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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 등의 대표작을 쓴 가즈오 이시구로의 단편집이다. 어어어엄청 유명한 작가고, 전부터 한번쯤 읽어보자고 생각한 작가고, 심지어 집에 앞서 언급한 두 권의 대표작도 있었지만... 앞 부분 몇 장 읽다가 자꾸 튕겨져나와 미루고 또 미뤘던 가즈오 이시구로. 그러다 <녹턴>이 재밌다는 첩보를 듣고는 황급히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은 총 5편이고, 그 소재는 모두 음악과 사랑이었다. 평소 음악의 즐거움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편이기에, 인물들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흠뻑 느끼기엔 미묘했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음악에 대한 광적인 사랑은 느꼈다;;) 또한 사랑에 대해 열정적인 찬사나 희망보다는 사랑의 위기와 이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다수였다. 그 이야기들에 자리하는 감성은 마치 아주 미지근한 물에서 목욕을 하는 것과 흡사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덤덤한 슬픔이 있다면 이 소설에 있지 않을까?

문장 또한 몹시 직접적이고 극도로 간결하고, 인물들의 심리는 직관적이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선형적이다. 다만 읽으면서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란 추측이 무색하게 흘러간다. 그러고는 뭔가가 뒤에 더 있어야 할 것 같은 지점에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러한 특징들은 앞서 말한 '세상에서 가장 무덤덤한 슬픔'의 무덤덤함을 배가한다.

지금껏 실컷 떠든 이야기만 보면 아주 존재감이 희미한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재밌게도 이 작품은 바람빠진 풍선에서 점점 공기가 차올라 두둥실 떠올라 큰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 책이 다른 단편집들과는 달리, 모든 작품이 균일한 특성들을 지녔다. 이런 특징은 수록된 각 작품들이 마치 서로 다른 악기가 되어서, 하나의 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져서인 듯싶다.

돌이켜보면 읽는 순간에는 내내 쉽게 읽었다. 특유의 유머감각이 내 취향인 것도 있었으나, 그만큼 친절하게 쓰여진 글이면서, 극도로 자제된 묘사와 서술이 일정한 내적 속도를 만들고, 특별함을 배제하고 평범한 것(사람)들로만 내용이 이어지고...

그렇게 이 책에 대한 생각을 이어나가니, 소설가의 압도적인 기본기가 느껴져 압도되었다. 극한까지 밀고나간 기본기는 결코 기본이라 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무언가니까.

단편집은 여간하면 각 작품에 대한 촌평만 남기고는 '잘 읽었다'하고 넘어가는 편인데, 이 작품은 전체로 느낄 때야 비로소 진가가 느껴지기에 총평으로 쓸 수 밖에 없었고, 자꾸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소설쓰기 공부가 필요할 때, 훌륭한 지침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남아 있는 나날이랑 나를 보내지 마는 한참이나 뒤에 읽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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