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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못하는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5대 장편중 하나인 백치를 들게 되었다. 책 속에서 주인공 미시킨 공작은 어릴적 발병하였던 간질 질환으로 인해 스위스에서 요양 생활을 지내다가 성인이 되어서 다시 러시아로 돌아오게 된다. 돌아온 러시아에서 그는 기차에서 만났던 하급 관리 레베제프를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한 교류를 이어나가는 중 그는 자신의 소심한 성격과 세상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인해 백치라고 불리우며 주변인들의 교모한 조롱과 멸시를 듣게 된다. 하지만 그는 백치가 아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사려깊고 총명한 비범인이였으나 하지만 한없이 착하고 여린 성품 때문에 타인의 검은 마음에 휘말려들며 간질이 재발해 진정한 백치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미시킨은 작품 전반에 걸쳐 마치 그리스도와도 같은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순수하며, 모든 이를 용서하고, 인간관계를 계산하지 않는다. 바로 그 ‘그리스도적 면모’ 때문에 사람들을 끌어당기지만, 동시에 그들의 욕망과 질투, 허영과 광기에 휘말려 파멸로 내몰린다. 이 복잡한 상황을 통해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에게 전하는 질문은 우리 시대에도 유효하다. “절대적으로 선한 인물은 악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 작품을 읽으며 고전이 왜 고전으로 남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전한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이야기는 이미 한 세기를 훌쩍 넘긴, 이역만리 다른 민족, 다른 시간의 일이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더 복잡하고 음습해진 오늘날의 사회에서 더욱 심각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순백의 사랑과 무조건적인 선함은 검게 때탄 우리 시대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또 어떻게 파멸해 가는가?" 이 질문은 단지 19세기 러시아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물음이다.

백치는 동일 작가의 죄와 벌처럼 긴장감 넘치는 플롯의 파격성은 없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더 거룩하다. 죄와 벌이 죄와 속죄의 이야기라면, 백치는 애초에 죄를 짓지 않은 인물의 비극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훨씬 더 무겁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착한 일을 행하면 바보 취급을 당하는 우리의 시대 속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이 시대의 ‘백치’를 조롱하지 말고, 그들을 보호하고, 본받아야 한다.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거야 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