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한 가지 불행만 있다. 자신에 대한 애정을 상실하는 것이 그것이다. 자기 자신이 더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아, 그동안 나는 그것을 얼마나 또렷이 느껴 왔던가! 그 밖의 모든 것은 삶의 유희이자 다채로움이다. 다른 고통에서는 아주 훌륭하게 자기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고, 멋지게 자신을 예외로 만들 수 있다. 너 자신을 한심하고 역겨운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너 자신과의 불화이자, 고통스러운 양심의 가책이자, 허영심의 몸부림이다.


"대단해! 아주 쾌적하게 살고 있군. 누구 눈치도 안 보고 독립적으로 말이야. 안 그래? 정말 자유로워 보여! 그래, 자네가 옳아! 어차피 한 번 뿐인 인생 아닌가? 확실히 자넨 나보다 똑똑해. 나도 시인하지. 자넨 항상 천재였다고!"

그전까지 나를 언제나 행복하고 우월한 인간으로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던 친구가 이제는 나를 꿰뚫어 보고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 보고, 차갑게 변하고, 외려 자신이 우월한 듯이 굴고, 이 자리가 불편한 듯 안절부절 못하다가 마침내 얼굴 가득 경멸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던지! 그는 예정보다 일찍 출발했다. 다음 날 몇 줄 휘갈겨 쓴 편지가 인편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 떠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한 문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기에 남에 대해서는 진지한 의견을 갖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크게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너 스스로 존중하는 만큼 너를 존중한다.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라. 뻔뻔할 정도로 확신을 보여 주고,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버려라. 너를 경멸할 만큼 도덕적인 사람은 없다. 네가 너 자신과 하나 되지 못하고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만족감을 잃으면 그리고 스스로를 경멸하는 모습을 보이면 남들도 당연히 너를 그렇게 대할 것이다. 나는 그 점에서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