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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묵은지가 좀 땡겨서 급하게 단편소설집을 좀 주문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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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도 빵빵해서 바로 만족스럽게 페이지를 넘겼다


1. 김동인 <배따라기>, <감자>


사실 김동인의 작품을 읽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했고


오히려 김동인의 삶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일제 찬양 같은 내용이 써있으면 어쩌지 싶었는데


<배따라기>에선 그러한 걱정이 무색하게


다양한 미문과 옛말들이 날 친절히 반겨주었다


나보코프의 중후하고 서늘한 인상의 문장이나


유키오의 가늘다 못해 연약하기까지한 문장들과 달리


토속적이고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한듯한 김동인의 탐미주의는


풍경이 지극한 감탄으로 둘러쌓인 모습으로 이 소설에서 나타난다


이 작품은 바로 뒤의 <감자>와도 비교되는 것이


이 소설이 오해로 점철된 삶을 아름답게 그려냈다면


그 비극 자체를 아름다운 문체로 꾸미려고 노력했다면


감자는 무서우리만치 절절하게 등장인물이 망가져가는 과정을


조명하며 날 것의 비극을 그려내려 했기에 그렇다


이런 재능을 두고도 친일파로 전향했음이 이광수와 달리


서정주 다음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잠깐 들긴했지만


정반대의 인상을 지닌 다음 작품덕에 바로 잊어버렸다



2. 현진건 <빈처>, <B사감과 러브레터>


<빈처>는 현진건의 대표작인 운수 좋은 날과 유사하게 느껴지는 작품으로


한 가난한 작가의 시점으로 때론 뻔뻔하게 때론 뇌우치듯이 아내의 헌신을 묘사하며


기뻐하고 슬퍼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는 모습을 통해


운수 좋은 날이 불우한 시대상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이 작품은 그 시대의 개인을 아주 세밀하게


그리고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이라고 느꼈고


<B 사감과 러브레터>는 굉장히 재밌는 코미디 단편이라


길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이 잠깐 읽어보길 바란다



3. 나도향 <물레방아>


나도향이라는 작가를 접해본건 이 작품이 처음인데


소설이 지닌 감성 자체가 굉장히 가냘프고 빠르게 절정으로 치닫는


못쓰면 끔찍하고 잘쓰기 힘든 느낌이였고


그 외엔 이렇다 할 특징은 없었으나 흡입력은 있어


꽤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최영택 <화수분>


전에 읽었던거라 이번엔 안읽었고


재밌었던 것 같음



5. 최서혜 <탈출기>, <홍염>


최서해의 작품을 문체나 기교면에선 일반인의 습작 정도고


진정성 면에서 뛰어남을 보이기에 높게 친다 하였는데


위의 의견엔 반만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음


문체나 기교가 김동인등의 동시대 작가에 비해선 딸리지만


일반인의 습작 같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모자라진 않았고


진정성 면에서도 기교가 없기에 그 생생함이 잘 전달되는듯함


그런면에서 <탈출기>는 짧은 분량임에도 작가의 설움이 느껴지는


정말 잘 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홍염은 잘 모르겠다



6. 채만식 <레디메이드 인생>


빈처 다음으로 좋았던 작품


채만식은 태평천하에선 대놓고 풍자를 했었고


이 소설에도 무능하고 게으른 소위 예술가라 부르는 이들과


부유함에 젖어 농민의 처지엔 관심 없이 계몽만을 부르짖는 이들을


한 군데에 모아 비판하며 당시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데, 드디어 레디메이드 인생이 팔렸다는 그의 말은


아들을 인텔리로 키우지 않아 제 2의 자신을 만들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며


이제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다고 안심한 의미처럼도 느껴지기에


짧은 단편임에도 여러모로 생각할 점이 많은 작품이다



모두 다 뛰어난 작품이였던 것 같고


현진건은 내 기억으로 저작권 말소라 무료로 볼 수 있으니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