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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론과 자유의지의 부정을 듣고 나서, 사람이라면 할만한 그런 생각을 나도 했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것이 결정됐고, 내게 그것을 바꿀 자유의지가 없다면, 내 삶에는 무엇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머지 않아 삶의 파도에 잠겨서 쓸려갈 생각이였지만 머릿속 한켠에서는 이 가시가 박혀 도통 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것도 결정된 필연일까, 아니면 알 수 없는 우연일까. 도서관에서 만난 이 책을 읽고 다시금 그때의 생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해진 미래를 바꿀 수 없음을 깨닫고도 다시금 똑같은 시간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

언뜻보면 무기력하게 포기하고 미래에게 끌려다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게 정해진 세상으로 들어가기 전, 그녀의 한 마디
'우리는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가. 사랑을 나누고, 너를 가지기 위해.'

그리고 작중 그녀와 그녀의 딸의 대사
"벌써 무슨 얘긴지 알고 있는데 왜 나더러 읽어 달라고 하는거야?"
"애기를 듣고 싶으니까!"

먼 미래에는 우주의 엔트로피가 극도로 높아져서 열이 죽어버리는, 이른바 빅 프리즈 현상이 온다고 한다.

모든 것은 죽는다. 너도 나도, 그리고 이 우주도.

그럼에도 살아간다. 미래가 뭐라 하건 생명은 지금 이 순간만을 마주하며 살아갈 뿐이다.

세상만물만사에 웃고 울며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생명이 가진 둘도 없는 특권이자 모든 것이 아닐까?

선물과도 같은 행복을 곱씹으며, 이 책과의 만남을 난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 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