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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죽은 이에게 불복하기란 너무나 쉽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따금 죽은 이의 뜻을 따르는데

이는 두려움이나 속박 때문이 아니라

그를 사랑하고 그의 죽음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임종의 순간을 맞이한 어느 시골 노인이 아들에게 창문 앞 늙은 배나무를 쓰러뜨리지 말라고 부탁했다면, 그 배나무는 아들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추억하는 한은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이는 영혼의 영생에 대한 종교적 신념으로 행하는 그런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망자는 나에게는 영원히 죽지 않을 뿐인 것이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게 아니라,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을 과거 시제로 말하려 하지 않는 것은 곧 그 망자가 현존한다는 뜻이다.

아마 인간에 대한 종교적 차원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실 망자의 마지막 의사에 대한 복종은 신비적이다.

모든 합리적, 실제적 성찰을 초월한다.

그 늙은 촌부는 배나무가 쓰러졌는지 아닌지, 자신의 무덤 속에서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를 사랑하는 아들은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이를 절대 죽은 사람으로 여길 수 없다면, 그의 현존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가?

내가 잘 알고 충실하게 지킬 그의 의사를 통해서다.


나는 촌부의 아들이 살아 있는 한

창문 앞에 서 있을 늙은 배나무를 생각한다.


배신당한 유언들에 나오는 구절인데 여운이 평생갈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