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작품 중에서 뭐가 제일 좋은지 답하는건 건 어렵네. 음, 어렵달까, 기본적으로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인데, 여러분한테 추천하는 건 '지하생활자의 수기'야.
'지하생활자의 수기' 같은 걸 이제 와서 추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들 그걸 오해하고 있어. 젊은 중2병 같은 녀석이 썼다는 설정의 걸작이라고 생각하지? 아니야. 그거, 40대거든. 40대에 유산 받아서 그동안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게 된 거야. 그래서 지하실에 틀어박혀 갑자기 20년 전의 어떤 성적인 실수 같은 것에 대해 갑자기 쓰기 시작하는, 정말 위험한 설정이야. 그건 너무나 현대적이야. 그런 이유로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추천해. 그거 위험해. 그거 정말 위험해.
40대 남자가 20년 전, 그러니까 20대 시절의 실패를, 게다가 성적인 실패 말이야. 성적인 실패에 대해 구시렁구시렁 쓰는 게 제1부고. 제2부는 '나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으니' 같은 식으로 말하며, 그 당시 런던에서 박람회가 있었어.
런던에서 박람회가 열렸고, 수정궁, 크리스탈 팰리스라는 게 있었는데, 이건 뭐 그냥 검색하면 알 수 있겠지만, 거대한 온실 같은 유리 건물이야. 당시에는 철과 유리로 그런 거대한 걸 만드는 게 엄청 최첨단 기술이었지. 어쨌든 박람회가 있었는데, '박람회 같은 거 대단하다'고 말하는 녀석들한테 '진심으로 장난하냐?' 같은, '무슨 소리냐?' 같은 글들을 잔뜩 써서 진짜 빡쳐 있는 내용이야.
참고로, 도스토옙스키는 다들 모를 텐데 '작가의 일기'라는 게 있어. 도스토옙스키는 어느샌가부터 동인지를 만들었거든. 근데 그 동인지는 완전 넷우익 동인지라서, 진짜 그때 터키랑 뭐라 뭐라 하는 얘기들인데, 뭐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콘스탄티노플은 러시아가 지배해야 하는 거 아니냐 같은 소리가 써있어.
근데 사실 이게 푸틴이랑 연결되어 있어. 중간에 솔제니친 같은 사람도 거치고 그러는데, 그러니까 푸틴의 그 뭐랄까, 확장주의 같은 걸 전면적으로 지지하는 하나의 사상적인 원동력 같은 거야. 그리고 도스토옙스키는 말년엔 계속 그런 소리만 해. 지하생활자의 수기' 같은 데서 '2 더하기 2는 5잖아!' 이러는 녀석이 넷우익화된다는 점에서 진짜 전형적이야.
게다가 그 사람은 엔터테인먼트 작가로서는 신처럼 잘 써. 아, 역시 진짜 현대적이야, 그 사람. 도스토옙스키는 21세기적이야. 오히려 도스토옙스키 같은 녀석들만 가득하게 됐어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작가로서도 강하고, 동인지 만들면서 넷우익이고.
여러분도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도스토옙스키는 요즘 별로 문학적으로 잘 언급 안 되잖아? 근데 그게 그 사람, 정치적으로 엄청 위험해서 그래. 근데 그건 '작가의 일기'라는 거, 진짜 마지막 부분들 보면 이거 꽤 위험해. 어떻게 봐도 위험하잖아.
ㄹㅇ 대가리 나쁜 새끼들이 보면 바로 선동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