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생각이나서 독갤평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혹평이 많아서 놀랐다.
그 정도로 별로였나 싶어 ebook으로 다시 읽어봤지만 나는 좋은 단편이라고 생각함.
혹평은 대체로 무미건조하다. 슴슴하다. 문장이 별로다. 같은 의견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들이 이 단편의 어느 부분을 보고 그렇게 느꼈는지는 어렴풋이 느껴졌으나 공감할 수는 없었음. (특히나 앞쪽의 의견에는)
이 단편의 매력은 평범한, 혹은 훌륭하기까지한 어느 한 남자의 인생을 의도적으로 건조하고 생경한 시각에서 묘사하여 이질감과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함.
주인공은 6인 대가족의 막내로 태어나서 성실하게 살았고, 그 결과 훌륭한 직장을 가지게 되었음. 도덕적으로 해이한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마약이나 유흥을 즐기는 직장동료를 (마음속에서나마) 비판할 정도의 윤리관을 지녔으며, 이성을 대하는 태도도 다소 계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언정 작중에서 묘사되는 내용만 봐서는 사이코패스라거나 한1남 재기하라는 비난을 할수도 없다.
그런데 이런 주인공의 사고를 외계인 생태 묘사하듯이 감정과 동기를 생략한채 결과적으로만 묘사하니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나 인조인간처럼 느껴지는점이 재밌다.
이런 이유없는 불안감에 일조하는 것이 드라이브 중의 고무신 사건. 남자의 행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왠지 남자 때문에 비극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여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이며 읽었음.
중간중간 나오는 표현들도 재치있고 세련된 감각이 느껴져 나는 좋았다. 좀 시니컬한 면도 있고 반골기질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그는 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존재를 추정해야 했다. 그건 천체물리학자나 발명가의 일과 같았다."
- 자신의 이상형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정해진 결론에 봉사하도록 숫자를 가공하는 일이 그의 몫이었다. (중략) 신입 사원다운 아이디어는 직무 연수 시절에 작성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았다. 상사와 동료들은 그가 내어놓은 숫자에 만족했다."
- 대학시절 통계학 교수의 말을 떠올리며
결국 무엇하나 극적인 사건은 없이 끝났지만 나는 그게 더 좋았다. 괴물의 정체가 드러나면 더 이상 공포영화가 무섭지 않은 것처럼, 사건없이 끝났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여운이 남았달까.
남자가 아주 건조한 인간은 아니라는 묘사도 중간중간 들어있어 종합견과 속 요거트볼처럼 리프레쉬되는 점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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