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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한 남자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그 후에 그의 삶을 한 장면씩 돌아보게 된다.

필립 로스는 우리가 모두 외면하고 싶어하는 사실을 어찌보면 냉정하고도 무미건조하게 써 내려간다.

세세한 심리묘사와 담담하게 내뱉듯이 툭툭 던지는 진실들.

"노년은 전투예요. 이런게 아니라도, 또다른 걸로 말이에요. 가차없는 전투죠. 하필이면 가장 약하고,

예전처럼 투지를 불태우는 게 가장 어려울 때 말이에요."

그는 사회적으로 큰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비교적 성공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가정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3번의 결혼과 이혼을 했으며 자녀들과 사이가 좋지도 않았다. 그는 외로운 노년을 보내지만 그의 딸 낸시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묘했다. 그는 낸시의 말에서 그렇게 큰 위로를 얻으면서도 낸시가 자신이 무슨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는

잠시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위로를 얻고자 하는 소망은 하찮은 것이 아님을 그는 깨달았다. 더구나 기적

적으로 아직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서.

노인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아무 힘도 없는 노인이 되면 자신을 따뜻하게 사랑해주는 사람, 그 소중함과 행복을 진정으로 느끼는 것 같다.

실버타운의 노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평등하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그들이 가진 것들, 누렸던 과거의 영광 따위는 모두 하찮게 느껴졌던 것이다.

또한 건강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암으로 고통받고 있던 밀리선트 부인은 결국 수면제를 먹고 자살한다. 실버타운의 노인들은 더 오랜 삶을 누리고 싶어하지만 병마가 주는 괴로움은 삶보다 죽음을 택하게 만들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그것은 진실이었고 또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가 본 것은 잠들어 있는 나이든 여자의 높은 돋을새김 윤곽이었다. 그가 본 것은 돌이었다. 그 무겁고,

무덤 같고, 돌 같은 무게는 말하고 있었다.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 그 이상이 아니다.

Everyman 은 어릴 때 일을 도왔던 아버지 보석가게의 이름이었지만 나는 'Everyman dies'로 해석했다.

사람들은 제 각각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예외없이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죽음은 도처에 널려 있다.

나도 죽음 앞에 인간은 무기력하다고 허무함에 빠진적이 있었다.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는 것이다. 나는 죽음 또한 자연의 섭리이며 결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삶에 집착이 강한 나의 작은 희망사항이다.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주제인 죽음을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 책이었다. 로스는 죽음을 묘사했지만 밑그림만 그렸을 뿐 채색은 우리 몫으로 남겨두었다. 다음 번에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주관이 담긴 책들을 읽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만의 답을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