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무엇보다도 경험에 대한 성찰이고 그 성찰을 통해서 삶은 이야기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러한 성찰의 능력을 잃어버린 채 오로지 현재만을 위한 현재를 살아가는 것 같다.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이 정보에서 저 정보로 종횡무진하는 공허한 삶이 일상화된 것이다. 항상 새롭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쏟아내는 숏폼이 새로움의 감각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러한 자극은 이미 삶에 깊게 배어 있어 타성을 없애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오로지 한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이 정보에서 저 정보로 이동할 뿐이다.
<서사의 위기>는 이렇게 정보화된 사회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능력, 이야기하는 힘에 관해 역설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이야기가 점차 어떻게 변질되어 갔는지, 그리고 근원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재고하게 해 준다. 스스로의 서사를 상실한 채 내적인 빈곤함을 외적인 자극으로 메우는 게 대세인 오늘날, 서사의 위기와 역할에 대한 자문은 어쩌면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 읽는 도중 마르케스가 한 말이 생각났다.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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