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만 놓고
단테가 판도라를 빚었다라는 맥락의 의도에 대한 분석은 필요한 만큼은 한 거 같지만

사실 교회도 제국도 같이 까고 있다라는 해석은
단테가 제국론같은 책에서 한 말이랑 모순되지 않을까 하고
제기 가능한 반론에 대해서 좀 써보겠음



단테는 모자라는 머리에 얹는 물건에 따르는 관습적 사회적 모티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


머리에 쓰는게 그 사람을 정의하는 시대였으니
관점을 파는 입장에서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소재지

 
먼저 예를 들면 스타티우스가 연옥 21곡에서 스스로를 소개하길

신의 뜻으로 유다의 복수를 행하여 유대왕국을 박살낸 황제의 시절의 사람이고

mirto의 화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함


이건 기독교의 교리가 얼마나 주먹구구고 스타티우스는 아무것도 모르고 근본 없는 멍청이인지에 대한 묘사라고 볼 수있음

mirto는 신곡에서도 죄인으로 등장하는 유대인의 학살을 꾀한 하만의 만행을 막은 에스더(페르시아어로 별) 여왕의 본명이자
상징인 머틀꽃을 뜻하고 구약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임


애초에 신의 뜻으로 유대인을 학살한 황제라는 것도 웃긴 묘사잖아

 예수는 대체 왜 죽는 쇼를 한거야? 대속의 의미고 사랑을 전하는게 목적이었는데 그 대속의 복수로 유대인을 신의 뜻으로 학살했다고 말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하는게 기독교의 신성한 감각인 거임


황제의 예루살렘 원정을 신성하게 꾸며야 되는 목적이 있으면 명분으로 그냥 아무 연상만 갖다붙히면 더 따지지마라는게 기독교의 교리란거지

그리고 그 황제와 예수를 결합하는데 기여한 공로로 버질이나 스타티우스가 mirto를 쓰는게 코메디란거임


암튼 그런식으로 모자를 반복해서 씌우는 행위에서 차이를 만들어가는데

단테 머리위에 올라가는 것들이 군주론을 쓴 이유도
설명함


천국 25곡이고

/Se mai continga che 'l poema sacro

al quale ha posto mano e cielo e terra,

sì che m'ha fatto per molti anni macro,

vinca la crudeltà che fuor mi serra

del bello ovile ov' io dormi' agnello,

nemico ai lupi che li fan guerra;

con altra voce omai, con altro vello

ritornerò poeta, e in sul fonte

del mio battesmo prenderò 'l cappello/


/만일 언젠가 하늘과 땅이 함께 만든 이 거룩한 시가,
나를 여러 해 동안 여위게 할 만큼 힘들게 했지만,
내가 어린양 처럼 잠들었던 아름다운 우리(케이지)로부터 가두는 잔혹함을 이겨낸다면,
그 우리에게 싸움을 거는 늑대들의 적이 되어 싸웠으니,
나는 이제 다른 목소리와 다른 털가죽을 가진 시인으로 돌아가,
내 세례터 위에서 그 영광의 관을 쓰게 되리라./


구글 번역 좀 다듬은 것이지만 일반적이고 유명한 영어번역들이랑도 일맥상통함
 특히 시를 주어로 이겨낸다는 부분이 중요한데 

가정법을 사용해서

~ 이겨 낸다면 영광의 cappa를 쓰고 시인으로 복권될 것이다

라는것이고 그 승리의 대상인


'내가 어린양 처럼 잠들었던 아름다운 우리(케이지)로부터 가두는 잔혹함'


은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음


표면적으론 추방당한 단테가 어린양이고 우리가 피렌체고 거기 못돌아가는 정치적 상황이 잔혹함인데


다른 하나는
전에 말했던 판도라의 상자의 맥락으로


이미 판도라가 한번 열어서 인간이면 갖고 있었던 것들이 
다시 케이지로 들어가고

거기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기독교와 제국이 만든 자의적인 규범의 잔혹함의 의미


그럼 거기에 따라서 후술도 두가지 의미임

표면적 서사의 동기인 9원(필터;;)과 그 여인을 쫓은 순례기로서 
세속적으로 성공하면 피렌체에 돌아갈 수 있다가 있고


인간의 실존회복이라는 진짜 의도가 통하는 세상이 오면 그 세상을 연 시인으로 영광의 모자를 쓸 것이다

세례를 언급하는 것은 진짜 신의 뜻을 찾는다 이런 맥락도 있겠다만

어쨌든

이런 해석이 그냥 가능하다가 아니라
후자를 진의로 보는 것은

단테가 머리에 뭐를 또 더 쓰면서 차이가 나는 경험을 주기 때문임


이후 천국 27곡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베르길리우스가 의미심장하게 건네는 마지막 대사인데

ibero, dritto e sano è tuo arbitrio,
e fallo fora non fare a suo senno:
per ch’io te sovra te corono e mitrio

“네 의지는 이제 자유롭고, 올바르고, 건전하다.
만약 그 의지를 따르지 않는다면 잘못일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너 위에 너 자신을 왕관 씌우고, 너 위에 너 자신을 교황관 씌우노라.”


앞서 단테가 쓰고 싶었던 건 그냥 보통사람들이 쓰는 cappello인데

(물론 모자의 카테고리에 관도 포함이 되고 피렌체로 왕귀하는
표면적 의미에선 그걸 관이라고 번역하지만 지금 문장들에 의해
진짜 관들과 대비를 이룰때 그냥 모자의 맥락이 두드러 지는거지)

지금 쓰는건 corono e mitrio 이며

황제가 쓰고 교황이 쓰는 구체적인 머리 장식구들을 지칭하고 있음


먼저 이 문장들의 배경인 피렌체의 정치적 상황을 좀 보자면

단테가 교황을 지옥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황제vs교황이라는 대결구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음

피렌체는 상업적으로 발달한 도시고 경제적으로는 로마 교황령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군사안보적으로는 프랑스가 신성로마제국보다 더 지배력을 투사할 수 있는 위치임(알프스 산맥,이탈리아 내부에 거점존재)

근데 교황청은 프랑스랑 동맹이자 사실상 그 영향권 아래에 있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피렌체는 신성로마제국vs교황 선택에서 이기는 편 고르는 걸로는 제국을 택할 수가 없는 처지임

그냥 프랑스vs신성로마제국 구도에서 가깝고 더 무서운 적을 견제하는 뒷배로 신성로마제국을 택하고 피렌체의 자치의 입지를 갖고 싶은거지

그런데 프랑스의 안보적 입장도 이탈리아가 뭉치는 상황을 원하지 않으니까 직접 손보는 것보다 교황청을 통해서 투사하지만

단지 그 이유로만 이탈리아로 진출한게 아니고 로마가 그리스도를 깔개로 정통성을 강화한것처럼

프랑스왕가도 자신들을 신성으로 수식해 줄 장식으로의 교황청에 욕심을 내고 있었던 거임


그런 맥락을 이해하고 제국론을 보면

정교를 분리해서 교황의 정치적 입지를 지우려는 시도는

이탈리아에 교황청을 지렛대로 세력을 투사하는 프랑스를 견제하는 신성로마제국에게 이탈리아에 클레임을 주려는
'피렌체의 입장'에서 이해를 해야되는 이론임


말하자면 제국은 평화라는 걸 제일 큰 미덕으로 그걸 유지하기 위한 존재로 말하는데 애초에 전쟁이 제국을 이루는 근본 구성요소라서 구조적인 모순이고
 그 외의 이상적 의무와 유렵의 현실과는 큰 거리가 있고 실현 불가능한 의무라는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님

하나의 도시 피렌체 조차도 못 뭉쳐서 망명나온 입장에서 신곡같은 작품 쓴 머리로 그걸 몰라서 주장하겠냐고

그냥 자치를 원하는 피렌체의 사람들에게 필요해서 하는 말인거지


그게 드러나는게 저 위에 단테가 쓴 왕관,교황관하고

 그 앞에 진짜 단테가 스스로 쓰고 싶어했던 시인의 모자의 차이인 것임


교황관을 처음 화려하게 보석넣고 장식한게 단테가 죽어라 욕하는 그 교황이고 교황관 관련해서 유명한 추문까지 있는데

그 장식한 교황관이 mitrio거든 그러니까 타의에 의해서 쓰는 그 관이 지금 영광스럽지 않고 내가 원한게 아니란 말임


관을 씌워주며 했던 베르길리우스의 내 의지대로 어쩌고의 대사도

 앞서 cappa를 원할때 이 시가 독자까지 넘어간 상황에서 승리하는 시점까지 미루고 쓰길 원했던 의지를 수식함

corona도 mitrio도 주어진 관일 뿐이며 이걸로 단테가 할 건 거기에 담긴 욕망과 위선을 밝히는 것 뿐인거지

결국 지금 시 속에서 내 의지를 모르는 자가 씌운 관보다
cappa가 더 위고 그걸 맨 위에 쓰는게 분명한 내 의지란 것이고

그 제국론을 쓰고 왕관을 모티프로 바라본 피렌체의 정치가가 아니라 신곡을 쓴 시인이 좀 더 자유로운 의지의 본인 자아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