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인격의 성장이 독서 경험의 축적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우연히 취미를 가졌던 독서라는 매우 협소한 분야의 사정이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무 살이 넘어서도 잡다한 주제로 선행 학습 진도 빼듯이 독서를 하고 있다면 당신은 쓸모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잉여’의 앎을 추구하고 있는 것일 게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앎, 시험 점수나 학점을 얻고 취직 시험에 합격하고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앎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앎의 수준은 평범한 독서가의 취미 활동에도 미치지 못한다. 당신은 그 독서를 통해 쾌락을 얻을 테고 그 독서의 결과로 뭔가 다른 것을 본다고 믿겠지만, 그 ‘봄’이 당신 삶에 도움이 된다고 확언할 수는 없으며 본 것들을 남들이 보지 못했다면 대화의 소재로 삼기도 어렵다.
— 한윤형,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부자동네 친구들하고만 하루를 보낼 기회가 있었습니다. 교생선생님 때문이었습니다. 봄부터 교생선생님들이 실습을 나와 있었는데, 하필 우리 반에 배치된 분은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의 따님이었습니다. 키가 크고 날씬한데다가 예쁘기까지 했던 미대생 선생님은 이래저래 전교생의 '로망'이었습니다. 바로 그 교생선생님이 학급 임원 네댓명을 집(즉 교장선생님 댁)으로 초대했던 겁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가슴 설레는 만남이었습니다. 우연히도 저를 제외한 친구들은 모두 부자동네 출신이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교생선생님 댁으로 가기 위해 삼선교 버스정류장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
그러나 서교동 청기와주유소를 돌아 찾아간 교장선생님 댁을 보는 순간, 그런 자신감의 일각이 허물어졌습니다. 너른 정원에 당당하게 서 있는 양옥건물과 그 건물에서 화사하게 걸어나오는 교생선생님의 모습은 도무지 저하고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버지도 중학교 교장인데, 생활수준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한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차와 과일을 먹으며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헉, 교생선생님은 시사나 문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같이 간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교생선생님과 친구들은 곧 스키 같은 스포츠 이야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도무지 제가 끼어들 수 있는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그날 저는 그야말로 '깍두기'였습니다.
— 김두식, 욕망해도 괜찮아
Just for fun
저 두권 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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