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헤겔의 관점
존재와 비존재는 빛과 그림자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실재의 두 가지 상호 보완적 구성 요소일까?
순수한 존재와 순수한 비존재는 두 개의 추상이며, 그 둘의 결합만이 구체적인 실재의 바탕에 있을까?
사르트르는 이것(두번째 문장)이 헤겔의 관점이라면서 헤겔의 방식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함.
먼저 헤겔의 논리학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데, 사르트르의 체계와 연관지어 설명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서론VI ~ 1장 1부 II 까지의 내용에 적지않은 영향을 줬다는 게 느껴짐.
사르트르가 헤겔의 논리학, 정신현상학, 소논리학 내용에 대해 인용을 많이 하는데, 헤겔의 관점을 정리하면
a) 논리학에서 사유는 사유 자체의 것이자 사유에 의해 산출된 내용 외에 다른 내용을 갖지 않는다는 방식으로 파악된다.
b) 하부의 항(개념의 관점에서) 각각은 상부의 항에 의존하며, 이것은 추상적인 것이 구체적인 것에 의존하는 것과 같다.
c) 진실로 구체적인 것은 자기의 본질을 지닌 존재자이고, 그것은 모든 추상적 계기를 총합함으로써 생산된 총체성이다.
d) 본질은 존재와 관련해서 매개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럼에도 본질은 참다운 근원이다. 존재는 그 기초로 되돌아간다. 존재는 본질을 향해 자기를 초월한다.
e) 존재는 진리의 관점에서 직접적인 것으로 제시된다.
f) 논리학의 시초가 직접적이어야 한다면, 존재에서 시초를 발견할 수 있다.
g) 이 존재는 모든 규정에 앞서는 비규정성이자 절대적인 출발점으로서의 비규정적인 것이다.
h) 이 순수한 존재는 순수한 추상이고, 따라서 절대적 부정이다. 이 절대적 부정이 그 직접적인 계기에서 파악된다면, 그 역시 비존재이다.
즉 무도 비규정적이니까 존재와 무의 차이는 하나의 규정된 차이가 아니므로 차이를 지칭할 수 없다는 것.
헤겔의 귀결은 사르트르의 관점과 비교하면 너무 틀어져 있음.
가장 적나라한 부분이 c인데, 사르트르는 본질의 위,상을 격하시켜 외현에 편입시켜 이원론을 일원론으로 일축한 반면(아마 서론I에서) 헤겔은 본질의 위,상을 격상시켰음.
2. 사르트르의 비판
사르트르가 헤겔에게 하는 지적은 "존재가 존재자의 하나의 의미로 환원된다는 사실"임.
이후 헤겔의 철학을 다채롭게 비판하는데, 그 중에서도 오성과 양의성 부분이 흥미로움.
우선 순수한 존재가 오성에 의해 파악되고, 그 규정들 자체 속에 고립되어 고정되는 것은 인정하지만, 오성의 능력을 한정짓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품음.
그리고 양의성에 대해 설명하는데, d처럼 존재가 본질을 향해 자기를 초월하는 상태에서 존재는 오성의 규정들에서 벗어남이면서도 그 기원으로서 있는 그대로 오성에 나타나야 함.
이제 헤겔의 존재와 무에 대한 주장에 대해 검토함.
헤겔에 따르면 "존재와 무는 두 상반자(deux contraires)를 구성하고 있으며, 고찰된 추상의 수준에서 그 차이는 하나의 단순한 사념에 불과하다."
사르트르는 이에 대해 비존재가 존재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존재의 모순 개념이라는 부분을 지적함.
즉 무는 존재에 대해 논리적으로 후속적이며, 따라서 존재와 비존재가 동일한 내용의 개념일 수는 없다.
근거는 비존재가 존재와는 반대로 정신의 환원 불가능한 진행을 전제하기 때문(무는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이 존재를 전제해야 하기 때문).
여기서 사르트르는 헤겔이 존재에 대한 정의에 부정을 끌어 넣었다고 하는데, h(순수한 존재는 절대적 부정)에서 드러남.
하지만 헤겔의 부정은 모든 규정과 모든 내용의 부정일텐데, 그 부정은 적어도 존재가 있다고 '긍정'함으로써만 가능함을 지적함.
사르트르의 비판들을 읽어보면 절반 정도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절반 정도는 지가 만든 개념과 체계에 정합되지 않으니까 틀렸다 이런식이 꽤 있음. 서론에서 기독교 비판할때도 그랬었고.
아무튼 결론적으로 사르트르는 헤겔을 여기저기 까내리면서(심지어 부정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말장난만 있을 뿐이라고 비난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림.
존재는 모든 규정에 대해 텅 빈 것(g)이고, 비존재는 존재에 대해 텅 빈 것이다. 즉 존재는 존재하고, 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3. 귀결
다시 정리해 보자. 무는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이 존재를 전제해야 한다 <<< 이게 중요함.
결국 부정하는 것은 그 존재 이전에 어떤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이고, 모든 부정은 한정이며, 무에 (존재라는)기초를 부여함을 의미함.
그리고 무가 자신의 효력을 구체적으로 끌어내는 것은 무로부터라고 이해해야 함(존재로부터가 아니라 무로부터인 이유는 비존재의 초현상성과 무화작용의 직관됨 때문)
따라서 무는 존재에 붙어 다니며, 이것은 "존재가 생각되기 위해 무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으며, 존재에서 무의 최소한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 없이 이 존재 개념을 철저하게 검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귀결이 중요한 이유는 존재와 무를 한꺼번에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접근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런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덜어졌기 때문)
마지막 귀결은 중요해보여서 그대로 발췌
"하지만 그 반대로 존재하지 않는 무는 하나의 빌려온 존재만을 가질 뿐이다.
무가 자신의 존재를 받는 것은 존재로부터이다.
무가 가지고 있는 존재적인 무는 존재의 한계 안에서만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존재의 전적인 소멸로 비존재의 지배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존재의 전적인 소멸과 함께 무의 소멸이 있게 될 것이다.
비존재는 존재의 표면에서만 있을 뿐이다."
그동안 내용을 하나하나 잘 짚어왔다면 당연한 말이긴 함.
왜 하이데거 아류 수준의 평을 받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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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어질하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