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백수인데 책만 읽는다는 글 보고 그냥 생각이 이어져서 이러쿵 저러쿵 써봄.

이미 내 인생에도 도움이 됐으니까 당연히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근데 최근에 독갤에서 추천받은 <공부하는 삶> 읽으면서 오히려 공부를 해야할까? 책을 읽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음. 저 책에선 신이 부여한 소명과 신이 가르치는 진리를 따라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도 받아들이기 때문임. 또 선한 것과 참된 것은 결국엔 신 안에서 하나이니까, 도덕적인 의무도 중요시하고.

그런데 우리 인생을 살펴보면 정말로, 운이 좋은 소수가 아니라면 독서를 맘껏 하지는 못한단 말이지. 그 소수 중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거고.

경제의 조건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어진 조건들이 있고.

세상으로 나가서 경제를 깨우치고 경제에 대한 정보를 얻고, 또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의 다양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게 괴롭지만 일리도 있고 이득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하면서, 사람들이 극혐하기도 하는 <돈의 속성> , 그 책 읽으면서 썼던 노트도 다시 읽어보는데 거기에서 "가난이 오면 인간의 존엄도 사라진다"라고 했다. 최근에 읽은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에서 나온 스토아 학파나 에피쿠로스 학파의 예를 보면 꼭 가난이 온다고 인간의 존엄이 사라질 필요는 없는 거 같지만, 그래도 확실히 더 비천해지기 쉬운 거 같다.

괴로운 마음으로 경제에 대한 관심과 노력, 사회성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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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동시에 책이 시간낭비라고 하는 것도 다른 잘못된 극단 같다. 난 어떤 책이든 재미를 위해서만 보는건 아니라고 보는데, 재미를 위해서 본다고 해도, 아리스토텔레스가 행복은 선이라고 했다는 걸 인정하고 재미가 행복에 기여한다는걸 인정하면 재미 역시 인생에 소중한 가치일듯함.
당장 오늘 본 책만 해도 어떤 여자의 성적인 에세이랑 에드거 앨런포의 공포소설이었는데 다분히 즐거움을 위한 선택이라는게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자는 혐오가 난무하는 인터넷상과 대비되게 여성의 성적인 면을 더 이해하게 했고(남자가 성1매2매하는걸 여성의 시각으로 혐오와 비난 없이 비판하고 얘기함) 에드거 앨런포의 공포소설은 <검은 고양이>에서는 인간의 이기적인 분노나 사악함을 그려서 사회에서 아무 대비 없이 처맞는 악의와 다르게 그런 사악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했으니.(애초에 에드거 앨런포는 이 단편에서 인간의 사악함이란 어떤 철학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한 것이라고 표현함..)
홉스의 정치철학과 로크의 정치철학은 인간관계에서 생각할 하나의 도구를 던져주기도 하고. 내가 일상을 살면서 관계를 더 유연하게 만들어준 것이기도 하고.

모든 사람에게 책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책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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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디오니소스를 따라다녔다고 하는 판 신인 실레누스가 했다고 하는 "인생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태어났다면 최대한 빨리 죽는 것이 차선이다"라는 말도 생각난다.

독서도 그리 유유자적만 하는 활동은 아닌거 같아서 그렇다. 독서도 힘들 때는 힘들 수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나와 다른 지식기반을 가진 사람의 설명을 이해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닌거 같다. 인내와 노력이 수반되는 일임. 물론 단순 쾌락을 위한 글도 있기는 하겠지만.

이런 관점에선 독서도 힘들고 다른 활동도 힘들다고 이해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 인생은 힘들고 적어도 그런 점에선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존중해주는게 성숙한 시민의 태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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