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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성격 자체가 베스트셀러면 일단 혐오하는 힙스터인데다가, 사후 30년이 지나지 않는 작가의 작품은 읽지 않는다는 나가사와 선배의 말을 실천 중인 나는 이 책을 원래는 안 읽을 생각이었음.

근데 누가 이 책을 선물로 줘서, 버리기는 좀 그러니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독후감을 한 번 써봄.


뭐 책은 지금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 피터 틸이 쓴 책임.

독점 기업을 세워서 남들을 압도하라는.

그냥 듣기만 하면 뭐야 이거 세이no식 자기계발서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님


일단 내용 자체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나 경영학 서적과는 조금 달리, 매우 실용적인 내용임.

어떻게 하면 쉽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으며, 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 타겟층은 어떻게 잡는 게 좋은지,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은 무엇이며, 조직문화는 어떤 방식으로 꾸리는 게 유리한지를 말해줌.

아마 창업, 그 중에서도 실리콘밸리 같은 기술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임.

하지만 나는 창업할 정도의 능력자가 아니라 아쉽게도 큰 도움은 안 되었음.


다만 내가 읽으면서 느낀 건 피터 틸의 가치관 자체가 굉장히 뚜렷하게 드러나는 책이라 생각함. 

예를 들어 자본주의는 독점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한 점.

사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반대되는 체제라는 건 브로델 같은 역사학자들이 지적을 꾸준히 해왔지만, 이런 자본주의의 끝판왕 격인 인물이 그 말을 인정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임.


그 외에도 피터 틸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대목은 많음.

예를 들어 피터 틸이 책 내에서 꾸준히 보여주는 기존 교육 체계에 대한 경멸은 실제로 피터 틸이 대학 대신 다른 교육기관을 세우는 등 개혁을 시도하고 있음.

그 외에도 피터 틸이 꽤 유망하다고 책 속에서 지적한 분야(AI, 에너지, 헬스케어) 등은 피터 틸이 지금 가장 관심 있게 투자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책의 내용이 다 맞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피터 틸이 책에 거짓말은 안 썼다는 게 느껴짐


그 외에 셰익스피어를 인용한다거나, 회사 이름을 반지의 제왕에서 따온다거나 하는 걸 보니 의외로 인문학에 관심 많은듯.

실제로 글 쓰는 타입이 피터 린치나 드러커 같은 상경 계열 사람들보다는 뭔가 묘하게 인문학자들의 글이 연상되는 느낌임.

실제로 피터 틸은 철학과 출신이기도 하고.


아무튼 현 시점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물 중 한 명인 피터 틸의 책이다보니, 그의 생각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보는 거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