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도덕경의 불언무위(不言無為)라는 표현이 주는 모순적인 느낌에 대해서... 


지나치게 논리적인 부분에 집착해서 이해를 시도하면 쓸데없는 잡념에 빠지기 쉽습니다. 

일종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이 그 글귀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도(道)라는 말이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이라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食으로 치환해서 食可食非常食 같은 말장난을 시도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食(명사)可食(동사)非常食(명사)의 구조이기 때문에 이해하시는데 문제 없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 봤을 때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모든 명사와 동사, 형용사의 개념은 그때 그때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낸 것이라는 겁니다. 

음식(食)은 먹을(食) 수 있는 것인데 먹고 나면 더 이상 음식(食)이라 할 수 있는가요? 

내가 배가 고프기 때문에(비이성적 욕구), 생존을 위한 목적으로(자연 법칙, 욕구가 생겨나는 근원) 나의 몸에 에너지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음식이라 이름 붙이고 먹는 겁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는다면 그 다음에 오는 굉장히 심오하게 느껴지는 문장이 자연히 풀릴 겁니다. (故常無欲,以觀其妙;常有欲,以觀其徼。)

수학에서 모르는 건 미지수 X로 놓듯이, 한문에서 한글로 풀어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억지로 해석하지 말고 나의 직관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너무 심오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느낄 수 있으면 된 거에요

그리고 도덕경 제2장에선 이렇게 말하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여길 때,  이미 아름답지 않다고 여기는 게 있는 것이다." 

굉장히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문장이죠? 그리고 이어 말합니다.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함께 생겨나는 것이고, 어려움과 쉬움은 함께 만들어지고, 길고 짧음은 비교를 위한 것이며, 높고 낮음은 서로 기울고, 말과 소리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 

한국어로 번역하니 말맛이 안 산다고 너무 심오하게 빠지지 마세요. 중요한 건 상대되는 모든 개념은 그 둘 사이를 조화시키는 단 하나의 형용사가 있다는 것이 바로 언어의 묘미입니다. 

만약 남자와 여자의 상대적 관계를 하나의 형용사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거 조선시대에는 남녀 간의 조화 관계를 남존여비(男尊女卑,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다)라고 표현했죠. 

그건 그 시대의 사회질서의 안정이라는 필요성에 따라 임시적으로 생겨난 관념입니다. 

그 당시에는 의미가 있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죠. 

그래서 도는 행해질 수는 있되, 그것이 영원불변한 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다시 도덕경의 첫 구절이 연상되죠? (道可道非常道) 

현대 사회에 맞게 남녀 사이의 이상적인 조화 관계를 다시 표현해보라면 

저는 남녀상존(男女相尊, 남자와 여자가 서로 존중한다)이라고 하는 게 좋은 거 같습니다. 

덧붙여, 남자와 여자는 양과 음이므로 서로 완전히 똑같을 수 없고 같아서도 안 됩니다. 남자는 여자를 아껴주고, 여자는 남자를 오로지 바라보며 사랑한다(?)

적당한 댓구를 못 찾아냈습니다만 이 또한 도덕경에서 말하듯 진정한 도는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구절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것 아닐까요? 

정말 남녀 사이의 바람직한 조화가 이루어지던 시절에는 그를 표현할 형용사가 필요 없었을 테니까요.

동시에 이렇게 남녀상존처럼 명확하게 표현될 수 있는 단 한 글자의 형용사(尊)는 역설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더 이상 서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그 어떤 문장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마치 도덕경 제 18장에 표현된 내용처럼 말이죠. 

(도덕경 제18장 大道廢,有仁義;智慧出,有大偽;六親不和,有孝慈;國家昏亂,有忠臣。 대도가 폐하여, 인의가 나왔고; 지혜가 생겨서, 거짓이 생겨났다. 육친 간의 불화가 있어, 효와 내리사랑이 있게 된 것이며; 국가가 혼란에 빠졌기 때문에, 충신이 나온 것이다. )

그러므로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개념은 그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적절하게 쓰임 받았으면 계속 집착할 필요가 없으며, 이것이 바로 도태되지 않는 비결입니다. (為而不恃,功成而弗居。夫唯弗居,是以不去。)




남녀 간에 더 이상은 존중하지 않게 된 시대임. 서로 자신이 속한 집단이 더 우월하다고 여기면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단 하나의 단어를 꼽으라면 남녀 상호 간의 존중임.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남녀 상호 간에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음? 

과거에는 그런 이상한 표현이 없어도 서로 사랑했고 우리는 그의 결과임.

다시 말하면 진짜 소중한 무언가는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임.

진화론적으로 언어는 필요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고 

만약 소중한 무언가의 존재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면 그것을 표현할 단어가 생겨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이게 내가 해석한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教)의 의미임. 

고전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각자 자신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고전인 것임.

그래서 수많은 해석의 층차(layer)가 있고 그걸 '깊이'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