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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기든스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
1.
우리나라 교수들은 대체로 해설서를 써낸다.
물론 서일본/동중국 따위에서 일개 교수가 독창적인 소리를 내봤자 아무도 알아주질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이 책은 영국에서도 먹어주는 레벨의 사회학자가 제3의길이니 뭐니 하면서 현실정치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전
아직 아카데믹하던 시절에 쓴 마르크스, 뒤르켕, 베버에 대해 친절히 말아주는 해설서다.
2.
사회학은 관념과 인식이 현실사회를 지배하는 원리라고 생각하는 철학적 입장을 역전시킴으로써 태동한다.
추상적 관념과 인식은 실재하는 현실에서 나온 것이지, 관념과 인식이 실재를 지배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인간 생활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과 진보를 원한다면, 우리가 연구해야 할 건 추상적 관념과 인식 따위가 아니라,
실재하는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가 과연 무엇에 기인하는지 그래서 그게 우리의 추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보는게
문제 풀이의 올바른 순서라는 소리다.
3.
3명의 사상가가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건,
근대로 이행하면서 증가한 건 합리와 이성이고, 그 합리와 이성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대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분업체계가 도입되고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데,
이런 정밀한 분업체계에선 더 이상 르네상스적인 인본주의자는 설 자리를 잃고,
오직 극도로 전문화되고 파편화되어서 언제든지 대체가능한 톱니바퀴가 될 뿐인 스페셜리스트들만이 존재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소외(마르크스)와 아노미(뒤르켕)가 사회적인 문제의 근원으로 발생한다.
4.
이렇듯 우리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미 150년전에 아주 훌륭하게 진단하였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걸음은 150년 동안 한발자국도 떼어 놓지 못한게 아닐까?
정보화니 세계화니 신자유주의니 불평등이니 기후변화니 정체성이니 특이점이니 인공지능이니
온갖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한 것을 해결하기 위한 무슨 노력이 있었나?
아니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인간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해서
해결된 사회적 문제라는게 과연 얼마나 있을까?
결국 문제가 뭔지는 알 수 있어도 그걸 풀 수 있는 능력 따위는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는게 인간사의 비극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이 틀렸으니 이걸 이렇게 고쳐야지라는 관념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건 없다는게 사회학의 출발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우리는 주둥이로는 온갖 거창한 구호들을 외치지만 실상은 그저 변화되는 현실에 가까스로 아등바등 적응하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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