쎄, 허위로 둘러싼 당시 일본의 인간관계는 여자와 함께 하는 모래지옥보다 못하다는 정도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문제는 그 일본의 인간관계라는 게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조용히 끌어당기는 아비규환으로 연상되는 일본사회에 대한 아베 코보의 묘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욕할 수 있는 상대방을 반쯤 죽여놓는 식으로 변모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도저도 못하는 평범한 남자는 결국 평범한 여자 하나만 있으면 악조건 속에서도 그럭저럭 살아갈 맛을 느낀다는 내용의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자가 남자이고 작가도 남자인지라 남자 시점에서 남자 심리의 묘사만 나오는 편이지만, 모래의 여자가 하는 행동을 봐서는, 최소한 아베 코보는 여자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위를 품격있게 비아냥거리는가 싶네요.

일본에서 일어나는 인간증발 상태는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증발이라는 형태를 선택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20년간 재직한 정신적 충격이 크거나, 또는 어머니가 아파 패가망신했다던가, 기타등등의 이유로 말입니다. 똥오줌을 못가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봐도 좋을 것이지만,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는지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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