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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목적은 독후감보다는 책 소개이지만 부족한 작문 실력 때문에 잘 안 읽히더라도 양해바란다. 또한 앞부분은 두서없이 주저리주저리 길게 써놨으니 읽기 싫다면 절취선 밑으로 건너뛰어가도 무방하다. 감상글을 처음 써보는지라 부끄러워 올리지 않으려다 그냥 올리기로 했다. 부족하지만 시간이 나면 다른 감상문도 써볼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고전 입문의 어려움을 알고 그 원인이 되는 지점들을 살펴 어떻게 독해에 방해되는 장애요소들을 피해갈 수 있는지 다루는 것이 1차 목표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저작들이 그렇듯 작품의 기저에 깔린 배경 지식이 없으면 오독하거나, 세부사항을 살피기 어렵거나, 아예 독해를 못해 포기하기도 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인 《일리아스》란 무엇인가? 편집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5000행 이상이라고 본다. 물론 반복되는 부분이 많고 내용 자체는 전쟁 4~5일의 이야기라 크게 복잡하거나 어렵진 않다. 그러나 《일리아스》를 적어도 '초보' 독린이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들어가기엔 너무나 분량이 많다. 가장 많이 읽히는 천병희 역으로 839쪽, 이준석 역으로 844쪽이다. 책 해제나 서문, 목차 등등을 제외해도 이준석 역 기준 '본문'이 15~754쪽, 즉 700쪽이 넘는다.

특히나 고대 서사시인 일리아스/오뒷세이아는 그리스 신화 전승'들'과 서사시 기법, 고대 그리스의 문화생활 등 요구되는 배경지식이 많은 편이다. 특히 저자가 본문에서 지적하듯 호메로스는 적지 않은 지점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전승이 아닌 다른 전승을 차용한다. 보통의 독자가 아는 '그리스 신화'는 다양한 전승들 중 하나 혹은 둘 정도일 것이다.

다행히 기본적인 그리스 신화(아마 독붕이들이 많이 읽었을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만 숙지하고 있으면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목표대로 《일리아스》로 바로 들어가도 좋을만큼 매우 잘 정리된 책이다(다만 그리스 신화에 대해 아예 모른다면 만화로 된 그리스 신화들을 먼저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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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그리스 신화에 대해 어느정도 익숙한 독자를 대상으로《일리아스》 입문서 역할 그리고 상세한 해설을 겸한 호메로스 독자를 위해 만들어진 주석서이다.

서문과 다양한 그리스 신화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 그리고 《일리아스》를 처음 읽는 독자를 위한 일러두기 후 저자는《일리아스》 해설을 위해
곧바로 본문으로 뛰어든다. 이제 우리는《일리아스》를 1권부터 24권까지 주욱 톺아보게 된다. 다만 바로 본문으로 들어간다고 쫄 필요는 없다. 저자가 '들어가기 전에' 파트에 적어 뒀듯 이미 구조와 전체 주제는 알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은 《일리아스》를 일관성보다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다양한' 도돌이표 구조(A-B-A 이외에 엄청나게 다양하게 나옴)를 강조하며 도식으로 소개해주는데 이러한 '일관된' 반복 구조(특히 '분노'와 '복수'라는 큰 주제 속 나타나는 모델 삽화들)들을 설명해줘서 큰 틀을 이해하기 편하다.

강대진 저자가 말하는 《일리아스》를 관통하는 두 가지 주제중 하나는 발산, 그중에서도 분노와 복수의 발산이다. 즉 주기함수처럼 같은 구도가 반복되면서도 핵심 주제인 분노와 복수는 《일리아스》 절정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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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x*sin(1/x)의 그래프와 비슷하게(완전히 같진 않지만) 진폭이 커지며 반복되는 것이다. 작품 내에서 분노의 상승-하강 작용이 반복되는데 '분노'는 22권에서 최고조에 이르고(상승) 24권에 이르러 '화해'를 통해 극소에 이른다(하강). 다만 이 주제에 대한 지적은 다른 학자들도  많이 다뤄온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나머지 한 주제는 균형(과 그에 딸려오는 보상)이다. 다른 학자와 달리 저자가 많이 강조하는 것이다. 다만 이건 책을 통해 읽어보길 바란다. 여기 쓰기엔 상당히 길기도 하고 글도 못써서 호기심 유발용으로 남긴다.

이 책은 이렇게 《일리아스》를 읽어본 독자들에게도 다시 한 번 서사시속에 숨겨진 구도를 안내해주면서도 다양한 이론들도 풍부하게 소개한다. 특히 근동 레반트 신화(메소포타미아 우가릿 신화)가 그리스 신화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는게 흥미롭다. 요상한 표현이 나오는 장면을 다른 신화의 이야기에 갖다대보면 이상하게 잘 맞는다는 것이다. 아레스가 바알과 유사하고 아낫이 아테나와 유사한다는 내용이 그렇다(책에서는 이집트 신화의 신, 성서의 레비아탄 이야기, 위에서 말한 메소포타미아 우가릿 신화가 나온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각 권의 끝날때마다 들어있는 토막글에 소개되거나 본문에 짧게 서술되어 있어 흥미를 돋운다.

또한 독린이들을 위해 재미있는 비유들도 많이 나온다. 저자는 호메로스가 '직유'의 방법을 즐겨쓴다고 하는데 저자도 '직유'를 많이 쓴다. 특히 영화의 장면을 많이 가져다 쓰는 편이다. 조금 오래된 영화들을 예시로 들지만 친절하게 쓰려고 하는 의도가 눈에 보일정도로 쉽게 써있으니 걱정은 안해도 될것이다.

특히나 저자가 탁월하게 풀어가는 것은 '아킬레우스의 고립'이다. '이성'을 갖춘 인간과 '분노'에 눈이 멀어 금수 사이에 변주하는 '오만하고 감정적인' 아킬레우스로만 알았지만 저자는 '고립과 귀환'이라는 서사가 숨겨졌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역시 여기서 쓰기엔 너무나 길고 꼭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기 때문에(필력도 딸리므로) 이는 한 번 읽어본 독붕이들을 위해 남긴다.

이렇듯 이제 막 벽돌책이자 거산인 호메로스 서사시를 향해 나아가는 독자들을 위한 책의 특징(저자가 강조하는 두 기법이 책 전체에 걸쳐 나타나고 입문을 표방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이론도 등장)과 장점(독린이에겐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읽어본 독자에겐 놓치기 쉽거나 다양한 이론 소개 겸 주제가 발산되고 균형과 보상이라는 잘 부각되지 않는 주제 소개)을 소개했으니 약간의 흠도 소개해보자.

몇가지 없는 단점을 말하자면《일리아스》각 권 해설을 들어가기 전 그 권에 어울리는 그림들이 배치되어있는데 이 그림들이 상당히 작은 편이다. 다행히 그림 밑에 저자의 해설이 꽤나 넉넉히 덧붙여져 있어서 해석에 무리는 없다.

또한 상당히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지만 파토스(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에서 나온 말로 설득의 3요소 중 청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 즉, 감성 = 파토스임 나머지 두 요소는 논리 = 로고스 / 신뢰 = 에토스), 헤카톰베(고대 그리스에서 신에게 바치는 종교적 의식/제사. 100을 뜻하는 헤카톤과 관련됨)같은 검색을 요하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사실 이정도로 단점이라 하기엔 억까 수준이긴 하다.

그리고 책이 나온지 꽤 됐는데 고대 서사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서 아직 1판 2쇄라 그런지 오타가 몇 개 보인다. 더없이 훌륭한 길라잡이니 이 책과 더불어 같은 저자의 오뒷세이아 읽기도 다들 많이 사주길 바란다. 내놓기 부끄러운 글이지만 읽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