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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본 도서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4.5 / 5 ]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를 읽고나서 일문학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어쩌다 보게된 ‘만엔 원년의 풋볼 속’ NTR에 대한 묘사 발췌 때문에 흥미로움을 느껴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긴 문체, 감각적이고 참신한 비유, 시각적 정보에 대한 오에만의 해석이 가미된 묘사가 입문자들에게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던 것 같습니다만, 극복만 한다면 이만큼 수려하고 흡인력 있는 서술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초반에 이것 때문에 힘들었지만 오히려 매력을 느끼고 완독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수치라면 수치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초장에 땅굴들어가려는 부분에서 집중력 떨어지다가 항@문에 오이 넣고 자살한 친구의 이야기에서 급도로 흥미를 회복하고 재미를 느껴 완독의 동력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수치를 받아들이는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 또한 오에 선생님의 은혜겠지요…
음울하고 냉소적인 미쓰의 내면 모습,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아내의 모습등 전반적으로 배경 자체가 어둡습니다. 본디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하던 차에 이런 서술이나 배경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겨울 산골 마을의 정경과 소리에 대한 묘사가 좋았습니다.
안보투쟁기에 함께하던 이들을 배반하고 이후 미국으로 도피하여 과거의 자신이 함께하던 시위를 자아비판하는 공연을 하며 나다니던 동생 다카시가 귀국하고 생기는 주인공 미쓰와의 갈등구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벌어지는 풋볼팀의 결성과 만엔 원년의 봉기를 다시금 일으키려는 다카시의 행동과 그에 동참하는 마을의 폭력성, 이를 지켜보는 주인공 미쓰와의 마찰. 줄거리는 정말로 반전, 반권위를 지향하던 현대 반성적 일본 지식인으로서의 오에의 생각을 드러내는 한편, 지루하지 않은 전개, 수려한 복선과 복선회수, 수미상관 구조로 독자들을 전개에 몰입시킵니다. 마지막에 피범벅이 된 미쓰와 다카의 대면, 곳간채에서의 대화와 밝혀지는 다카와 여동생의 숨겨진 근찬상간과 이를 외면하고 진실 너머로 묻어버린 다카의 죄책감, 그리고 총기에 의해 석류처럼 깨져 죽은 다카. 종반부에 몰아치는 전개는 왜 그토록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 중반부를 지루해하는 사람들에게 제발 마지막까지 읽어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다카시가 자살하고 난 이후, 마지막 장입니다. 완독 후에 다양한 서평들을 찾아보면서 아내와의 재결합에 불만을 갖는 서평도 보았는데, 사실 그 부분도 불편하지만 더더욱 불편한 부분은 다카시의 자살 이후의 마을과 다카시에 대한 감정이었습니다.
봉기 시기의 주동자였던 증조부의 동생과 스스로를 동치시키던 다카는 자신만의 혁명을 마을에서 일으키려 했습니다. 그런 낭만화된 증조부 동생에 대한 환상과 에너지는 폭력성을 정당화시키고, 마을 청년들을 동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다카는 자신이 자살로 몰아간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이 여전히 남아서 자기 스스로를 파멸시키려는 욕구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주인공 미쓰는 냉소적인 시선으로 작품 내내 시종일관 다카의 비이성적이고 동력조차 빈약한 폭력적 봉기를 관찰자로서 지켜봅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몰입한 독자는 주인공의 시선에서 상상력으로 어설프게 빚어낸 증조부 동생에 대한 환상과 그것을 동경하는 다카를 바라보게 되고 주인공이 찬물을 끼얹는 순간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어린이 같은 다카를 바라봅니다.
주인공 미쓰의 1인칭적 시점에서 오는 정보의 불균형과 몰입감, 다카가 일으킨 사태에 결국 가장 먼저 나가 떨어진 친위병, 모모코와 호시오의 모습, 주인공의 아내를 간통한 다카. 사실 이것들은 모두 후에 고백되는 다카시의 죄책감과 지하실이 나타나며 밝혀지는 증조부 동생의 진실로 형성되는 크나큰 반전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반전들은 마지막 장의 다카시에 대한 ‘재심’으로 이어집니다.
이 ‘재심’에서 개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결말은 주인공 미쓰가 다카에 대해 지닌 오해를 깨닫고, 반성한 뒤 냉소에서 벗어납니다. 이것이 일종의 다카의 죽음으로서 나타난 구@원으로 묘사됩니다. 재심은 주인공 다카에게 새로운 죄책감과 깨달음을 줍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그 수준의 죄책감을 ‘재심’을 통해서 받아야 했는지가 의문입니다.
오히려, 미쓰가 마지막에 다카의 화해 시도를 걷어냄으로서, 다카에게 구@원이 가해졌다고 봅니다.
곳간채에서 벌어진 고해성사로 밝혀진 죄책감과, 왜 마을 소녀의 사고사를 자신의 강간 후 살해로 매듭지으려 했는지가 밝혀졌고, 다카는 다음날 아침의 린치나 사형으로 끝을 기다립니다. 그것을 다카는 속죄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만약 린치에서 살아돌아오거나 사형당하지 않는다면, 지금껏 작은 자기파괴로 죄책감을 무마시키려던 다카의 행위를 반복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히려, 미쓰의 거절을 통해 다카는 고해성사와 여동생에 대한 마지막 속죄를 죽음을 통해 동시에 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다카의 진실 또한 비참했고 비뚤어진 방식으로 이어졌음에도 형인 미쓰와 이어지려던 욕구, 그로 인한 주인공의 죄책감은 씁쓸하지만 이해는 갑니다. 그리고 그 죽음을 통해 가해진 충격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또한 동의합니다. 오히려 이런 ‘다카의 죽음’이 준 구@원적 영향 때문에 다카가 죽는 것이 맞았다고 보구요.
그런데 다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주인공에게 돌리던 아내나, 그 이후의 마을에 대해서는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증조부의 동생은 지하실에서 결국 제대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메이지 유신 시기에 벌어진 봉기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목적 달성에 성공했음이 밝혀집니다. 이것이 반전이 되어 미쓰에게는 일종의 죄책감과 후회로 작용하게 되는데 다카가 저 진실을 알고 있는게 아니고 낭만화된 증조부 동생에 대한 동경만 가진 상황에서 저렇게 된다거나, 저 이야기를 듣고 노선을 바꾼다던가하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을 것이라고 보기에 미쓰의 후회에 대해 동생에 대한 뒤늦은 애잔함이라는 이유 외에는 심정적으로 동조할 부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카가 죽은 것이 메이지 시기의 평화적 봉기와 동치되어, 자살이 가진 속죄로서의 의미가 부각되지 않나 싶습니다.
또다른 의문은, 정말 다카의 자살 이후로 메이지 시기의 평화적 봉기처럼 마을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설령 다카가 증조부 동생과 동치되더라도, 결국 다카를 따른 마을 주민들과 풋볼청년단은 어떤 사상적 기반이나 고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닌, 폭력성이 주는 아드레날린에 의해 행위하고 모두가 분담한 수치와 폭력성으로 옅어진 책임 속에서 동작한 폭도들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그들이 마을의 의원이 되어 정치적 의사를 밝혀낸다고 했을 때, 이들이 정상적으로 갈 수 있을까요? 다카로부터 낭만화된 증조부의 모습, 다카의 죽음으로 일종의 영웅이 된 그런 다카의 유산 속에서 이들이 언제고 다시 분노와 아드레날린을 칼로리삼아 구동되는 폭력기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종국에 염불춤에서 다카의 형상이 추가되었을때, 그것이 다카의 진정한 유산으로서 마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이전의 다카가 들고 나온 염불춤의 형상과 다를바없이 다시금 폭력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심볼이 되어 시체팔이로 후에 폭력의 굴레를 다시금 불러일으킬 불씨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다카가 죽은 후 주인공이 가지는 반성과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한 마을의 묘사는 공감되지 않는 일면이 큽니다. 그리고 반성의 결과로서 이어지는 아내와의 재결합도 뭔가 탐탁치 않은 면이 있더랍니다...
책 자체도 정말 좋았고, 문체며 묘사며, 전개며 결말부의 의문점을 빼면 정말 좋았던 작품입니다.
사실 개인적인 의문점이 남는 결말로 인해 생각해볼만한 지점이 생긴 것도 흥미로웠기에 큰 불편함은 아니었습니다.
근데 도대체 구@원은 왜 검열입니까? 종교 떡밥 때문인가요?
명작이고 매우 맛있는데 개인적으로 금각사가 더 입에 맞는 듯하네요.
뭔가 끝까지 몰아치는 폭풍우 같은게 취향인건지...
긴거 하나 끝내서 다음은 아쿠타가와 단편이나 가와바타 야스나리 '산소리' 읽어볼까 합니다.
'산소리'가 아니더라도 추천하실만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작품이나 다른 일문학이 있으시다면 추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산소리 사양 엔딩과 만엔원년 엔딩을 함께 보면 전후일본을 사는 일본인들의 미래에 대한 태도가 느껴지더라구요
저도 이제 읽어봐야하는데 백석도 동경했다는 이시카와 다쿠보쿠 시가와 소설 어떠신가요
참고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