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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티부르주아 사회주의 선언”을 읽고

보편으로 향하는 특수의 길

프티부르주아 사회주의 선언 - 추이즈위안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우리의 기존의 이해에 따르면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 이후 중국 사회는 재빠르게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변화했다. 중국 공산당측에서는 중국의 경제체제가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시장경제' 라는 독특한 경제체제라고 주장하며 사회주의로의 길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 길로 더 나아가기 위한 단계라고 주장하지만, 개혁개방 이후로 심각해진 사회 양극화나 농촌 농민에서 도시 노동자로 흘러들어온 이른바 '농민공' 문제를 생각해보면 여전한 의구심이 든다.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 질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우리가 중국을 인식할 때, 항상 서구라는 창을 통해 이해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도 굉장히 가까운 나라임에도 중국에 대한 인식은 언제나 서구중심적인 편견에도 헤어나오지 못한다. 중국 내부의 논리로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더라도 우리만의 독창적인 이해조차 매몰된 채 서구가 중국에 가진 편견만을 흡수하고 강화하는 형국이다. 이는 좌우를 막론하고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은 훨씬 역동적인 국가다. 단순히 서구가 정해놓은 '민주/독재', '사회주의/자본주의' 라는 틀로는 중국을 이해하기엔 너무 협소한 접근이다. 중국의 정체성을 특정짓는데 있어 위에 말한 '민주/독재' 나 '사회주의/자본주의' 라는 틀로는 함부로 확정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민주적 독재' , '사회주의 시장경제' 와 같은 언뜻 서로 어울리지 않는 수사들이 현재 중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어느정도 정확한 감이 있으며, 이렇듯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오늘날 중국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일단 저자가 중국인이라는 점은 우리가 기존의 지니고 있던 선입관을 어느 정도로나마 해소시켜줄 수 있울지도 모른다. 저자 추이즈위안은 9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신좌파' 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자본주의화를 비판하며 중국만의 독자적인 길을 터놓는 데 이론적 공헌을 하고 있다. '프티부르주아 사회주의 선언' 은 그가 소위 말하는 '중국식 모델' 을 분석한 글들을 모아놓았다.


추이즈위안이 중국식 모델을 분석하면서 먼저 제시한 틀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프티부르주아' 이다. 프티부르주아는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사이 껴있는 계층으로서 체제에 순응적이지만 언제나 프롤레타리아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기에 불안감을 느낀다. 엥겔스 등을 비롯한 여러 사회주의자들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프티부르주아 계층이 소멸할 것이라 예측하고 큰 관심을 쏟지 않았지만 저자는 오히려 프티부르주아 계층이야말로 중국 사회주의의 기반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프티부르주아 사회주의' 다. '자유사회주의' 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는 이 이념으로 저자는 프루동, 밀, 게젤, 미드, 페이샤오퉁, 웅거 등의 이론들을 통해 중국 체제를 분석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페르낭 브로델의 주장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다르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브로델에 따르면 시장경제는 실재적인 교환으로 경쟁적이고 투명한 차원의 교환이라면 자본주의는 더 고차원적이고 복잡하고 억압적이다. 후자는 원거리 교역이나 금융투기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본질적으로 반시장적인 성격을 띤다.


프티부르주아 사회주의에 대한 저자의 기대가 집중된 곳은 충칭시다. 아예 책의 2부는 충칭의 개혁을 다루면서 충칭시의 경험을 중국의 대안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충칭시 개혁의 주된 요소 세 가지, 각각 지표거래, 국유부문과 민간부문의 공동 발전, 10대 민생공정을 뽑는다. 먼저 지표란 사용하지 않는 농민의 주택, 향촌기업, 공공시설등 농촌의 건설용지를 농경지로 전환함으로 확보되는 건설용지의 활용지수다. 여기에 충칭시는 농촌토지거래소를 설치해 확보한 건설용지를 필요한 대상과 거래한다. 이 제도의 장점은 사용하지 않는 건설용지를 농경지로 전환하고, 도시의 중심지에 멀리 떨어진 낙후된 지역 또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농민공들의 신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농민공들은 농민이라는 신분때문에 도시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향유하기 어렵다. 이에 농민공들이 자신이 가진 토지를 내놓으면 농민공은 도시에 주민등록을 할 수 있고 토지개발권을 제공한 대가에 따라 수익의 85%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시에서는 이렇게 얻은 토지로 주택을 마련하지 못하는 농민공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건설하여 농민공의 주거문제를 해결한다.


또 하나의 요소인 국유부문과 민간부문의 공동 발전을 보면, 국유부문이 성장하면 민간부문은 그만큼 위축된다는 기존의 통설이지만 충칭시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국유자산의 가치가 증대해도 민간재부가 줄어들긴 커녕 오히려 더 확대되었다. 이는 충칭시가 시의 국유기업을 통해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투자하여 국유자산의 가치를 증대시킨 덕분에 기업과 개인에게 과도한 소득세를 지우지 않아 기업과 개인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던 덕분이다. 중국 당국에서 주장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무엇인지 충칭시가 확실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마지막 요소인 10대 민생공정은 위 두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중국 공산당 측에서 주장하는 대중노선,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를 발휘하기 위해 민생 대탐방, 빈농자매결연등을 통해 기층 인민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며 대중노선을 실현시키고자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이 보편에 대한 저자의 정의다. 저자는 보편이란 '인간의 자기긍정' 이며 무한이라는 특징을 갖는데, 이 무한은 수량, 길이, 무게로도 나타낼 수 없으며 그렇기에 보편 또한 확실하게 단정지을 수 없다. 그렇기에 보편은 언제나 특수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저자는 이러한 보편과 특수의 관계를 통해 서구에서 나타난 서구중심주의와 문화상대주의를 비판한다. 서구중심주의는 하나의 특수를 보편이라 주장하고 문화상대주의는 특수만을 고집할 뿐 보편을 외면해버린다. 이 두 가지 관점을 초월해 제 3세계는 '인간의 자기긍정' 을 바탕으로 '불가피한 진보' 가 아닌 '가능한 진보'를 꿈꿔야 한다. 중국의 욕망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