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연설문을 쓰는 일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종의 과업이라고 느꼈다. 그러니까, 뭐랄까, 그가 설명할 수도 없고 다가갈 수도 없는 그러한 장소에서 도달한 명령 같은 것 말이다. 실제로 그는 아주 가끔 그런 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주, 가끔. 그러니까, 사람들이 흔히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대해서.

-1번 문장


손보미의 작년에 나온 장편소설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이야!


정답 : 여



핵심은 시간을 보내는 데 있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면서 체세포의 수를 착실히 불리는 거야말로 어린이의 일이었다. 그 어린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일은, 주로 시간을 견디는 데 있었다. 시간을 견디어서 흘려보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일. 그곳에 펼쳐진 백면에 어린이가 또다시 새로운 형태 모를 선을 긋고 예기치 못한 색을 칠하도록 독려하기. 그러는 동안 자신의 존재는 날마다 조금씩 밑그림으로 위치 지어지고 끝내는 지우개로 지워지더라도

-2번 문장


위저드 베이커리의 작가 '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


정답: 여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날개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잘 알아야만 합니다.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못했을 테지요

-3번 문장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정답: 남






나는 경험을 통해 지루함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들었을 때 나는 사방이 꽉 막힌 작업공간에서 지루한 노동을 반복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기에 나는 매 작품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그리스비극을 머릿속으로 암송하며 매일매일 끊어질 듯한 숨을 연장하고 있었다.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루함이라는 괴물에 잡아먹혔을 것이다. 잘근잘근 씹히고, 짓이겨지고, 꿀꺽 삼켜지고…… 아니, 나는 사실 매일 죽었다

-4번 문장



젊은 축에 속하고, 젊은 작가상을 받은 정영수의 단편집 '애호가들'


정답: 남






10월의 첫번째 토요일 아침, 나는 좀 늦게까지 잠을 잤다. 조그맣게 알람이 울릴 때마다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가 토요일이라는 걸 깨닫고 안도하며 다시 달콤한 잠 속으로 스르르 빠져들기를 반복했다. 방 안을 채운 공기는 서늘했다. 창밖에서 새소리도 들려왔다. 마침내 가을이 온 것이다. 나는 흡족한 기분으로 솜이불을 끌어당겼다. 지난 6월 말, 여름이 시작될 때 이 가을이 오기를 얼마나 고대했는지. 첫 출근을 준비하던 아침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욕실에서 허리를 숙여 머리를 감으며 모든 일이 끝난 뒤, 그러니까 삼개월 뒤에 똑같이 이 자리에서 머리를 감고 있는 나를 떠올려보았다. 이 순간을 회상하며 그때 그랬었지, 가벼운 감회에 젖은 나를 말이다. 하루하루 지내다보면 어느덧 그때가 되어 있을 거야. 그날 아침 나는 생각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고생 많았어. 나는 스스로 위로했다. 잘했어, 정말.

-5번 문장


역시 젊은 작가상을 받은 '김세희'

위의 작품은 현재 창비에서 온라인 무료 연재를 하고 있음


https://magazine.changbi.com/29%ed%9a%8c-4/?cat=2778



정답 : 여





내 옷을 입은 당신이 저기 걸어간다, 내 옷을 입은 남자를 보는 건 언제나 행복하게 야릇하고, 이 숨막히게 덥고 사람으로 가득찬 광장 속에서 오직 아는 사람이 너뿐이라는 사실이 어이없게 든든한데 그가 다시 돌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나는 언젠가 보았던 것만 같고, 그건 반복되는 토포스거나 사실 나는 당신을 이미 마흔 번쯤은 사랑해본 적이 있는 것이고, 언제나 기대했던 기시감으로 넘쳐나는 지금 이 순간, 그런 기시감과 패턴만을 사랑해왔던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사랑해버린다.

-6번 문장



김봉곤의 '스피드, 여름'


정답 :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