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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베라르디, 미래 이후



대체로 철지난 시대에 쓰인, 어느새 익숙해진 담론들이지만, 그 닳고 닳음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묘하게 다가옴



에세이 선집이다 보니 파트별로 편차가 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바로크 분석과 00년대 이탈리아 정치판을 엮는 부분이 좀 볼만했음


바로크 미학의 핵심인 '관점들의 증식'을 렌즈 삼아 경제적 준거의 위기(가치≠노동시간)와 기호적 지시의 위기(기호≠의미)가 동시에, 그리고 같은 논리로 발생한다는 진단


이를 00년대 베를루스코니 집권기라는 증상으로 향해 격식과 당위에 목매어 되려 보수적으로 변해버린 구좌1파의 실패를 조명하고, 스펙터클의 과잉과 실리적인 물밑 작업을 병치시키는 베를루스코니의 정책 추진을 해부하며 임상으로 전환


정직하다고 해야할지, 베라르디는 만물 파시즘 운운하는 게으른 길을 택하지 않고, 또 마피아 체제라고 규정하는 지역주의로 환원하려 들지도 않음


단지 조금 뻔하면서도 우울한 톤으로 가스처럼 퍼진 신자유주의와 미디어 포퓰리즘의 교접을 훌륭하게 수행한 실험실이었다며 담담히 정리할 뿐



뒤이어 근현대 이탈리아 역사로 시야를 넓히며, 조소와 애수가 다소간 뒤엉킨 마무리를 이어감


이탈리아의 자기인식은 비겁함과 자기경멸의 혼합물일뿐


자신들의 여성성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않고, 대안이랍시고 있지도 않은 남성성을 어줍잖게 밀어붙인 끝에 얻은건 파렴치하고 희극적이며 시시한 모험들


"근대 이탈리아 역사는 리소르지멘토, 파시즘, 민주주의 공화국의 우스꽝스러운 선언들을 덜 진지하게 취급하면서 서술되어야 한다"



그 이전의 저술들에 비하면 '멜랑콜리적 전회'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이 분야의 아이콘인 마크 피셔보다는 후기 보드리야르 에세이들의 삐딱한 어조와 말년 들뢰즈의 수도승 같은 음색이 뒤엉킨 맛


최근 인터뷰들 훑어보면 동북아의 히키코모리 현상을 자주 인용하던데 각잡고 단행본으로 써주려나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