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반성 39 


오랫만에 아내를 만나 함께 자고 

아침에 여관에서 나왔다. 

아내는 갈비탕을 먹자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갈비탕을 한 그릇씩 먹었다. 

버스 안에서 아내는 

아아 배불러 

그렇게 중얼거렸다. 

너는 두 그릇 먹어서 그렇지 

그러자 아내는 나를 막 때리면서 웃었다. 

하얗게 눈을 흘기며 

킥킥 웃었다.



반성 72 


나는 대변을 보는 게 아니라 

밀어내기 하는 것 같다. 

만루 때의 훠볼처럼 

밀어내는 것 같다. 

죽기는 싫어서 억지로 밥을 먹고 

먹으면 먹자마자 

조금 있으면 곧 대변이 나온다. 

안 먹으면 안 나온다. 

입학도 졸업도 결혼도 출산도 

히히 밀어내는 것 같다. 

먹고 배설해 버리는 것 같다. 

사랑도 이별도 

죽음도.



반성 94 


괘종시계가 네 번인가 울렸다. 에밀레종처럼 엄마-- 하고 울리는 것 같다. 그 여운이 뭉클 가슴을 또 울린다. 어디 종 만드는 데 있으면 나를 집어넣고 싶다. 술취한 나를 

집어넣고 만든 그 종이 어디선가 울린다. 

문법에 맞지도 않는 엉망진창의 여운이 비명처럼 신음소리처럼 울린다. 

이 세상 사람들을 다 집어넣고 만든 

이 세상만한 종이 울린다. 

재잘재잘, 쫑알쫑알, 씨팔씨팔, 미안해, 이놈, 여러분, 사랑해, 까불래? 죽여 버려, 여관 갈까? 용서를, 어쩌구저쩌구...... 

영원히 그치지도 않는 긴 여운. 

처음에는 그저 쿵- 이었는데 왜 이렇게 길까. 

자자.



반성 591 


둥글게 둥글게 라는 노래는 

둥글게 둥글게 하고 난 다음 

휴지되는 한 박자에 짝 하고 

박수를 한 번 친다 


둥글게 둥글게 

짝 

둥글게 둥글게 

짝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짝 

손뼉을 치면서 

짝 

노래를 부르며 

짝 

우리 모두 즐거웁게 춤추자 

짝 

링가링가링 가 링가링가링 

링가링가링 가 링가링가링 


둥글게 둥글게 노래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따귀를 맞아본 적 있는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 받으며 

따귀를 맞아 본 적 있는가 

링가링가링 가 링가링가링 

살찐 여자 벌거벗겨 놓고 

간지럼시키는 소리내며 

따귀를 맞아 본 적 있는가 

간지럼타는 여자 흉내내며 

히히히힉 그만 그마안 

따귀를 맞아 본 적 있는가 

둥글게 둥글게 

짝 

코피가 터져 본 적 있는가



반성 21 


친구들이 나한테 모두 한마디씩 했다. 너는 이

제 폐인이라고 

규영이가 말했다. 너는 바보가 되었다고 

준행이가 말했다. 네 얘기를 누가 믿을 수 

있느냐고 현이가 말했다. 넌 다시 

할 수 있다고 승기가 말했다. 

모두들 한 일년 술을 끊으면 혹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술 먹자, 

눈 온다, 삼용이가 말했다.



반성 793 


TV의 프로그램도 제공하는 스폰서가 있는데 

내가 보내드리는 나의 이 모든 이야기는 도대체 

누가 제공하는 것이냐

그저 세상에 태어나 고통 받는 

나의 출연료는 누가 주는 것이냐

그대가 그대를 사랑하듯

이 무조건 무기한 무전제의 드라마를. 

'선생님 지난 애기 들려주세요' 

턱을 괴고 앉아 

스무 살짜리 어린 처녀가 

방글방글 웃고 있다 


그 깊고 은밀한 가슴속 

핸드백 속엔 내 소주값 2-3천 원을 

소중히 간직한 채.


그러나 소녀야

나는 내 얘기를 나한테만 들려준단다 

네가 그러하듯 나도 그렇다 


어째서 종생토록 우리의 그 모든 이야기는 

무용담이냐


사랑도 추억도 

눈 오는 밤 

좆나게 맞은 기억도.




반성 563 


형이상학적 사고 체계가 완벽한 

나는 가끔 여자의 성기를 가리키는 

우리나라 말 <보111지>를 발음했을 때의 

그 전무후무한 공명을 숙고해 본다. 


생각해 보았는가 

아무도 몰래 묵묵히 

<보111지>를 발음해 보며 

고개를 끄떡거리고 있는 

불타나 예수의 모습을 


그대의 아버지나 

대통령이나 


그대의 스승을 


생각해 보았는가 

마하트마 간디를.


'지 에미 속을 얼마나 쎅혔을까 

대가릴 저 지랄로 해야만 글이 나온다던 ?

저 드러운 저 똥 콧수염 저 으.....'


신문에 난 『내 잠속에 비내리는데』라는 수필집

광고에 나온

李外秀 사진을 보며 어머니는 또 그러신다 그러

더니 또 별안간

'야 저 새끼 장가 갔냐?' 하신다


히히.


<보111지> 건

<태멘> 이건

<아훔> 이건.










코리안 부코스키 김영승 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