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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도 없겠다 영어 공부할 겸 읽었는데, 사실 갤에 나 말고 굳이 이 책을 찾아 읽을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몇가지 눈여겨볼만한 점들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전반적으로 90년대 이른바 사회구성주의 논쟁에 대한 (후기) 분석철학자의 비평에 가깝다. 저자가 논쟁에서 어느 한 편을 들거나 연대기순으로 요약하기보다는, 논쟁의 지형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가능하다면 절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논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관된 논조에 비해 책의 구성은 다소간 난삽하다.
책의 1, 2장은 우선 사회구성주의 논쟁을 언어적으로 명료하게 정리하려고 시도한다. 저자에 따르면 X에 대한 사회구성주의 논증은 대체로 아래의 구조를 따른다. (0. 전제: X는 현재 당연하고 필연적인 것처럼 보인다) 1. X(혹은 X의 현재 상태)의 존재는 필연적이지 않으며, 2. X는 나쁘고, 3.X가 사라진다면 더 나을 것이다.
물론 모든 사회구성주의자가 위의 세 명제 모두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주디스 버틀러와 같은 '혁명적' 사회구성주의자들이라면 세 명제 모두를 지지하겠지만, 로티식의 아이러니스트는 1번 명제만을 지지할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종종 X와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혼동들에 대해 지적한다. 요컨대 '아동 학대의 사회적 구성'에 대해 주장하고자 한다면, 구성된 것은 실제 학대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아동학대를 특정한 종류로 표상하는 방식일테니 말이다. 저자 스스로도 <영혼 다시 쓰기>에서 이러한 오류를 범했다고 시인한다.
또한 '상호작용 가능한 종'과 '불변종' 사이의 구별에도 유의해야하는데, 요컨대 자폐증 아동은 '자폐증 아동'이라는 우리의 개념과 상호작용하여 변화할 수 있지만(이를 저자는 looping effect라고 부른다), 쿼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2장 이후의 장들부터는 책 전체에 걸쳐 일관된 구성이 있다기보다는 대체로 각자 따로 된 한 편의 논문들에 가깝다.(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3, 6, 7장은 자연과학을 다루는 장으로, 3장에서는 과학적 사회구성주의의 논점을 우연성, 유명론, 안정성의 세 부분으로 나누고, 6, 7장에서 무기 개발과 백운모의 실제 연구사를 토대로 정리하고 있다.
4장과 5장은 '광기'와 '아동학대'라는 두 가지 실례를 들어 앞서 언급된 인간종의 사회적 구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개인적으로는 책에서 가장 읽어볼 가치가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 다른 여러 저작과 논문들에서 다루어왔던 "making up people"의 다양한 측면들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마지막 장은  마셜 살린스의 <원주민들은 어떻게 사고하는가>에 대한 서평인데, 이 부분은 굳이 책에 포함시켰어야하나 싶다.. 그냥 넘겨도 될법한 장 같다.

사실 <영혼 다시 쓰기> 식의 책을 기대한지라 기대와는 다소간 다른 책이었고, 사실 90년대 사회 구성주의 논쟁에 대한 충실한 정리라 하기도 어려운 책이다. 그래도 4, 5장 내용은 정말 좋았고, 해킹 본인의 사회구성주의 논의를 잘 정리해줘서 좋았다. 다만 저자의 다른 책을 더 찾아보지는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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