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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리학과 단 한 번도 친했던 적이 없다. 하지만 무엇을 배우든 언젠가는 물리학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래서 물리학에 관한 교양 도서를 틈틈이 읽으려 노력하는 편인데, 이번에 읽은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는 그간 읽은 책들 중에서도 꽤 매력이 극명한 책이었다.


이 책은 물리학의 모든 분야를 훑는다. 고전역학에서부터 현대의 물리학까지 간결하게 소개하기 때문에 폭넓은 지식을 배울 수 있다. 사실 이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었다. 추상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여러 영역을 훑어서,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물리학을 일관적인 시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우 훌륭한 장점이다.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들도 여러 사람이 쓰는 탓에 중구난방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학자로서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물리학을 넓으면서도 얕지 않게 소개하기 때문에 마치 한 사람의 사고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단 모든 사람이 모든 분야에 능통하지 않듯이 기복이 있기는 했다. 정보와 엔트로피에 관한 이론은 그 어느 책에 견주어도 설명의 질이 우수했지만, 고전역학과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은 좀 부실하다고 느꼈다. 단 정보 이론에 관한 설명이 정말 우수해서, 이것 때문에라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단 개인적으로 비판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이 책은 개념을 설명할 때 용어를 최대한 순우리말(토박이말)로 바꾸어 언급하는데, 기존에 알던 용어들과 충돌해서 이해가 힘들었다. 이 책으로 유용한 개념을 배운다고 해도, 다른 수많은 책들로 물리학을 공부한 사람과 말이 통할 것 같지 않다. 특히 단백질을 설명하며 흰자질이라는 용어를 고집하던 것이 생각난다. 생명과학 전공 서적을 처음 읽은 것이 10년 전인데, 그 이래로 흰자질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 과학의 주체성을 위한 과감한 시도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단 애초에 서양 물리학을 배우는데 용어로 주체성을 살리고자 한다면 정말 겉치레만 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대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어야 가치가 높아지지, 언어의 기원이 가치를 높여주지는 않는다.


장단점이 극명하기도 하고, 입문서라고 하기에는 약간 어려운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물리학 교양서적 중에 이 정도의 질을 보여주는 책은 드물다. 특히 한국인이 쓴 책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람끼리 통하는 코드도 있다. 물리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선뜻 다가가지는 못하는 한국인에게 특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이고 친절하게 풀어낸 최무영 교수님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도 내가 아는 것들을 하나로 꿰어 이런 책을 쓰는 것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