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의 아기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이 궁금해서 빌려봤어
오멘류의 오컬트 호러라고도 볼 수 있는데, 요새 나오는 미스테리 스릴러 소설들과 달리
이 작품은 기교를 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한 방향으로만 밀고 나가는 소설이야.
이야기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따져보면 젊은 부부인 로즈메리와 우드하우스가 새 건물로 이사가는데
아파트의 주민들은 친절하지만 무언가 수상쩍은 사람들인거지.
로즈메리가 임신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결국.. 이쯤되면 대충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누구나 대충 알겠지만,
어차피 이 작품은 그걸 감추려고도 하지 않으니까. 그 결말에 오롯이 집중하면서 거기 다다르기까지 로즈메리가 겪는 이상하고 무서운 상황들을
묘사하는게 이 작품의 핵심이자 거의 전부이고 그렇게 에너지를 집중한 탓에 단순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잘 읽히는 편인 것 같어.
영화와 비교해보면 로만 폴란스키는 원작을 거의 훼손시키지 않고 존중하면서 약간의 편집만 해놨는데 그걸 굉장히 섬세하면서 효과적으로 해놔서
원작보다 더 나을 정도야 적어도 영화적으로는. 소설을 영화적 비주얼로 거의 완벽하게 묘사하기도 했고.
그래서 영화가 사실 조금 더 뛰어나다고 생각은 하지만 소설도 훌륭한 작품이고 미스테리 오컬트 를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거 같음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이건 사실 예전부터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맨날 대출중이라 꿩대신 닭으로 빌린 거야.
중단편급 소설인데 주인공이 디지언트라는 인간에 가까운 지능과 자아를 가진 애완 동물로 설계된 일종의 디지털 생물을 키우게 되면서
겪은 이야기야. 예전부터 나온거지만 이제 정말로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실제로 겪을 인간과 AI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
어릴적부터 자식처럼 키우고 같이 지낸 AI가 인간처럼 독립된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지, 그런 지위를 준다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언제 주어져야 하는지
AI의 존속을 위해 본질의 일부를 변형하는게 옳은지.
그중에서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인간과 AI와의 감정적인 관계에 대한 거야.
단순히 AI를 훈련시키거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정서적인 유대를 나누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문제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희생 또는 AI의 희생들 같은거.
조금 의구심이 가는건 작가가 인간의 정서적 친구가 된 AI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 묘사를 하고 있는데,
작중 AI의 지적 수준이 유아기-청소년기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거의 배우자-보호자 관계나 다름없게 느껴지거든.
과연 AI의 지적 수준이 인간을 훨씬 상회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런 정서적 유대가 가능할지. 그런 정서적 유대따위 없이 지적 능력만 발전해 인간 수준이 된 AI가 된다면
어떻게 될지 가 궁금했는데
작가는 작중에 정서적 유대없이는 AI가 스스로의 지적능력을 발전시키지 못한다고 설정해두고 있는 것 같아. 이게 과연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건 머지앉아 우리 인생에서 AI와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가지게 될 거고 그에 대해 미리 상상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읽어볼만하지 않을까.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컴공 전공서적인줄..
ㅊㅊ감사요
로즈마리의 아기,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죽음의 키스 모두 스토리 전개가 일직선이죠. 아이라 레빈이 본래 그렇게 글을 씁니다 - 이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해요
테드 창은 처음 읽을 때는 크게 열광했는데, 이제 열광이 잦아든 즈음이라 그런지 조금 심심하더군요. 테드 창 단편집이 새로 한 권 더 나올 예정이어서(당신 인생 이야기 출판사가 바뀌면서 제 2 단편집까지 한꺼번에 계약했다고 하더군요) 그 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좀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