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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락갤에 올릴까 하다가 명색이 독후감이기도 하고 포락갤은 눈팅만 하던 터라 여기에 올립니다.)
글을 쓰기에 앞서 '짐 모리슨'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됐을 때를 생각해 본다. 정제되지 않은 야성적인 보컬, 술 냄새가 나는 음악, 빠르게 연소한 생애, 무엇보다 남자가 봐도 잘 생긴 얼굴이 빠르게 각인됐다. 도어스의 1집은 로큰롤에 막 입문한 내게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곧 그 앨범을 자주 듣게 됐다. 그러나 단순히 '사이키델릭 록'에 속하는 음악일 뿐, 도어스와 짐 모리슨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생각한 바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밥 딜런의 가사집을 읽으러 갔다가 근처에 짐 모리슨의 평전이 있는 것을 보았다. 모종의 운명을 느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짐 모리슨에게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길 위에서」의 딘이 음악의 길을 걸으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이 표현은 마냥 좋은 표현은 아니다. 나는 짐이든 딘이든 한껏 취한 채로 사는 삶에 거부감을 느낀다. 가식이 없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아주 솔직하게 남도 자신도 해치는 태도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그를 디오니소스로 추앙하는데, 물론 짐 본인이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소 과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반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짐 모리슨을 멋진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책을 읽고 나서 동경이 더욱 강해졌다. 절대 닮고 싶지는 않지만 우러러보게 되는 존재라고나 할까.
그는 록스타이기에 앞서 견자(見者)였다. 청중들이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미리 그 세계를 목도하고 그곳으로 이끄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도어스의 목표였다. (도어스라는 이름 자체가 '인식의 문'이라는 표어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음악을 단지 '듣기 좋은 음들의 배열'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어스는 여행의 수단이 되는 음악을 제시한 셈이다. 물론 그들 자신은 그런 음악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세계를 미리 체험하기 위해 마약과 술에 절어있었으므로 올바른 영향력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을 확장하려는 시도에는 도무지 반기를 들 수 없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것들이 있죠.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그리고 그 사이에 문들이 있습니다. 그게 우리예요." 인간의 의식과 문화가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은 한없이 넓어질 수 있고, 도어스는 인간의 지평을 충분히 발전시켰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분위기가 훌륭하기는 하지만 난해하던 「The End」를 다시 들어보았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대한 솔직한 발설, 청자를 어디론가 잡아끄는 것 같은 끈적하고 몽롱한 연주… 아마 이 곡을 음원이 아니라 라이브로 들었더라면 나도 짐 모리슨이 보았던 무언가에 도달했을지도 모르겠다. 도어스와 짐의 선지자적인 면에 깊은 인상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죽음을 옹호할 방법은 찾지 못하겠다. '시드 비셔스보다 나은 정도'라고 하면 그나마 최선의 옹호인 것 같다. 그의 죽음을 미스테리 내지는 신화로 포장하려던 저자들의 시도는 내게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 짐의 삶은 술과 약 없이 설명할 수 없었고, 그런 삶은 생명보다는 죽음에 가깝다. 그의 요절은 감성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당연한 것이었다. 다만 그의 죽음을 변호할만한 아이디어는 떠오른다. 짐은 일찌감치 인기에 염증을 느꼈다. 계약들과 원치 않는 스캔들은 무엇보다 자유를 추구하던 짐에게 족쇄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목표를 가졌던 짐에게 창의성의 고갈 또한 부담이 됐을 것이다. 한 문을 열었다는 것은 곧 앞으로 열 문이 하나 줄었다는 뜻이고, 도어스는 1집과 2집에 걸쳐 이미 많은 문을 열어버린 상황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언론이 그를 살해한 주범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타인을 글 한 바닥으로 규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얼마나 부조리한 일인가. 그런데 짐의 실수들은 글 쓰는 파리들이 꼬이기 딱 좋은 조건을 조성했다. 자아를 뜯어먹히기 딱 좋은 요건이었다. 물론 짐 자신의 책임이 정말 크기는 했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그때나 지금이나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 언론의 폐단에 짐의 삶보다 더 큰 혐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짐이 잘 나갈 때는 온갖 좋은 소리만 늘어놓더니, 짐이 추락하니 바로 붙잡아 십자가에 못박은 꼴이 아닌가.
이렇듯 짐 모리슨의 일대기는 명암이 극명하다. 선각자로 나선다는 것은 곧 사람들에게 추앙과 공격을 모두 받는다는 것이다. (보통은 후자가 많다.) 그가 새로운 세계를 찾은 방법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예술로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연다는 그의 목표는 동경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자극적인 간식거리처럼 다룬 대중매체에는 유감을 느낀다. 짐은 이미 허무하게 죽었고 그의 삶에 새삼 다시 불을 붙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살면서 한번쯤은 볼만한 불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현실을 사는 데 큰 의미를 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해로울 여지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꼭 봐야 하는 유황 불꽃처럼 짐 모리슨을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짐 외의 다른 멤버들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다. 레이의 키보드 연주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존과 로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몇몇 곡들이 로비가 작곡한 것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존은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도어스의 한 자리를 묵묵히 차지하며 그들의 아이디어가 배양되는 것을 도왔다. 짐이 죽은 후 도어스가 앨범을 두 장 낸 것으로 알고 있다. 평가는 별로 좋지 않은 듯하지만,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언젠가는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남은 사람들이 열어젖힌 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예술인들 평전이나 이런거 읽는거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
도어즈 맨 처음 합주할 당시에 각자 곡 써오라고 했는데 짐이랑 로비만 써왔다고 함. 짐이 쓴 게 The End고 로비가 쓴 게 Light My Fire. 생각해보니 이것도 평전에 나오겠구나.
로비 크리거가 작곡 지분이 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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