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이미 기울 무렵, 공원을 산책하다가 마침내 몇 달 전에 처음 개장한 녹투라마 안을 들여다보았다. 내 눈이 인공적인 어스름에 익숙해질 때까지, 그리고 판유리 뒤에서 창백한 달빛을 받으며 몽롱한 삶을 이어 가는 여러 동물들을 식별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내가 당시 안트베르펜의 녹투라마 동물원에서 무슨 동물을 보았는지는 더 이상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쪽 나뭇가지에서 저쪽 가지로 건너뛰거나 황회색 모랫바닥에서 잽싸게 돌아다니거나, 대나무 숲 사이로 막 사라지기도 하는 이집트나 고비 사막에서 데려온 박쥐와 날쥐들, 벨기에 산 고슴도치, 수리부엉이와 올빼미, 오스트레일리아 산 주머니쥐, 담비, 산쥐, 그리고 원숭이들이었을 것이다. 확실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북미산 너구리로, 나는 그 녀석이 작은 물가에 앉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시종 똑같은 사과 조각을 씻는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했는데, 분명히 녀석은 아무 특별한 이유도 없는 이런 행위를 통해 자신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빠져든 이 잘못된 세상에서 빠져 나오려는 것 같았다. 그 밖에 녹투라마에 사는 동물들 가운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유난히 큰 눈과 꼼짝하지 않는, 탐구하는 듯한 눈빛을 가진 몇몇 동물들로, 그 시선은 순수한 직관과 순수한 사고를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을 꿰뚫어 보려는 특정 화가나 철학자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밖에도 당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은 동물원이 관람객들에게 문을 닫는 진짜 밤이 찾아오면, 녹투라마에 거주하는 이 동물들에게 전깃불을 켜 주는지, 그렇게 해서 밤낮이 뒤바뀐 소우주 위로 하루가 시작될 때 이 동물들이 어느 정도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지 하는 것이었다. 녹투라마 내부에서 받은 이런 인상들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 안트베르펜 중앙역에 있는 대합실에 대한 기억과 뒤섞였다.
오늘날 내가 이 대합실을 상상하려 하면 곧 녹투라마를 떠올리게 되고, 녹투라마를 생각하면 이 대합실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그날 오후 동물원에서 곧장 역으로 갔기 때문이든가, 아니면 역 광장에 서서, 아침에 도착했을 때는 분명하게 알아보지 못했던 이 환상적인 건물의 정면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3번째 문장에서 무슨 동물을 보았는지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다면서, 바로 다음 문장에 엄청 자세히 나열하는게 킬링 포인트
오.. 어떤 책임? 줄거리 영업좀 해줘라 문체 맘에든다
아우스터리츠 의식의 흐름 그 자체라 줄거리랄게 없지만 화자 나가 아우스터리츠한테 썰 듣거나 생각하는 내용임
@ㅇㅇ 고도처럼 부조리극 수준으로 해체해놓은건가? 의식의 흐름으로 쓴 글 치곤 꽤 글이 정갈해 보임
@ㅇㅇ 이미지 하나하나는 명료함. 다만 녹투라마 동물원, 건축 양식, 별모양 성, 요새, 수용소, 기차역 등등 관련없는 내용이 별 개연성 없이 계속 묘사할 뿐임
@ㅇㅇ 베케트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인데, 제발트는 파괴/역사/폐허/애도/기억 같은 주제를 일관되게 묘사해서 오히려 아주 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음 표현이 의식의 흐름일 뿐
@ㅇㅇ 오 완전 내 취향이군 칼비노 같은 이런 해체적 느낌 아주 좋아함 땡큐
이미지도 명료하고, 주제도 명료해서 문장을 음미하는 재미로 읽는 사람이 쭉 감상하기 좋은 작가임 스토리나 캐릭터를 중시하면 전혀 안맞을거고
@ㅇㅇ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우주 만화, 이탈로 칼비노 책이나 폐허의 도시 이런거 좋아해서 맘에 듬 ㄱㅅ 작가 하나 더 찾았네
@ㅇㅇ 이런 말 잘 안하는 노벨상위원회에서 제발트가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노벨상 무조건 받았을거라고 언급할 정도 필력 하나는 끝장남
만연체 거절할게
만연체가 만연한 현실이구만여
제발트 글은 재미없고 진지한 대학 교수 썰풀이 듣는 느낌 재미는 없는데 빠져듬 - dc App
현기증 감정들 읽을까 토성 읽을까?
현기증감정들도 좋긴한데 제발트 소설은 뒤로 갈수록 점점 평가 높아진다고 보면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